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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구미화 기자의 참참참~ 교육법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이 들려주는 ‘가정에서 꼭 해야 할 어린이 성교육’

“남을 존중하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가 성교육의 시작이죠”

■ 글·구미화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5.02.11 11:59:00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10여 년 동안 전체 상담 중 어린이 성폭력 피해 상담이
20~25%를 차지했다. 충격적인 건 성폭력 가해자가 어린이인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0대 가해자 중 절반 정도는 13세 미만 어린이라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을 만나 가정에서 꼭 해야 하는 성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이 들려주는 ‘가정에서 꼭 해야 할 어린이 성교육’

지난연말 미성년자에 의해 자행된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보도돼 세밑 민심을 흉흉하게 했다. 경남 밀양에서 고교생 40여 명이 여중생 자매 등 10대 여학생 5명을 1년여 동안 집단 성폭행한 사실이 알려진 뒤 불과 열흘도 안 돼 부산에서 초등학교 3, 4학년생들이 12세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해 충격을 준 것. 1년여 동안 수십 명의 남학생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밀양 여중생의 경우 경찰에 신고하기 전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으며 현재까지도 자살 충동을 강하게 느끼고, 불안감과 우울증이 심해 서울시내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중 가해자가 10대인 경우는 매년 20~25%에 달하고,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13세 미만 어린이가 차지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잠재적인 피해자로만 여겨졌던 어린이가 성폭력 가해자로 등장하고 있는 것. 문제는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으며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46)은 “어린이들의 경우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며 “누구나 잠재적으로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자신의 아이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염려만 할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신체 발달 속도가 빨라져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여자 아이는 초경을 시작하고, 남자 아이는 몽정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TV 프로그램과 인터넷, 음란 서적,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매매 알선 광고 등을 통해 아이들이 어른들의 왜곡된 성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자신의 신체와 성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다. 현재 초·중·고교에서는 1년에 10시간씩 성교육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학교 교육만으로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 지식과 관념을 갖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이 소장을 비롯한 성교육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따라서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성에 대해서 어떤 것이 올바르고 아름다운 것인지, 더 나아가 품위 있는 것인지를 부모가 자녀에게 식사 예절을 가르치듯 직접 일러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성교육의 필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몰라 고민스럽기만 하다. 더욱이 아직까지 부모 세대는 월경이나 몽정 등 성에 관한 이야기를 자녀와 자연스럽게 나눌 만큼 성에 대한 인식이 깨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저희 때만 해도 왜장한테 손을 잡힌 아낙네가 손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어요. 여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순결주의가 절대적인 줄로만 알았죠. 강간에 대해서도 여자가 강하게 거부하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결국 여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팽배했죠.”
신체 부위의 정확한 명칭 알려주고 좋은 느낌과 싫은 느낌 구분하게 해야
이 소장은 “성교육을 하는 사람이 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아이가 성을 인식하는 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자녀에게 성교육을 하기 전에 우선 부모가 성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갖고, 성폭력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 스스로 자신의 성을 좋은 것, 겪어가면서 깨닫는 것,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으면 자녀에게 왜곡된 성 관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 자녀가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성에 대해 질문할 때도 당황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침착하게 응해야 한다고 한다. 부모가 당황하는 것을 아이가 눈치 채면 ‘이런 질문은 해서는 안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다음부터는 혼자서 궁금증을 해결하려 한다는 것.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할 때는 “엄마가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알아보고 이야기해줄게” 하고 잘 달랜 뒤 적당한 표현을 찾아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이 들려주는 ‘가정에서 꼭 해야 할 어린이 성교육’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이미경 소장.


“성교육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하는 게 좋아요. 평소 부모가 아이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정 표현을 하고, 아이를 자주 안아주면서 스킨십을 경험하게 하는 게 좋죠. 목욕시키면서 신체 부위의 정확한 명칭을 알려주고, 그 기능도 설명해주는 게 좋고요. 가정의 분위기와 아이의 수준에 맞게 자연스럽게 성을 알아가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보통 일정 연령이 되면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는 아이들에게 신체 부위를 설명할 때는 남자와 여자가 다른 곳은 다 같지만 ‘고추’와 ‘잠지’는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일단 아이들 귀에 익은 고추, 잠지라고 표현한 뒤 “어려운 말로는 음경, 음순이라고 한다”고 덧붙여 정확한 명칭을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 부위는 우리 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일러줘야 한다고.
“아이에게 수영복을 입히고 가르치면 좋아요. 수영복으로 가려진 부분은 특히 중요하면서도 약하기 때문에 남에게 보여주거나 다른 사람이 함부로 만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알려주죠. 만약 누군가 자신의 중요한 몸을 함부로 만졌을 때는 반드시 엄마 아빠에게 알려야 한다고 일러주고요. 성폭력 가해자들이 대부분 ‘우리만의 비밀로 하자’ ‘네가 예뻐서 그러는 거야’ 하는 식으로 아이들을 회유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 다음엔 좋은 느낌과 나쁜 느낌을 구별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때는 실례를 들어 아이의 판단을 돕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에게 “엄마가 ‘사랑해’ 하고 안아주면 기분이 어때?” “아빠가 심부름 잘 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면?” “친구가 싫은 별명을 부르면서 놀리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길 때는 어떤 느낌이 들지?” “모르는 어른이 와서 팬티를 벗기려고 하면 어떨까?” “친구랑 엄마, 아빠 놀이를 하다가 싫은데도 옷을 벗어야 한다면?” 하는 식으로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들어 싫은 느낌과 좋은 느낌을 구분하게 하는 것.
“좋은 느낌과 싫은 느낌을 구분한 뒤에는 수영복 안의 내 몸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만지거나 보거나 해서 싫은 느낌을 주는 것은 나쁜 일이기 때문에 싫은 느낌이 들 때는 ‘싫어요’ ‘안 돼요’라고 말해야 한다고 가르쳐요. 자신에게 싫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친척이나 친구들처럼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도 싫은 느낌을 주면 ‘싫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라고 강조하죠.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싫은 느낌을 주는 행동은 나쁜 행동이고, 내가 싫은 느낌을 받고 싶지 않은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에게 싫은 느낌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일러주는 것이 중요해요.”
남자 아이들의 경우 짓궂게 여자 아이들의 치마를 들친다거나 속옷을 잡아당기는 일이 흔한데 상대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으므로 하지 말도록 주의를 줘야 한다고 한다. 성폭력은 어떤 의도로 했는가보다 당하는 사람의 느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그 당시에는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다가 훗날 어느 순간 문득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고, 성교육을 받던 중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성폭력을 당했다며 피해의식에 빠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이 소장은 그런 점에서 남자 아이를 둔 부모들이 성교육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남성 중심적 사고가 많이 남아 있는데 성교육을 할 때도 그대로 드러나요. 여자에게는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태도를 여자다움이라고 가르쳐왔지 거절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거든요. 반면 남자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고추를 내놓고 다니게 하면서 자긍심을 키워줬어요. 그렇다보니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의 부모들은 대부분 ‘우리 아이가 그랬을 리가 없다’고 하거나 ‘둘이 좋아서 장난치다 그런 건데 뭘 문제 삼냐’는 식의 반응을 보여요. 피해자의 심정을 헤아리기보다 자신의 아이가 기죽을까 염려하죠.”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이 들려주는 ‘가정에서 꼭 해야 할 어린이 성교육’

이미경 소장은 요즘 부모들이 자녀를 자기 중심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꼬집으며 생명을 존중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폭력 사례를 숱하게 접해본 이 소장은 “12세 미만의 경우 소년법도 적용을 받지 않다보니 가해 아이들의 부모가 너무도 당당하다”며 “하지만 당장에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아이에게 무엇이 잘못된 건지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를 감싸기만 하면 아이가 뭐가 옳고 그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처럼 장래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실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성폭력 가해자의 재범률이 36%에 달한다.
부모들이 자녀 성교육 문제로 고민할 때 가장 염려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음란물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쉽게 접하는데 이 소장은 “음란물 자체를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부모가 아이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가 음란물을 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현장을 목격했을 때 ‘아니 내 아이가’ 하며 당황할 게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걸 인정하고, 아이와 얘기를 나눠보는 게 좋아요. ‘넌 그걸 봤을 때 기분이 어땠니?’ ‘엄마(아빠)는 좀 그렇더라’ 하는 식으로 솔직한 느낌을 나누고, ‘거기에 집착하면 네가 해야 하는 공부나 다른 활동에 소홀해지지 않겠냐’며 아이 스스로 자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면 아이가 부모의 눈을 피해 더욱 탐닉할 수 있거든요.”
이 소장은 성교육이라는 게 적정 연령과 원칙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며 성장기에 있는 자녀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자연스럽게 성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를 위해선 부모가 평소 어린이 성교육에 관심을 기울여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특히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만난 학생들을 통해 아버지가 성교육에 참여한 가정의 경우 아이들이 성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만은 나를 믿어줄 것이라는 확신 심어줘야
“딸이 초경을 했을 때 케이크를 선물한다든가 해서 아이의 성장에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참여하면 아이의 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긍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요. 아버지와 딸이 성에 관한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죠. 남자 아이를 둔 가정의 경우 아버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죠. 남자 아이가 자위행위를 하면 엄마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라도 가서 ‘야, 너 요즘 그러니? 나도 그런 거 다 해봤어’ 하며 아버지의 경험을 들려주면 아이가 덜 쑥스러워하고, 부자간의 새로운 정도 싹틀 수 있죠. 부모에 대한 신뢰도 커지고요.”
이 소장은 아이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아이와 친밀감을 유지하고, 아이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이때 부모가 자신을 믿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든 부모가 나를 믿고 도와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혼자 고민하지 않고 부모에게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간혹 성폭력을 당해 임신한 청소년이 찾아와 중절수술을 해달라는 경우가 있는데 부모의 동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집에 연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며 부모를 걱정하고, 한편으로 두려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가장 힘든 처지에 있을 때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점이 무엇보다 안타까웠다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이 들려주는 ‘가정에서 꼭 해야 할 어린이 성교육’

이미경 소장은 자녀 성교육에 앞서 부모가 먼저 성에 대해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문제는 피해자든 가해자든 감추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져요. 특히 성폭력 가해자들이 대부분 아이들에게 ‘말하면 죽이겠다’는 등의 협박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러한 협박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하려면 평소 ‘나는 언제나 너를 지켜주고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며 아이에게 믿음을 주고 안심시키는 것이 필요하죠.”
최근 일어난 일련의 성폭력 사건을 지켜보며 이 소장은 가해 학생들도 어찌 보면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와 성교육 부재가 낳은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데 그 관심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를 심어줬다는 것. 때문에 그는 어린이 성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간과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몸에 익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자랄 때는 형제가 많아 콩 한 쪽도 여러 명이 나눠 먹어야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형제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많다보니 모든 걸 혼자 소유해 버릇해서 자기 중심적이에요. 자기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지 남의 입장을 배려할 줄 몰라요. 작은 것 하나도 다른 사람과 나누고,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태도가 바로 성교육의 시작이죠. 내가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남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여성동아 2005년 2월 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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