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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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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엄마에 대한 감동사연 공모 당선작 [우수상]-송경은

2005. 07. 15

송경은(34, 대전시 유성구)
친정 엄마에 대한 감동사연 공모 당선작 [우수상]-송경은

지금 저는 엄마와 애들로부터 보내져온 편지를 읽어가면서 울고 있습니다. 그리움이 물씬 배어나오기에.저는 대전교도소에서 사기라는 죄명으로 작년 12월28일에 구속 수감되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조차도 교도소에서 보내온 편지라 낯을 찡그리고 계실지 모르겠네요.
제가 이곳에 오게 된 사연을 짧게 소개하자면 친구의 사채 빚보증을 서게 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남편에게 ‘가압류’라는 큰 짐을 안겨주고, 사기꾼과 이혼녀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이혼 당시 양육권과 친권을 포기하고 두 아이를 친가에 보내면서 저는 친정에 머무르게 되었고, 한동안 가슴을 치며 통곡하며 지냈습니다. 두 아이는 지금 여덟 살과 여섯 살입니다.
제가 구속된 후 친가에 머무르고 있던 아이들에게 ‘엄마는 미국에 공부하러 갔다’는 소식을 전했고, 양가의 상의 끝에 두 아이가 원하는 곳에서 양육하도록 결정을 했는데, 두 아이 모두 제 친정을 선택했답니다. 올해 환갑이신 제 엄마는 정말 목숨을 다해서 저보다 백 배 훌륭한 일등 엄마라는 칭찬을 들으며, 어미 없는 새끼들을 키우느라 진을 빼고 계십니다. 아마도 제 엄마는 못난 딸 징역살이 편하게 하라고 두 아이를 받아주셨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그 당시 애들이 친가에서 외가로 옮겨올 때 제 엄마가 그러셨어요.
“네 새끼 돌보느라 내 새끼 면회 못 오더라도 서운해하지 마라.”
그런데요, 엄마는 초등학교 1년생, 유치원생 두 아이를 돌보면서도 “나도 모르게 이곳(교도소)으로 발길이 가는구나” 하시며 거의 면회를 거르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눈물 흘리시며 면회실에 들어오실 때 “엄마, 왜 울어?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으면 “무슨 일은, 네가 여기 있으니까 울지, 이곳에 널 놓고 가야 하니까 울지” 그러십니다.
전 철부지 딸입니다. 엄마가 힘드신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날마다 면회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전 이곳에 와서야 조금 철이 들었습니다. 추운 겨울을 보낼 때, 눈보라가 몰아치면 못난 딸 추위에 떨지 않나 걱정하실 엄마를 생각하면서 가슴으로 웁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런가봅니다. 따뜻한 방바닥이 서러워서 우신다고 합니다. 언젠가, 큰아이가 제 엄마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할머니, 엄마는 왜 우리를 버렸을까?”
엄마는 손자를 가슴으로 안아주며 통곡하셨다는군요.
시집간 여자에게는 누구나 ‘엄마’라는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돈다고 합니다. 저 또한 그러합니다. 제가 외로울까봐 날마다 편지에 애들 소식과 제가 바로 서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을 전하시는 저의 엄마. 교도소에 있는 큰딸 때문에 지난달 환갑 잔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모든 것은 내가 너를 잘못 키운 탓이다. 내 잘못이다. 돈만 있으면 너를 그곳에 두지 않을 텐데. 무능력한 어미를 용서해다오” 하십니다.
형사 고소되고, 이혼에 이르기까지 엄마와 저는 같은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아직은 재판 중이라 더 많은 눈물을 흘리셔야 합니다. ‘법’은 속여도 ‘엄마’의 눈물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이르러서야 제가 느낀 것은 ‘자유의 소중함’보다 오히려 ‘새끼를 향한 어미 사랑’의 위대함이었습니다. 저도 제 새끼들을 향해 울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엄마! 미안해요, 사랑해요. 건강하게 못난 딸 기다려주세요. 엄마의 멋진 딸로 다시 태어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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