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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 연하 변호사와 ‘백년가약’ 맺은 박지만 감동의 결혼식 지상중계

■ 기획·최호열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5.01.03 10:49:00

박지만씨가 지난 12월14일 오랜 방황의 시간을 마감하고 마침내 둥지를 틀었다.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박지만·서향희 부부의 결혼식 모습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고 박정희 대통령 부부 묘역 앞에서 치러진 ‘폐백’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열여섯 살 연하 변호사와 ‘백년가약’ 맺은 박지만 감동의 결혼식 지상중계

고(故)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46·EG 회장)가 지난 12월14일 낮 12시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변호사 서향희씨(30)와 결혼식을 올렸다. 검정색 양복 차림의 박씨는 주홍색 저고리와 연두색 치마를 입은 큰누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작은누나 박서영씨와 함께 결혼식 1시간 전부터 식장 앞에서 하객들을 맞았다.
박씨는 결혼 축하 인사를 건네자 “축하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고 화답했는데 결혼식장에 입장하기 직전 지인들에게 연신 “내 옷 괜찮아? 어디 이상한 데 없어?” 하고 묻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신랑 신부는 동시에 입장을 했다. 신랑은 얼굴이 굳어 있는 데 반해 신부 서씨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간간이 박씨와 대화를 나눴다. 일부 하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연달아 터졌다.
이날 결혼식은 애초 가족과 일부 친지 및 지인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각계 인사 2천여 명이 몰리면서 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하객들이 별실에서 영상을 통해 지켜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치러졌다.
결혼식 주례는 박씨가 다니던 서울 압구정동 소망교회의 곽선희 목사가 섰다. 곽 목사는 주례사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예의를 강조했다. 신부에게 “오늘은 아주 예쁘지만 내일부터는 아가씨 소리 들을 생각 하지 말고 스스로 아줌마라고 생각하라. 또한 남편을 믿고 혹 남편이 늦게 귀가하더라도 따질 생각 하지 말고 늦어서 얼마나 피곤할까 하는 생각만 하라”고 당부했다. 묵묵히 주례사를 듣던 신부는 미소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신랑을 향해 “아내에게도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스스로 말하기 전에는 누굴 만났냐, 왜 늦었냐 묻지 말라”고 주문했다. 박씨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신부의 얼굴을 쳐다봤다.
주례사에 이어 박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와 함께 청와대에서 생활하던 어린 시절부터 육사 생도시절까지의 ‘추억의 흑백사진’을 소개하는 한 편의 영상물이 상영돼 하객들을 숙연케 했다. 이를 지켜보던 박씨의 눈가에도 물기가 서렸다.
“아버님 어머님, 오늘은 편안한 마음으로 아들, 며느리의 큰절 받아주세요”
박근혜 대표와 서영씨도 부모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감정이 북받치는지 손수건으로 여러 차례 눈가를 훔쳤다. 영상물은 총 3편으로 제작됐다. 식전에 상영된 첫째 영상물은 신랑 신부의 성장기 모습을,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지난 11월26일 부산의 신부 집으로 함 들어가던 모습을 담은 또 다른 영상물은 식후에 방영됐다. 함이 들어가던 날을 소개한 영상물에서는 신랑이 신부의 땋은 머리를 쓰다듬고 두 사람이 친구들 앞에서 뽀뽀를 하는 자연스런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이날 예단과 신부 집에 가져간 음식은 박씨의 후견인 역할을 맡아온 박태준 전 포철 회장의 부인 박옥자 여사가 손수 준비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결혼식 내내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결혼식을 지켜봤다. 고 박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였던 그는 지만씨가 늘 마음의 부채로 남아 있었는데 비로소 그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열여섯 살 연하 변호사와 ‘백년가약’ 맺은 박지만 감동의 결혼식 지상중계

결혼식에는 박 회장을 비롯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박동진 전 외무부 장관, 민관식 전 문교부 장관 등 3공화국 당시 내각과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하객 가운데는 지만씨의 초등학교 은사와 육사 동기생들은 물론 유동근, 임백천, 김흥국 등 연예인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도 식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결혼식이 끝난 후 박근혜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돌아가신 부모님이 저 하늘나라에서 더없이 동생의 결혼을 기뻐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께서 많이 염려하고 걱정해준 덕분에 오늘의 동생이 있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 뒤 “동생 부부는 아름답게 가정을 꾸려야 할 의무가 있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이날 결혼식은 검소하고 조촐하게 치러졌다. 결혼식 사진은 ‘박정희 대통령을 좋아하는 모임’의 회원들이 찍었고, 식사도 2만원대 도시락으로 대신했다. 신랑 신부 측 모두 ‘축의금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축의금을 일절 받지 않았으며 화환도 모두 돌려보냈다. 노무현 대통령이 보낸 화환만 유일하게 식장 입구에 놓여 있었는데 박씨의 측근은 “대통령의 화환을 돌려보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열여섯 살 연하 변호사와 ‘백년가약’ 맺은 박지만 감동의 결혼식 지상중계

박태준 전 포철 회장 부인 박옥자 여사는 박지만씨의 결혼 예단을 준비하는 등 어머니 역할을 했다.


지난 9월 지인의 소개로 만나 교제한 지 4개월 만에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결혼식 직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고 박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의 묘에 참배하고 폐백의 예로 축문을 읽었다.
“아버님 어머님. 불효자 지만이가 한 가정의 지아비가 되어 이렇게 찾아뵙습니다. 이 길이 제게는 왜 이렇게 길고도 힘이 들었는지요. 하지만 이제 늦게나마 아버님 어머님께 자식의 도리를 한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식장의 혼주석에 두 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영혼이 임하셔서 눈물과 미소를 같이 보내주셨다는 것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 … 저에게 남은 보은의 길은 저도 자식을 낳아서 아버님 어머님께서 제게 주신 사랑을 그대로 전하는 것임을 깊이 명심하겠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오늘은 참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이 아들과 며느리의 큰절을 받아주십시오.”
축문을 읽어 내려가는 박씨의 눈에 이슬이 맺혔고, 이를 지켜보던 서씨도 눈물을 흘렸다. 곁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가족과 지인들도 눈물을 훔쳤다. 박씨는 결혼식 직후 서울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 경북 포항에서 열린 박태준 회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후 인도네시아로 신혼여행을 다녀와 서울 청담동의 한 빌라에 둥지를 틀었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새 출발한 박씨 부부의 가정에 웃음꽃이 활짝 피기를 바란다.

여성동아 2005년 1월 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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