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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반가운 얼굴

화제의 영화 ‘태풍’ 촬영장에서 만난 톱스타 장동건

글·최호열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07. 14

우리나라는 물론 동남아와 일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톱스타 장동건. 오는 12월 개봉 예정인 영화 ‘태풍’ 촬영장에서 만난 그가 동갑내기 배우 이정재와의 우정, 곽경택 감독과의 인연, 촬영 뒷이야기 등을 들려주었다.

화제의 영화 ‘태풍’ 촬영장에서 만난 톱스타 장동건

1백50억원의 막대한 제작비와 톱스타 장동건, 이정재, 이미연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일찍부터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온 영화 ‘태풍’(감독 곽경택)이 지난 5월 말 처음으로 촬영 현장을 공개했다. 부산의 한 호텔 앞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두 주인공이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것.
이날 촬영장에서 만난 장동건(33)은 언뜻 봐선 몰라볼 정도로 변해 있었다. 영화 ‘친구’에서부터 시작해 ‘해안선’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보여준 광기 어린 캐릭터의 결정판이라고 할까, 광대뼈가 툭 튀어나올 만큼 핼쑥해진 얼굴과 깊은 상처자국, 콧수염이 날카롭고 거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촬영이 끝난 후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수줍게 웃는 모습은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영화 ‘연풍연가’에서의 꽃미남 시절 그대로였다.
그가 영화 ‘태풍’에서 맡은 역은 동남아 일대를 무대로 활동하는 현대판 해적 ‘씬’. 남과 북으로부터 모두 버림받아 가족을 모두 잃고 유일하게 살아남아 러시아에서 매춘부 생활을 하는 누나(이미연)를 위해 한반도 전체를 향해 복수의 총구를 겨누는 인물이다. 그는 거친 해적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악착같이 운동을 해 한때 몸무게를 10kg 넘게 감량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말라 보인다는 지적을 받자 다시 3kg 정도 찌웠을 정도로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남다른 집념을 보였다고.
“지난해 10월27일 제작 고사를 지냈으니 벌써 7개월이 넘었네요. 그동안 태국 방콕, 크라비 섬과 부산을 오가며 계속 촬영했어요. 6월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촬영을 하고 7월엔 다시 부산에서 마무리 촬영을 할 예정이에요. 출연진이나 스태프 모두 지칠 때가 되었는데 아직도 모두 힘이 넘쳐요. 그만큼 촬영이 재미있게 잘 이루어지고 있어요.”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태국 크라비 섬에 40톤짜리 해적선을 만들어 그 위에서 두 달 동안 촬영을 했는데 배 위에서만 살다보니 나중엔 멀미가 나 고생을 했다고. 또한 촬영을 마치고 방콕으로 돌아온 날 지진해일이 크라비 섬을 덮쳐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위험한 촬영도 참 많았어요. 그래서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죠.”
해적이라는 설정상 고난도 액션 연기가 많았다는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게 뭐였냐고 묻자 뜻밖에 액션 연기가 아닌 언어를 꼽았다.
“액션 연기는 몸으로 때우면 되지만 언어는 그게 아니잖아요. 제가 맡은 역이 함경도 출신 탈북자로 태국의 해안을 무대로 활동하는 해적이에요. 또한 러시아 마피아와도 연관이 있고요. 따라서 함경도 사투리와 태국어, 러시아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어야 했어요. 게다가 중국 영화 ‘무극’ 촬영기간과 겹쳐 중국어 대사도 함께 익혀야 했죠.”
그는 곽경택 감독과는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로 처음 만났다. 그때 서로에게 ‘필이 꽂혔다’는 장동건은 3년 전 곽 감독으로부터 이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떨렸어요. 해적, 멋있잖아요(웃음). 사실 출연 제의를 받고 별 고민을 하지 않았어요. 곽 감독을 믿으니까요. 곽 감독은 저도 모르는 저의 숨겨진 모습을 잘 끄집어내는 분이거든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출연 제의를 받자마자 곽 감독과 상의했을 정도로 그는 곽 감독에 대한 신뢰와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고 한다. ‘태극기…’와 ‘태풍’은 둘 다 남북 분단의 아픔을 주제로 한 영화. 따라서 그의 ‘태극기…’ 출연이 내키지 않을 수 있는데도 오히려 곽 감독은 적극적으로 출연을 권했다고 한다.
“그 영화를 해봐야 이번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며 적극 권하셨어요. 실제 이번 영화를 찍으며 ‘태극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걸 느끼고요.”
곽 감독 역시 “장동건은 촬영장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배우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잡아내서 이야기할 줄 아는 섬세함을 갖추고 있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파트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엔 부드러운 멜로 연기 도전하고 싶어”

영화에서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이정재와는 72년생 동갑내기. 두 사람은 세간에 라이벌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정우성과 함께 셋은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 이정재는 곽 감독 영화에 장동건이 출연한다는 말만 듣고 제작사를 찾아가 무조건 자기도 출연하겠다며 청탁 아닌 청탁을 했다고 한다.
“정재와는 알고 지낸 지가 오래되었어요. 함께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도 호흡이 잘 맞아요. 저와 정재는 맡은 캐릭터가 너무 달라 자칫 서로의 연기가 겉돌기 쉬워 촬영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연기를 맞춰가고 있어요. 라이벌이라고 하는 배우들끼리 연기를 하다보면 긴장감이 지나쳐 서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는데 우리 둘은 오히려 서로 챙겨주는 편이에요. 그게 더 좋은 연기를 나오게 하는 힘인 거 같아요.”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일상적인 캐릭터가 아닌 범상치 않은 광기 서린 인물들만 연기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이런 게 더 재미있다”고 답한다.
“영화를 고를 때 제 개인적인 선호도도 크게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할수록 평범하지 않은 인물에 대해 탐구하고 도전하는 게 재미있어요.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아직은 재미있고 좋은 점이 더 많아요.”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앞으로도 당분간은 멜로 영화는 안 할 거냐”고 묻자 “당연히 하고 싶죠. 어려운 역할만 연달아 하다보니까 힘들어요” 하며 웃는다. 맘에 쏙 드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언제든지 출연할 생각이라는 것.
그는 중국의 세계적인 거장 첸카이거가 감독한 무협 팬터지멜로 ‘무극’에도 출연했다. ‘무극’은 지난 5월 열린 칸영화제에서 15분짜리 홍보필름이 공개되었는데, 세계 영화인들의 격찬을 받으며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영화 역시 오는 12월 전 세계 동시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어 12월에 두 편의 대작에서 장동건의 전혀 다른 매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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