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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처음으로 독도 안내도 펴낸 지도 전문가 안동립

“제대로 된 지도 한 장 없이 ‘독도 사랑’ 외칠 수 없잖아요”

기획·송화선 기자 / 글·이영래‘자유기고가’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5.07.05 14:31:00

평생 지도 제작에 매달려온 안동립 사장. 올 초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독도 영유권분쟁이 전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하지만 과연 ‘우리 땅’ 독도의 모습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최근 국내 처음으로 독도 지도를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동아지도 안동립 사장을 만나보았다.
국내 처음으로 독도 안내도 펴낸 지도 전문가 안동립

평생 지도 제작에 매달려온 안동립 사장.


지도제작업체인 경기도 부천의 동아지도 사무실에 들어서자 안동립 사장(48)은 다짜고짜 두툼한 지도책부터 꺼내 보였다. 건장한 체구인 안 사장이 두 손으로 들어도 힘에 부쳐 보이는 두께의 책 제목은 ‘조선반도 지도집성(朝鮮半島 地圖集成)’. 일제가 조선에 대한 식민지 침탈을 본격화하던 1910년 펴낸 책으로,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이걸 보세요. 우리나라 구석구석, 논 밭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표시돼 있죠? 이런 지도가 있기 때문에 일본이 우리나라를 그렇게 철저히 지배할 수 있었던 겁니다. 부끄러운 일은, 남의 나라 사람들도 이렇게 꼼꼼한 지도를 갖고 있는데, 정작 당시 우리나라에는 이런 지도가 단 한 장도 없었다는 거예요. 그러니 그들은 수탈하고, 우리는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거죠.”
안 사장은 “지도는 단순히 길 찾는 데 사용하는 종이 조각이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역사·산업구조·정치체계까지 보여주는 중요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제국주의 시절 서구 열강들은 식민 침탈을 시작하기 전 먼저 그 나라의 지도부터 만들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우리 손으로 만든 세계 지도가 한 장도 없다고 한다. 세계 지도를 만들 만한 자본이나 축적된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지도 선진국 일본과 독도를 놓고 싸우고, 중국에 대해서는 동북공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라며 혀를 찼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소리를 높이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지도들을 좀 보세요, 독도가 어떻게 나와 있는지. ‘독도’라는 이름을 단 섬은 그려져 있지만 그 섬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안에 뭐가 있고 우리가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정보가 없잖아요. 일본에서 이미 1백 년 전에 만든 ‘조선반도 지도집성’보다도 못한 지도를 들고 우린 지금 일본과 싸우고 있는 겁니다.”

올 초 뜻하지 않게 군사 지도 구한 덕분에 국내 처음으로 독도 관광 안내도 펴내

그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직접 독도 지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업은 쉽지 않았다. 독도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최근까지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됐던 것. 그간 지도를 만드느라 전국 방방곡곡 가보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 역시도 독도에만은 발을 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또 군사시설보호구역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독도가 잘 나온 항공사진을 구하기도 어려웠다고.
그렇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려나왔다고 한다. 올 초 한국지도학회 이사 자격으로 모 부대의 초청을 받아 방문했는데, 한쪽 벽면에 독도 군사 지도가 붙어 있었던 것. 안 사장은 이 지도를 사진으로 찍어서, 지난 6월 마침내 ‘독도 관광안내도’를 펴냈다.
안 사장은 오랜 고생 끝에 만들어낸 독도 지도를 펼쳐 보여주었다. 동도, 서도 등 독도를 이루고 있는 두 섬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을 뿐 아니라, 바위 하나하나의 이름까지 꼼꼼하게 기록돼 있는 지도는 한눈에 봐도 남달랐다. 서도의 한쪽 구석에 있는 우물부터 어민 숙소로 이어지는 작은 길까지, 독도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세했다.

국내 처음으로 독도 안내도 펴낸 지도 전문가 안동립


“독도 내 시설물들은 군사 시설이 아니라 해경 시설이기 때문에 표시를 해도 문제될 게 없어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런 지도가 나오지 않은 건 상업성이 없기 때문이죠. 독도에 갈 사람이 거의 없는데 지도를 만들어야 얼마나 팔리겠어요. 저는 판매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도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 손으로 제대로 된 독도 지도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게 됐으니 기쁘죠.”
안 사장이 지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8년. 첫 직장으로 일본의 하청을 받아 지도를 제작하는 중소업체에 들어간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는 모든 지도를 수작업으로 그려낼 때라, 일본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적은 한국에 제작 하청을 맡겼다고 한다. 이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안 사장은 88년 ‘동아지도’를 창업해 직접 지도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93년 대전 엑스포 공식 지도제작사로 선정되면서 비로소 회사 운영에 숨통이 트였죠. 그때부터 독특한 아이디어를 담은 지도들을 펴내기 시작했어요.”
이 때부터 안 사장은 지도에 음영을 넣어 길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소위 ‘3D’ 기법을 개발하고, 한반도의 남쪽을 위로 올린 ‘거꾸로 지도’를 만들어 각각 특허를 획득하는 등 실험적인 지도 제작으로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거꾸로 지도’의 경우 지도의 맨 위에 제주도와 부산이 올라와 있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지도를 거꾸로 뒤집어 놓는 것만으로도 남쪽 지역을 살펴보는 것이 훨씬 편해진다는 것. 덕분에 ‘거꾸로 지도’는 지난 97년 발매된 이래 지금까지 1천만 장이나 팔리는 대히트를 쳤다고 한다.
안 사장은 올 초 ‘초정밀 5만분의 1 대한민국 지도’를 펴내 6개월 만에 무려 6만 권이 팔리는 ‘대박’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도 사업을 시작할 때 제 꿈이 역사에 남는 대한민국 지도와 세계 지도를 만드는 거였어요. 올 초에 정부가 펴내는 대한민국 국가기본도의 내용이 모두 담겨 있는 대한민국 지도를 내놓았으니 하나는 이룬 것 같아요. 이제 남은 건 정말 제대로 된 세계지도를 만드는 것뿐이죠.”
안 사장은 향후 몇 년 안에 우리나라가 중심에 놓인 세계 지도를 제작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성동아 2005년 7월 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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