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 비너스의 탄생, 1486년경, 캔버스에 템페라, 172.5×278.5cm, 피렌체, 우피치 갤러리
화가들은 초상화를 그릴 때 인물의 모습을 닮게 그릴 뿐 아니라 그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 직업, 취미 등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관례와 달리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이도록 표현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신화 속의 주인공이나 유명한 영웅으로 인물화를 그리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그림 속 주인공을 신화나 역사의 유명한 인물에 빗대어 더욱 멋지게 꾸며주기 위해서입니다.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도 그런 종류의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미의 여신인 비너스가 바다에서 태어나는 모습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비너스의 발 아래 조가비가 그려져 있는 것은 엄마의 몸을 빌리지 않고 직접 바다에서 태어났음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아름다운 비너스가 탄생하자 그림 왼편에서 서쪽 바람의 신 제피로스와 꽃의 여신 클로리스가 꽃바람을 불어 비너스를 뭍으로 보내줍니다. 뭍에 있던 계절의 여신은 망토를 들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여신을 따뜻하게 맞아줍니다. 봄의 여신이기도 한 비너스가 뭍에 당도했으니 이제 세상에는 계절의 여왕 봄이 찾아올 것입니다.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그림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 그림은 시모네타 베스푸치를 모델로 해서 그려졌습니다. 시모네타는 당시 피렌체의 유력한 가문인 베스푸치 집안의 귀부인이었지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시모네타를 칭송하지 않는 피렌체인은 진정한 피렌체인이 아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보티첼리는 바로 이 그림으로 시모네타의 아름다움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미인박명’이라는 말처럼 시모네타가 일찍 죽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그림은 시모네타가 일찍 죽은 뒤 그려진 ‘사후초상’입니다.
한 가지 더∼
신화 속에는 위대한 신과 영웅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서양미술에서는 초상화 속 모델을 멋지게 꾸며 그리고 싶을 때 신과 영웅의 이미지를 자주 차용합니다. 나폴레옹을 제우스로, 태양 왕 루이14세를 아폴로로 묘사한 것도 바로 이런 경우이지요. 그리고 17세기 바로크의 대가 루벤스는 자신의 두 부인을 미의 세 여신인 비너스, 헤라, 아테나로 그렸습니다.
이주헌씨는 … 일반인들에게 그림을 쉽게 설명해주는 일을 하는 이주헌씨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 문화마을에서 살고 있다. 슬하에 세 아들을 두고도 3년 전 막내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그는 종종 가족을 모두 데리고 미술여행을 떠나 직접 문화를 체험케 하고 있다. 최근 ‘생각하는 그림들 -정·오늘’ 2권의 책을 펴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