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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한국 축구의 희망’ 전 국민의 관심 모으는 축구천재 박주영

“초등학생 시절부터 남다른 성장과정 & 어머니의 교육 열정 일화 공개”

기획·최호열 기자 / 글·김호’축구 전문 프리랜서‘ ||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5. 07. 04

축구천재 박주영 선수가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걸출한 실력에 성실함까지 갖추고 있어 내년 독일월드컵에서 또 한 번의 신화를 일궈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늘의 박주영이 있기까지 초등학생 시절 축구를 시작할 때의 모습부터 성장과정, 부모의 남다른 교육법에 대해 그의 스승들이 자세히 들려주었다.

‘한국 축구의 희망’ 전 국민의 관심 모으는 축구천재 박주영

“주영이는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천재입니다.”
박주영 선수(20·FC서울)에게는 자연스럽게 ‘축구천재’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재능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처럼 박주영 역시 성실함과 끝없는 노력으로 오늘에 이르게 됐다는 게 박 선수를 축구에 입문시킨 대구 반야월초등학교 시덕준 감독(43)의 이야기다.
“주영이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아이예요. 정말 엄청난 자신과의 싸움과 노력으로 오늘에 이른 선수죠. 성실함에 뛰어난 머리까지 더해진 거예요.”
“박주영이 반드시 세계적 스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시 감독은 “주영이가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 부모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고 말한다.
“주영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서 학년별 축구대회를 열었는데, 한 학생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게임마다 서너 골씩 넣는 골 결정력은 물론이고 점프력, 순간 스피드 등이 정말 대단했어요. 그 길로 주영이를 축구부원으로 발탁했죠.”
하지만 커다란 장벽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부모의 허락을 받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영이가 워낙 공부를 잘했어요. 반에서 1, 2등을 다투는 아이였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는데 대해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죠. 하는 수 없이 주영이가 학교에 오면 유니폼을 주고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 그 유니폼을 받아 제가 세탁을 해서 보관했다 다음날 다시 입히곤 하는 일을 반복했어요.”
‘한국 축구의 희망’ 전 국민의 관심 모으는 축구천재 박주영

하지만 부모의 허락 없는 축구부 생활은 한 달을 채 넘지 못했다. 어느 날 새벽, 운동을 하고 있는데 박주영 어머니 김옥란씨(54)가 학교에 찾아온 것.
“무척 화를 내셨어요. 주영이는 축구가 좋다며 안 가겠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손을 잡아끌고 가셨죠.”
그때 김씨는 주영이가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계속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것뿐 아니라 운동선수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걸 알기에 절대 운동을 시킬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하지만 시 감독 역시 주영이는 절대 놓치면 안 될 재목이라는 확신이 들어 부모를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대성할 수 있는 아이라고, 반드시 그렇게 만들겠노라고 3개월을 설득했어요. 그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오로지 주영이 생각뿐이었어요. 매일 주영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다시피 했죠. 3개월이 지나던 어느날 어머니가 학교에 오셨기에 이때다 싶어 차근차근 주영이의 뛰어난 재능을 설명하면서 설득을 했죠.”
시 감독의 지극정성에 결국 박주영 어머니가 두 손을 들었다. 축구를 하는 걸 허락한 것이다.
“나중에서야 주영이네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음을 알게 됐어요. 어머니가 처음에 운동을 못 시키겠다고 했던 데는 그 이유도 있었더라고요.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운동을 하는 데 돈이 많이 들거든요.”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개인연습까지 지켜보던 어머니
‘한국 축구의 희망’ 전 국민의 관심 모으는 축구천재 박주영

그토록 반대하던 박주영 어머니는 일단 허락을 한 후에는 열성적으로 아들을 후원했다고 한다. 각종 대회가 열릴 때는 물론이고 연습 때도 운동장을 지키며 아들 뒷바라지와 교육에 열정을 쏟았다는 것.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부모님들을 보아왔지만 주영이 어머니 같은 분은 처음이었어요. 매일 학교에 나와 주영이가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보약은 물론 주영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꾸준히 챙겨주셨어요. 옆에서 보는 제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죠.”
박주영 어머니의 교육철학은 합리적이면서도 엄격함 그 자체였다고 한다.
“굉장히 엄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자식교육을 시키는 분이셨어요. 주영이에게 항상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자세를 강조하시는 걸 보곤 했는데, 그런 어머니 교육 덕분에 주영이는 항상 솔선수범하며 노력하는 겸손한 아이로 자랐어요. 그뿐만이 아니었어요. 연습이 끝난 후 다른 아이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주영이는 매일 혼자 남아 개인연습을 했는데, 그때도 곁에서 어머니가 지키고 계셨어요. 어머니가 엄격한 감독이었던 셈이죠.”
그는 박주영 어머니의 자식교육은 요즘 나약하기만 한 아이들의 부모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어머니의 철저한 교육은 박주영의 성실함이 비단 축구부 생활에만 국한되지 않게 했다고 한다.
‘한국 축구의 희망’ 전 국민의 관심 모으는 축구천재 박주영

박주영의 골 세레머니는 항상 그라운드에 무릎꿇고 기도하는 것 단 한가지다.


“주영이는 학교생활에서도 반 학생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였죠. 내성적이면서도 친구들과 아주 잘 지냈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는 모범생이었어요. 운동을 하면서도 공부는 줄곧 상위권이었고요.”
시 감독은 박주영 아버지 박필용씨(54)에 대해 ‘법 없이도 사는 분’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박주영 교육에 열을 올린 반면 아버지는 조용히 뒤에서 후원하는 스타일이었다고.
“주영이 어머니도 일 처리가 분명하고 빈틈없는 분이시지만 아버지 역시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내는 분이셨어요. 워낙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시는 분이라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주영이 아버지 역시 조용하게 아들 뒷바라지에 힘쓰는 스타일이셨어요. 주영이는 ‘아버지가 항상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고 말해요.”
화려한 골 퍼레이드를 펼친 박주영의 골 세리머니는 단 한 가지다. 항상 푸른 그라운드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 이 또한 부모와 무관치 않다고 시 감독은 말한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죠. 어머니가 교회 집사님이에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주영이가 자연스럽게 교회에 다녔어요.”
시 감독에 따르면 박주영은 초등학교 때부터 신앙과 축구에 관한 일기를 매일 적으며 지금도 어머니가 만들어준 기도수첩을 지니고 다닌다고 한다. 또한 지금도 ‘축구천재’보다는 ‘다윗’으로 불리고 싶어 한다고.

축구밖에 모르는 성실함 지녀 성장 가능성 커
‘한국 축구의 희망’ 전 국민의 관심 모으는 축구천재 박주영

돌 때 모습.


신앙심은 박주영이 올곧은 선수생활을 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한다. 주량이 맥주 한두 잔으로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으며 대구에 있는 교회에서 만난 한 살 연상의 여자친구 외에는 여자와 관련한 소문도 전혀 없다. 소속팀 FC서울 고정운 코치는 “주영이의 생활 자세는 다른 선수와 견줄 수 없다. 축구밖에 모르는 성실함을 지녀 앞으로 차범근 같은 훌륭한 선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대구 반야월초등학교, 청구 중·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 2년에 재학 중이던 올해 초 FC서울에 전격 입단한 박주영은 키 182cm, 몸무게 70kg으로 축구선수로서 손색이 없는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국 축구의 희망이라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고3 때인 2003년 대구MBC배 고교축구대회 득점왕, 금강대기 전국 중고축구대회 득점상,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득점왕, 추계 중고축구연맹전 득점왕 등 각종 상을 싹쓸이했다.
또 고려대 1학년 재학시절인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 득점왕과 MVP를 거머쥐며 세계 축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더욱이 박주영은 2006월드컵 예선 탈락이라는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화려한 플레이와 골 결정력으로 구출, 독일행을 확정짓게 했다.
그는 6월3일 실마리를 풀지 못해 끌려가던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천금같은 동점골로 팀을 나락에서 구했고, 이어진 6월9일 쿠웨이트전에서도 전반 선제 결승골로 승부의 균형추를 단숨에 한국으로 돌려놨다. 이로 인해 그는 성인 국가대표 출전 단 두 경기 만에 ‘차세대 기대주’에서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대표팀 공격수 투톱의 한 자리는 박주영 몫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안정환, 이동국, 차두리, 설기현 등이 경쟁해야 하는 형국이다.
박주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그가 뛰는 경기에 관객이 구름처럼 몰리는 것. 지난 시즌 1만2천 명이던 박주영의 소속팀 FC서울의 평균 관중은 올해 들어 2만8천 명으로 1만6천 명 이상 늘었다. 구단에서는 박주영이 게임당 1만6천 명의 관중 동원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박주영 효과는 프로축구리그 전체를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다.
박주영을 지도한 고려대 조민국 감독은 “박주영은 차두리, 이천수, 최성국에게 부족한 부분을 모두 갖춘 선수”일 뿐 아니라 “차범근, 최순호, 황선홍, 안정환, 이동국 등 걸출한 스타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것이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최근 유럽의 빅리그 구단들이 박주영에 대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외신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특히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의 히딩크 감독도 그를 탐내고 있다. 히딩크는 최근 애제자 박지성(24)을 영국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보내야 할 상황이 되자 그를 대신할 스트라이커로 박주영을 첫손에 꼽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박주영에게는 세계 최정상의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하는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머리’와 ‘노력’을 겸비한 데다 겸손과 끈기를 잃지 않아 반드시 세계정상에 서기를 온 국민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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