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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궁금한 이남자

드라마 ‘토지’에서 형수와 운명적인 사랑 나누는 탤런트 김유석

“가진 자보다 못가진 자가 제겐 더 매력적이에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장소협찬·영동호텔 ■ 의상협찬·진도모피 레드페퍼 아야모리에 켄네스콜레

입력 2005.02.11 14:34:00

탤런트 김유석이 SBS 주말드라마 ‘토지’ 초반 인기몰이 주역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형수인 서희의 어머니와 불륜의 사랑을 나누는 김환으로 열연 중인 것. 실제로는 착한 아내와 일곱 살배기 아들을 둔 행복한 가장인 그가 들려준 촬영 뒷얘기와 결혼생활.
드라마 ‘토지’에서 형수와 운명적인 사랑 나누는 탤런트 김유석

지난2003년 SBS 사극 ‘왕의 여자’에서 임해군으로 열연해 호평을 받았던 탤런트 김유석(38)이 2년 만에 다시 출연한 시대극인 SBS 주말드라마 ‘토지’에서 색다른 연기변신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왕의 여자’에서의 광기를 벗고 가슴 시린 멜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것.
극중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서희의 할머니 윤씨부인이 동학 접주에게 겁탈당해 낳은 아들 김환. 서희의 집안에 하인으로 잠입했다 서희의 어머니인 별당아씨와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하지만 훗날 일제 치하에서 격변하는 사회의 희생양이 되어 소중한 가족을 잃고 동학혁명에 모든 것을 바치는 인물이다.
“김환은 출생의 비밀로 인해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가장 사랑해야 할 가족을 가장 증오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에요. 또 별당아씨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거부할 수 없는 처지였죠. 이번처럼 여배우를 많이 업고 뛰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사랑은 아름다운 사랑이라기보다 비극적이고 고통스럽고, 그러면서도 서로 상처를 어루만져주면서 의지해나가는 그런 사랑이에요.”
사실 그는 ‘왕의 여자’ 이후 여러 작품에서 출연 섭외가 들어왔지만 학창시절부터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인 ‘토지’를 선택했다고 한다. 더욱이 아침드라마로 그와 인연을 맺은 PD가 연출을 하는데다 “네가 김환 역에 더없는 적임자”라며 신뢰감을 보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촬영을 시작했는데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한번은 눈이 많이 필요한 장면인데 내내 오지 않아 산에 오르고, 머물렀다, 내려오는 세 컷의 장면을 강원도와 하동을 오가며 몇 번씩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즐겼어요. 전 연기를 하면 몸은 피곤해도 신이 나요. 할 수 있는 게 연기밖에 없어서 그런가봐요(웃음).”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꾸던 그가 연기자가 되기로 구체적으로 마음먹은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그는 연극영화과는 미남들이나 갈 수 있는 데로 여겨 아예 포기하고 대신 고1 때부터 연극을 많이 보며 간접 경험을 쌓고, 고3 때는 재수생이라 속이고 정식 면접을 거쳐 극단 산울림에 워크숍 단원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의 매력에 빠진 그는 당시 서울 시내 대학의 연극영화과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실력이 되었지만 대학 진학보다는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런 그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은 극단으로 입시 준비를 하러 온 한 여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 친구가 연극영화과에서 어떤 시험을 보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다 가르쳐 동국대 연영과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4년 동안 학업에 충실하며 공부에 재미를 느낀 그는 졸업과 동시에 러시아의 명문 쉐프킨국립연극대학에 들어갔다. 동국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던 학교라 교환학생 자격으로 유학을 간 것. 그는 그곳에서 2년 동안 연기실기에 관한 공부를 하고 나서 슈킨국립연극대학으로 옮겨 또 2년 동안 역할 탐구에 대한 공부를 했다.
러시아 유학시절 대학동기 박신양과 한방 쓰며 돈독한 우정 다져
“말이 통하지 않아 처음 한 학기 동안은 벙어리 겸 귀머거리로 지내다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말문이 트였어요. 궁하면 통한다고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니까 하게 되더라고요.”

드라마 ‘토지’에서 형수와 운명적인 사랑 나누는 탤런트 김유석

연기를 할 때는 낯선 사람과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는 김유석.


그는 “당시 러시아는 무척 혼란한 시기였다”면서 “춥다는 말로는 부족한 모스크바의 겨울 날씨, 국가에서 지원이 되지 않아 수프에서 금방이라도 바퀴벌레가 나올 것 같은 지저분한 식당까지도 지금은 아득하고 그리운 추억이 됐지만 그때는 볼 때마다 한숨이 나게 하는 고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래도 그 4년의 경험이 지금 그의 연기생활과 인생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그는 “막히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마음을 추스른다”고 말했다.
낯선 러시아에서 그가 크게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며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처음 2년간 함께 방을 쓰며 유학생활을 했던 영화배우 박신양 덕분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동국대 연영과 동기로 1학년 때부터 줄곧 붙어 다니고, 유학생활도 함께한 것.
“신양이는 2년간 공부하다 사정이 있어 저보다 일찍 한국으로 돌아오고 저는 계속 남아서 공부를 하느라 한동안 만날 수 없었지만 요즘도 자주 연락하며 지내요. 며칠 전에도 전화통화를 했는데, 남자들 사이에서는 잘 나간다고 친구 모른 척하면 바로 매장당하거든요(웃음).”
그는 “신양이는 예나 지금이나 좋은 친구”라면서 “연예인들은 자기 생활에 익숙해져 ‘변했다’ ‘건방져졌다’는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는데 신양이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연예인들은 연기 연륜이 쌓여갈수록 더욱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타성에 젖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걸 잘 경계하면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을 러시아에서 배웠어요. 그곳에서 정말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어요.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성스러운 일인지, 또 연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분들을 통해 배웠죠.”
러시아에서 4년 동안 머물며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 96년 귀국 후 한동안 성균관대와 동국대에서 연기실기에 대한 강의를 했다.
“수업이 독특해서 그랬는지 학생들 반응도 좋고, 저도 인기가 많았어요(웃음). 지금은 못하고 있어요. 강의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참 보람된 일이기는 하지만요. 사실 유학을 다녀온 거나 대학 강의를 나간 것은 교수가 되거나 선생을 업으로 하기 위함은 아니었어요. 러시아에서 배운 공부가 굉장히 유익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였어요. 러시아 유학은 연기 공부의 연장일 뿐, 전 배우이고 싶어요.”
비록 대학 강의는 못하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꾸준히 해온, 극단 미추 단원들에게 연기실기를 지도하는 일은 계속 하고 있다고 한다. 96년 귀국 후 1년 동안 지인들과 함께 연기실기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미추 연극학교를 만드는 데 전력을 쏟아부었는데 이후 8년째 이곳에서 연기지도를 해온 것.
“지금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신진배우들이 미추 출신이에요. 제가 가르쳤던 제자들을 만나게 될 때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껴요.”
그는 귀국 후 이듬해인 97년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원도의 힘’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 정식 데뷔했다. 또 98년에는 김기덕 감독의 ‘섬’을 찍었다. 두 작품 모두 개봉은 1년 후에 했는데 세계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 주연배우였던 그도 주목을 받았고 2002년 MBC 아침드라마 ‘사랑을 예약하세요’의 남자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안았다.
이후 절정의 인기를 누린 적은 없어도 꾸준히 탄탄대로를 걸어온 그는 “무명시절의 설움이라고 할 만한 게 전혀 없다”면서 “어릴 때부터 큰 난관 없이 평탄하게 살아온 것 같다”며 초등학교 때의 에피소드 한 토막을 소개했다.

드라마 ‘토지’에서 형수와 운명적인 사랑 나누는 탤런트 김유석

“그때 제가 학교 짱이었어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도 윗동네 아이들하고 붙어 연탄재를 날리며 싸우고 그러면서 싸움 잘 하면 최고인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니까 구구단 못 외우고 글 못 읽는다고 선생님한테 야단맞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지지 말아야지 하는 도전의식이 생긴 것 같아요. 이후 지금까지 거북이처럼 산을 오르다보면 언제 올라가지 하는데 어느새 올라와 있고 그랬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확 뜬 적도 없지만 저도 원치 않아요. 제 연기를 보시고는 ‘그때 정말 잘 봤다. 연기 정말 좋았다’ 하고 진심으로 말해주는 분들이 많아 좋아요. 연기 잘 한다는 말보다 배우에게 더 기운나는 칭찬은 없을 거예요. 앞으로도 저는 매일, 또 해가 갈수록 더 좋아질 거라 믿고 그렇게 되길 바래요.”
절정의 인기 누린 적 없지만 큰 고비 없이 꾸준히 탄탄대로를 걸어와
그에게 하고 싶은 역할이 뭐냐고 물었더니 자신에게는 삼류 정서가 있는 것 같다면서 “가진 자보다는 못 가진 자가 더 매력적이고,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니콜라스 케이지처럼 인생의 끄트머리에 선 사람들, 인생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기하고 싶다”고 밝힌다.
현재 그는 두 살 연하의 아내, 일곱 살배기 아들 민재와 함께 서울 상도동에 살고 있다. 아내와는 러시아에서 공부할 때 만나 96년 귀국해서 결혼했다는 그는 “아이를 위해 2년 넘게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며 상도동으로 이사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동육아’는 한 동네에 사는 뜻 맞는 20~30가구의 부모들이 조합을 이뤄 선생과 부모가 함께 육아를 담당하는 일종의 육아 프로그램으로, 모든 운영을 부모가 담당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돌아가면서 청소도 하고, 밥도 차려주고, 내부도 꾸미는 등 공동육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그가 이런 공동육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년 전, 민재를 데리러 유아원에 갔다가 나란히 줄 맞춰 앉아 넋을 놓고 TV를 바라보는 아이들, 한 아이가 울면서 밥을 먹고 있는데도 멀찍이서 쉬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디 괜찮은 데가 없을까 찾아보다가 공동육아를 택하게 됐는데 저도 한 달에 한 번씩 가서 청소를 하고 있어요. 또 제가 가면 ‘민재아빠’ 하면서 아이들이 안기고요. 부대시설을 만드는 것도 부모가 가서 하는데 제가 세트를 잘 만들어요.(웃음)”
그는 “공동육아를 하면 아이들이 수십 명의 부모에게서 보살핌을 받고 서로 어울리면서 공동체생활과 그에 필요한 마음가짐을 배우게 된다”면서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만 나면 아이, 가족과 보내려고 노력한다며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큰 행복이자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아이가 투정부리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대뜸 “얘기를 하죠” 하고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처음에 공동육아를 하는 곳이 상도동에 있다기에 어떤 곳인가 한번 보러 갔는데 아이들이 장난감 하나 놓고 서로 타고 싶어하니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상의를 하더라고요. 우리 이거 누가 탈지 얘기해보자 하면서 30분 동안 지네들끼리 얘기하더군요. 선생님은 그 옆에서 지켜보고 있고요. 결국은 장난감을 지하실로 갖다놓았어요. 아무도 타지 않기로 하고요. 아이와 얘기한다는 것이 참 힘든데, 하면 되더라고요(웃음).”
그는 아내에게도 자상한 남편인 듯했다. 그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은 것에 불만이 있는 아내를 위해 등산을 함께 다니며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있는 것.

드라마 ‘토지’에서 형수와 운명적인 사랑 나누는 탤런트 김유석

아이가 태어나면서 한층 성숙해졌다고 말하는 김유석.


“공유하는 게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대화하면서 스킨십 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어요(웃음). 가정을 꾸리니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좋아요. 그래서 결혼 안 한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가정을 꾸려라.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아라. 그리고 나중에 필요하면 결혼하라’고요. 저는 결혼하면서도 달라졌지만 아이의 탄생으로 참 많이 달라졌어요. 한층 성숙해졌다고 할까요. 아이가 생긴 다음부터 사람이나 사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고 깊어진 것 같아요. 사랑을 예전에는 너무너무 좋아하는 한 가지 색깔로 표현했다면 지금은 여러 가지 색깔의 사랑이 눈에 보이는 거예요.”
그는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에 출연하면서 오연수씨와 친해졌는데 실제로도 아이엄마라 연기로 표현하는 느낌이 결혼이나 출산 경험이 없는 다른 연기자와 달랐다”면서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친구가 임산부 연기를 할 때는 사랑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오연수씨에게서는 느껴졌다”고 말했다.
“배우는 아이를 꼭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고 또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거든요. 아이와 대화하면서 말도 더 잘 통하게 되고 둘만의 비밀도 생기죠. 저희 아이도 나와 비밀친구라는 생각에 여자친구 얘기도 털어놓더라고요. 또 아이가 부부싸움을 할 때도 중재를 해주고요. 저희 부부는 자주 싸우는데 돌아서면 금세 잊어버려서 오래가질 않아요. 싸울 때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이런 것 때문에 싸울 거거든’ 하고 설명해준 다음 싸우는데 아이가 지켜보다가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 편을 들어주더라고요.”
그는 올해 많이 바빠질 듯하다. 그가 지난해 찍은 영화 ‘먼길’이 3월 초에 개봉하고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찍은 영화가 올해 안에 개봉할 예정인 것. 또 조만간 새롭게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와 2월 초부터 출연하기로 한 일일드라마가 있어 올해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 같다고 한다. 이번 일일드라마에서는 ‘토지’의 김환과는 상반된 재미있고 밝은 캐릭터를 맡았다는 그가 선보이게 될 연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여성동아 2005년 2월 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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