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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중독의 참혹함 보여준 ‘선풍기 아줌마’한미옥씨의 안타까운 사연

■ 기획·최호열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SBS 제공

2005. 01. 10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통해 알려지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던 ‘선풍기 아줌마’ 한미옥씨. 성형수술 중독으로 일반인보다 3배나 큰 얼굴을 갖게 된 그의 안타까운 사연과 방송 뒷이야기를 취재했다.

성형 중독의 참혹함 보여준 ‘선풍기 아줌마’한미옥씨의 안타까운 사연

최근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소개돼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준 ‘선풍기 아줌마’ 한미옥씨(43·가명). 아름다움을 꿈꾸다 오히려 모든 걸 잃어버리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그의 이야기가 ‘성형 중독 국가’라 불릴 정도로 성형수술 붐이 일고 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밤무대 가수로 활동하던 20대 초반의 한씨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미모를 가졌었다. 하지만 더욱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에 평소 콤플렉스로 여기던 사각턱을 교정하기 위해 무면허 시술자를 찾은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무면허 시술자로부터 “턱을 깎지 않고 실리콘을 넣기만 해도 얼굴이 동그랗게 된다”는 얘기를 듣고 실리콘을 처음 주입한 그는 그 후 계속해서 실리콘을 주입했고, 급기야 성형 중독에 따른 정신분열증까지 앓게 되었다. 그는 “넣어라” 하는 환청이 들릴 때마다 실리콘은 물론이고 심지어 파라핀이나 콩기름까지 직접 얼굴에 주입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상태가 점점 악화돼 얼굴이 보통 사람보다 세 배나 커져 선풍기처럼 되어버린 것.
머리가 너무 무겁고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마저 힘들게 된 그에게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건 외로움이다. 가족들과도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사람들의 눈길이 부담스러워 하루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지낸다. 기르고 있는 강아지가 유일한 친구라는 그는 방송을 통해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동네 슈퍼나 시장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바깥출입을 거의 안 하고 있어요. 아는 사람도 없고 친한 사람도 없고 친해질 수도 없고요.”
집에 혼자 있으면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먹는 것 아니면 멍하니 누워 있는 게 전부.
“많이 후회돼요. 모든 게 엉망이 돼버렸잖아요. 일도 할 수 없고, 돈도 벌 수 없고…. 희망이 없어요.”
변해버린 얼굴로 인해 절망 속에 살고 있는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도 괴로운 나날을 보내기는 마찬가지.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우울증까지 앓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의 까맣게 타들어간 속을 알아서인지, 한씨는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제일 먼저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다고 말한다.
현재 정신과 입원 치료 중, 얼굴 복원은 어느 정도 가능해
한씨는 91년 일본으로 건너가 밤무대 가수로 활동하다 7년 만인 98년에 돌아왔다.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 그때 이미 그의 얼굴은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놀란 가족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대 목동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했다. 하지만 1차 수술 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자신의 얼굴에 실망한 한씨가 다시 파라핀을 주사하는 바람에 현재의 모습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한다.
최근 프로그램 제작진의 도움으로 다시 병원을 찾은 한씨는 성형수술보다 성형 의존에 의한 정신분열증을 치료하는 게 더 급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신과 치료 없이 성형수술만 받으면 또다시 얼굴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는 현재 은평구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한씨의 주치의인 정운진씨는 “한씨가 환청에 대한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본인이 치료를 받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는 의욕이 강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과 치료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 얼굴을 복원하는 성형수술도 받을 계획이다. 한씨의 성형수술을 해주겠다고 나선 강북삼성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예전처럼 예쁜 얼굴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얼굴 크기나 피부 상태 등은 보통 사람과 비슷하게 복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성형 중독의 참혹함 보여준 ‘선풍기 아줌마’한미옥씨의 안타까운 사연

한씨는 망가진 얼굴로 인해 대인기피에 시달려 강아지에게만 정을 주며 먹고 자는 일로 소일했다고 고백했다.


한편, 방송이 나간 후 인터넷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 한씨를 격려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프로그램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니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힘차게 치료받길 바란다” “더 이상 아프지 말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등의 글들로 가득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한 시청자는 “처음엔 인형의 탈을 쓴 줄 알았다. 친구들도 아줌마를 보고 엄청 웃었다는데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수술이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성형 중독의 참혹함 보여준 ‘선풍기 아줌마’한미옥씨의 안타까운 사연

한미옥씨의 성형 중독 전 20대 초반 시절 모습.


이뿐만이 아니다. 안면장애 2급인 한씨는 현재 국민 기초생활 수급자로 구청에서 나오는 40여만 원의 지원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그가 재활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돕자는 움직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캔들러브(www.candlelove.co.kr)’에서는 ‘선풍기 아줌마 얼굴 되찾아주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세상에 이런 일이’ 제작진은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한씨의 계좌번호를 게시해 성금을 모으고 있다. SBSi도 한씨 이야기를 다룬 방송분의 인터넷 다시보기 수익금 2천만원을 그의 재활치료와 수술비용에 보태기로 했다. 모든 사람들의 바람대로 한씨가 하루빨리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하지만 ‘외모만 따지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선풍기 아줌마는 언제 어디서든 또 나올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 모두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이라는 걸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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