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인 혜린이(9)가 엄마 안정희씨(37) 손을 잡고 남산에 올랐다. 평소 문정동 집 근처에 있는 길동생태공원 프로그램에 여러 번 참가했을 만큼 생태 체험에 관심이 많은 혜린이는 최근 생태 공원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남산을 방문한다는 사실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혜린이와 엄마가 처음 들른 곳은 남산식물원. 식물원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열대에 온 듯 무성한 나무들과 후끈한 기온에 깜짝 놀라는 혜린이의 모습이 귀엽다. 남산식물원에서는 곤충을 잡아먹는 끈적끈적한 식충식물과 사막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수많은 선인장이 볼거리. 혜린이는 엄마와 함께 안내판에 쓰인 식물 이름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읽어가면서 식물원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카메라로 식물이나 꽃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식물원 관계자에 따르면 사진을 찍을 때는 식물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는 안내판을 함께 찍거나 식물의 특징과 이름을 기록해두어야 나중에 기억하기 좋다고 한다. 얇은 봄옷을 입고도 더울 정도로 기온이 높은 식물원을 둘러본 혜린이는 식물원 옆에 있는 소동물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혜린이는 특히 눈 주위를 둘러싼 검은 줄무늬가 인상적인 너구리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안중근의사기념관. 탐방에 오기 전 안중근 의사 전기를 읽어보았다는 혜린이는 책 내용을 떠올리며 전시물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곳에서는 일제 시대에 쓰인 각종 총기류가 특히 혜린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혜린이와 엄마는 일명 가위바위보 계단으로 유명한 남산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전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인들이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사이좋게 내려오는 장면에 등장하던 이 계단은 남산식물원 앞에서 팔각정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계단 수가 무려 5백83개에 이른다고 한다. 엄마와 가위바위보를 하며 계단을 오르내린 혜린이가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식물원 앞 광장 분수대에 앉아 식물원에서 관찰한 것들을 그리는 사이 엄마는 그 곁에서 오랜만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책과 만화영화 자료가 가득한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남산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느라 목도 마르고 지친 혜린이와 엄마는 일단 서울애니메이션센터 1층에 있는 카페에 들렀는데 카페 가득 진열된 각종 만화 캐릭터 상품들이 혜린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혜린이의 경우 남산공원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미리 하지 못해 자유 관람을 했지만 아이와 함께 남산 탐방을 준비한다면 프로그램을 신청한 후 테마에 따라 코스를 정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생태 관련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면 남산식물원이나 야외식물원, 야생화공원 등을 구경한 다음 삼림욕을 즐기는 코스로, 역사 탐방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면 그 위주로 코스를 짜는 게 효과적이다. 문화 탐방으로 주제를 정했다면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보거나 탐구학습관을 방문한 후 서울애니메이션센터를 들러보는 것으로 내실 있는 탐방을 할 수 있다.
도심 속의 남산이 생태 공원으로 거듭난다. 지금까지는 소나무숲이 14km 길이의 철제 울타리로 가려져 있었지만 6월 말 철거된다. 또한 최근 들어 남산 곳곳에 생태 연못과 식물원 등도 조성되고 있다.
산책로
남산은 보통 장충동 국립극장과 남산식물원을 통해 오르는 게 일반적인데, 어느 코스를 이용해도 서울타워까지 1시간 30분이 채 걸리지 않으니 아이를 데리고 도전해볼 만하다. 특히 아카시아꽃이 만발하는 5월에 남산에 오르면 꽃향기에 취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남산식물원
1968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식물원. 좀처럼 접하기 힘든 관엽식물, 선인장, 분재, 난 등을 볼 수 있어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하는 곳이다. 또한 선인장원에서는 다양한 선인장을 3개 5천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5백원, 어린이 2백원. 문의 02-753-2563
남산 소동물원
식물원 옆에 자리 잡은 소동물원은 규모는 작지만 식물원과 함께 둘러보면 아이들과 함께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코스로 적당하다. 원숭이, 부엉이, 꽃사슴, 공작, 금계, 청둥오리, 검독수리, 수리부엉이 등을 볼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 문의 02-753-2563
남산 야외식물원
하얏트호텔 맞은편 남산 외인주택 철거지에 조성된 남산 야외식물원은 무궁화원, 유실수원, 약용식물원, 식용식물원, 덩굴식물원, 희귀식물원, 꽃나무식물원, 살구나무원, 야생산야초원, 철쭉·진달래원, 키 작은 나무 식물원, 경제림원 등 13개의 테마로 나뉘어 있다. 입장료 무료. 문의 02-753-2563
야생화공원
야외식물원 옆에 마련된 야생화공원은 계절별로 피는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곳. 생태 습지가 만들어져 있어 수생 식물도 볼 수 있다. 24시간 무료로 개방된다. 문의 02-753-2563
생태 체험 프로그램
남산공원에서 진행하는 생태 체험 프로그램으로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이 외에도 역사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데 참가를 희망할 때는 매달 25일경부터 인터넷 홈페이지(parks.seoul.go.kr/namsan)를 통해 미리 신청해야 한다. 문의 02-753-7060
식물원예교실12월까지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남산 야외식물원에서 무료로 열린다. 식물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꽃묘 재배 실습에도 참여할 수 있다. 모집 인원은 50명.
숲속여행11월까지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마다 진행된다. 숲 해설가와 함께 2~3km의 숲길을 걸으면서 나무, 꽃, 곤충, 조류 등 자연 생태에 관한 재미있는 해설도 듣고 직접 관찰도 해볼 수 있는 자연 탐방 프로그램이다. 완만한 지형에서 여유로운 일정으로 진행된다. 모집 인원 60명 내외.
소나무교실매주 화, 수요일 오후 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소나무교실은 20여 명의 참가 인원이 북쪽 순환로를 따라 조성된 소나무 탐방로를 걸으면서 남산의 소나무에 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소나무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야생화공원나들이매월 첫째, 넷째 화요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되며 한국 야생화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함께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다. 30명 모집.
조선왕조 5백년 도읍지인 한양 중심에 자리한 남산에는 그 역사만큼이나 많은 유적지가 남아 있다.
남산전시관
남산의 역사와 유래, 전설에 대한 자료뿐 아니라 봉수대와 한성성곽 등 남산 주변 유적에 대한 자료를 함께 전시하고 있다. 하얏트호텔 맞은편에 있으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의 02-753-2563
안중근의사기념관
일제 시대 독립투사인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는 기념관. 실내 전시실과 안의사 광장으로 나뉘어 있다. 실내 전시실은 안중근 일대기, 하얼빈 의거, 재판 과정을 다룬 영상물과 옥중 생활 모형, 활약상을 다룬 그래픽과 안중근 의사가 남긴 글씨 등을 통해 안중근 의사의 생애와 위업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안의사 광장에는 동상과 어록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어른 1천원, 학생 7백원, 6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다. 문의 02-771-4195, www. patriot.or.kr
장충단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 때 죽은 충신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1900년에 세운 제단. 장충단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조선 태종 때 청계천 수량을 측정했던 수표교 돌다리가 있으며 장충 리틀야구장, 테니스장 등이 마련되어 있다.
한성성곽
조선 태조가 축조한 토성으로 1977년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장충체육관에서 남산 동쪽까지 1.53km, 남산 동쪽에서 남산 서쪽까지 1.693km가 복원되었다.
봉수대
남산에는 조선 초기부터 1894년 갑오개혁 때까지 5백여 년간 통신수단으로 쓰인 봉수대가 다섯 군데 있다. 봉수는 밤에는 봉(횃불), 낮에는 수(연기)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고대의 통신 수단. 현재 다섯 곳 중 하나가 복원되어 있으며 팔각광장에서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는 도로 북쪽에 봉수대가 있던 장소를 표시하는 표석이 있다.
역사 체험 프로그램
남산역사교실남산전시관에서는 남산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남산역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2, 4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되며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남산의 역사와 유래, 봉수대와 한성성곽을 비롯한 남산 주변의 문화 시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참가인원이 20명으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미리 신청하는 것이 좋다.
남산 문화 탐방
남산에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국립극장을 비롯해 직접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는 탐구학습관 등 다양한 문화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교육연구원 탐구학습관
아이들이 직접 전시물을 조작하고 작동시켜보면서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체험 학습장이다. 기초과학, 생활과학, 과학문화재 등 분야별로 나뉜 4개의 열람실로 꾸며져 있다. 이 밖에도 1백20명이 동시에 별자리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천체투영실, 인터넷 교실, 수생생물실, 곤충표본실이 있다. 교과 과정에 포함된 내용들을 주로 전시하므로 아이들과 꼭 한번 방문해보자. 방문 전에 인터넷 홈페이지(www. sesri.re.kr)에 들러 탐구 보고서와 관람자용 리플릿을 내려받는 것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의 02-311-1264, 1276
서울애니메이션센터 1층에 마련된 카페에서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남산 탐방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는 혜린이와 엄마 안정희씨.
탐구학습관 견학과학교사 자격증을 가진 지도교사의 안내를 받으며 탐구학습관을 둘러본다. 11월까지 매일 오전 10시30분, 11시30분, 오후 1시30분, 2시30분, 3시30분 등 5회에 걸쳐 진행된다. 지하 3층에 있는 제1전시실 입구에서 출발한다. 전화로 미리 신청해야 한다.
천체투영실 관람탐구학습관 지하 1층에 마련된 천체투영실에서는 사계절 별자리와 별자리 신화에 얽힌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다. 오전 11시, 오후 1시, 2시, 3시, 4시 등 총 5회 상영된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맘대로 즐길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 일요일에도 운영되는 ‘만화의 집’에서는 학습 만화에서 일반 만화까지 다양한 종류의 만화책을 맘껏 볼 수 있다. 또한 영상정보실에는 만화 비디오를 대여해 바로 볼 수 있는 미니 시어터가 있다. 모두 무료로 즐길 수 있으며 만화를 보거나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대여할 때는 신분증만 제시하면 된다. 초등학생의 경우 다니는 학교와 학년을 말하면 신분증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1층 카페에서는 간단한 음료와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며 다양한 만화 캐릭터 상품도 구경할 수 있다. 월요일에는 휴관한다. 문의 02-3455-8484, www.ani.seoul.kr
국립극장
1950년 아시아 최초로 세워진 국립극장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장이다. 해오름, 별오름, 달오름으로 이름 지어진 세 개의 대형 극장과 야외에 마련된 하늘극장이 있다.
국립극장문화학교판소리와 춤, 국악등 우리 전통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 주 1회, 총 1년 과정으로 진행되며 보통 2~3월 사이에 모집 공고가 난다. 프로그램 수강료는 약 40만원 선. 1년 정규 과정 외에도 방학 중에 단기 강좌를 개설하므로 방학시작 한 달 전쯤 일정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문의 02-2277-3431, www.artedu21.or.kr
엄마와 함께 하는 국악보따리어린이를 위한 국악 콘서트. 로비에서 무대까지 신기한 볼거리와 체험의 공간이 가득하다. 로비에서는 국악기를 직접 만져보고 연주도 해볼 수 있다. 무대와 객석이 어우러져 노래를 불러보고 배우들, 어린이 사물놀이패와 함께 동요와 추임새를 배워본다.기간 4월30일~5월5일 오후 4시장소 달오름극장문의 02-2280-4115~6, www.ntok.go.kr
독일문화원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이름을 따 ‘괴테 인스티투트’라고 불리는 독일문화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창 너머로 남산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와 그야말로 저절로 책이 읽고 싶어지는 곳이다. 독일어로 된 동화책과 어린이 비디오가 준비되어 있으므로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좋다. 도서관 외에 전시장, 음악당, 카페테리아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자료를 대출하기 위해서는 도서대출증이 필요한데, 증명사진 한 장과 신분증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 문의 02-754-9831, www.goethe.de/os/seo/koindex.htm
혜린이와 엄마 안정희씨는요… 혜린이와 함께 나들이하는 것을 즐겨 ‘여성동아’ ‘독자 나들이 체험’ 기사를 빼놓지 않고 읽는다는 안정희씨. 혜린이는 이날 방문한 곳 가운데 남산식물원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꼽았는데 두 모녀는 평소에도 생태 공원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요즘 같은 봄에는 일주일만 지나도 나무와 풀이 눈에 띄게 자라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고.
※ ‘여성동아’에서는 2005년 6월호에 게재될 ‘독자 나들이 체험’에 아이와 함께 참여할 주부를 찾습니다. 참여할 분은 사연을 적어 hklee9 @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참가하신 분께는 육아·생활용품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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