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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소문난 영어 교육법

박경난 교수가 초등학생 딸에게 효과 본 ‘영화 보며 재미있게 영어 공부하는 법’

“외국인의 실생활 담긴 영화 보고 줄거리 말해보는 사이 영어 실력 쑥쑥 늘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4.12.09 18:59:00

홍콩 과학기술대에서 교양영어과 전임교수를 지낸 박경난씨는 99년 귀국 후 딸 재인이의 영어 교육 때문에 고민을 했다. 국내 영어 학원의 교수법에 만족하지 못한 것. 결국 자신이 직접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초등학생 딸에게 직접 활용해 효과를 보았다는 박경난씨의 영어 교육법.
박경난 교수가 초등학생 딸에게 효과 본 ‘영화 보며 재미있게 영어 공부하는 법’

토스 잉글리시 일원 캠퍼스 강의실. 초등학교 2학년인 재인이가 엄마 박경난씨(39)와 함께 DVD로 영화 ‘나홀로 집에’를 보고 있다. 가족들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따돌림을 당하자 가족들이 모두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말썽꾸러기 케빈이 형과 싸움을 하자 엄마가 케빈을 3층 다락방으로 올려 보내는 장면이다.
재인이에게 10여 분간 한글 자막이 없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스토리를 추측하게 하던 박경난씨는 학습기 리모컨의 CCI(Closed Caption Interactive) 버튼을 눌러 영어 자막이 나오게 한 뒤 가볍게 따라 읽도록 했다.
“Excuse me, girls!” 하고 재인이가 큰 소리로 따라 하자, 엄마 박씨는 “Excuse me, is this the bathroom?” “Excuse me, do you know how to get to the library?” “Excuse me, do you mind if I get in front of you?” 하며 ‘Excuse me’가 들어가는 문장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Excuse me’라는 표현이 재인이의 입에 익자, 이번엔 영화에 나왔던 “Where’s the shampoo?”를 따라 하게 한다. 그리고 “Where’s my watch?” “Where’s my basketball?” “Where’s my parents?” 하며 ‘Where’s’로 시작하는 문장을 반복해서 알려준다.
재인이가 movie DVD 워크북을 보다가 ‘disappear (사라지다)’란 단어를 잘 모른다고 하자 박씨는 단어의 뜻을 설명해주는 대신에 리모컨에서 ‘단어 찾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화면에 ‘If someone disappears, they go out of sight(누군가 disappear 하면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라는 영어 문장이 나타나자 함께 읽으며 재인이 스스로 ‘disappear’의 뜻을 짐작하게 했다.
“6개월째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재인이가 좋아하는 movie DVD, book DVD를 보면서 하니까 영어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고 원어민 교사가 없어도 어학 학습기를 통해 표준발음을 익힐 수 있고요.”
살아 있는 영어 가르치고 싶어 프로그램 직접 만들어
홍콩에서 살다 99년 귀국해 이화여대에서 교양영어를 강의하며 ‘토스 잉글리시’ 교육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경난씨는 한동안 재인이의 영어 공부 때문에 속을 끓였는데 이젠 한시름 놓게 됐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흔히 외국에서 살다 오면 아이의 영어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외국에서 살다 온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물론 영어가 체화될 만큼 오랫동안 살다 오면 고민이 없겠지만, 짧은 기간 머물다 돌아온 경우에는 오히려 국내 교육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울 뿐이라고. 박경난씨도 마찬가지 경우였다고 한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학에서 유학한 박씨는 93년, 남편을 따라 홍콩에 건너가 과학기술대(Hong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의 교양영어 전임교수가 됐다. 그는 99년 한국에 돌아왔는데 현재 중학교 1학년인 첫째 재원이는 미국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영국학교를 다닌 덕분에 영어 걱정을 안 해도 되었지만, 둘째 재인이는 귀국하기 전 5개월 정도 유치원에 다닌 것이 교육의 전부라 현지 영어를 체험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박경난 교수가 초등학생 딸에게 효과 본 ‘영화 보며 재미있게 영어 공부하는 법’

영화를 본 뒤 줄거리를 순서대로 정리하는 게임을 하고 있는 박경난씨와 재인이.


“우리나라와 홍콩의 영어 교육열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훨씬 높은데, 실력은 홍콩에 훨씬 못 미쳐요.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에서는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고 있거든요. 중·고등학교에서는 원어민 교사가 영어를 가르치고, 대학에서는 100% 영어로 강의가 이루어집니다. 2학년이 되면 전공과 관련한 토론과 리포트 작성, 프레젠테이션을 모두 영어로 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고요.”
귀국 후 박씨는 첫째 재원이를 영어 학원에 보냈다. 영어 발음이 원어민에 가깝게 형성된 첫째 재원이가 그동안 쌓은 실력을 잃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그런데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고 한다. 홍콩의 영국학교와는 달리 학원에서 과도한 숙제를 내줘 아이가 영어 공부에 흥미를 잃고, 학원 가기를 싫어한 것. 상황이 이쯤되자 둘째 재인이를 학원에 보낼 엄두가 나지 않은 그는 결국 스스로 아이들을 가르쳐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처음엔 재인이를 옆에 앉혀놓고 원어로 된 영화도 보여주고 책도 읽어줬어요. 그런데 제가 바빠지면서 지속적으로 재인이를 가르치기가 힘들어 또다시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결과는 재원이 때와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한 곳은 진도를 너무 천천히 나가 ‘이렇게 공부해서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또 다른 곳은 영어 문장을 우리말로 해석하고 분석하며 문법과 단어를 암기시키는데 치중해 불만이었다고. 박씨는 미국의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울 때 하는 것처럼 재인이가 체계적인 독서를 통해 미국 문화를 접하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읽고 말하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원어민의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영어를 가르치고 싶은데 그런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토스 잉글리시’ 정은성 대표를 알게 됐다. 정 대표가 기존의 영어 교수법들과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를 찾던 중 대학에서 교양영어 강의를 하고 있는 박씨와 인연이 닿은 것. 우리나라 영어 교육에 문제점이 많고, 앞으로는 영어 교육이 종합적인 문화 교육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한 두 사람은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의 저자이자 토스 잉글리시 연구소장인 정찬용씨와 의기투합해 ‘영어를 우리말처럼 자연스럽게 익히며 느끼고 이해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 콘텐츠를 짜기 시작했다.

movie DVD와 book DVD에서 들은 영어 불쑥불쑥 말해
교육공학의 권위자인 에드가 데일 박사는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체험학습이 가장 학습효과가 높다”는 이론을 제시했다고 한다. 세 사람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아이들이 재미있는 영화와 책을 보며 살아 있는 영어를 직접 체득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movie DVD를 10여 분, book DVD를 10여 분 시청하며 영어권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실제 사용되는 영어 표현과 문장의 쓰임새를 익히도록 한 것. DVD를 본 후에는 15~20개의 핵심 문장을 선별해 듣고 따라 하며, 아이들 스스로 시청한 내용의 줄거리를 요약해 설명하도록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시청한 내용을 이해하고 요약할 만큼의 실력이 되지 않으면 영어로 적은 줄거리를 문장 단위로 분리한 뒤 아이가 순서대로 정리하도록 하는 게임을 해요. 이 과정을 통해 재인이가 듣기와 말하기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스토리에 대한 이해력까지 좋아졌죠.”


박경난 교수가 초등학생 딸에게 효과 본 ‘영화 보며 재미있게 영어 공부하는 법’

박경난씨와 딸 재인이가 영화 ‘나홀로 집에’를 시청하고 있다. 박씨는 외국인의 일상을 담은 영화를 통해 생생한 영어 교육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book DVD는 박씨가 엄선한 책을 이용해 아이들이 독서훈련을 하는 과정이다. book DVD 목록엔 현재 미국에서 또래 어린이들 사이에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책, 아동문학상 수상작, 고전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들어 있는데 이를 원어민 성우가 구연동화를 하듯 읽어준다. 원어민의 발음을 들으며 book DVD 화면에 나오는 문자를 보고 따라 읽는데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를 한글로 익혀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아는 단어를 가지고 줄거리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한다. book DVD를 시청한 뒤에도 movie DVD 학습과 마찬가지로 핵심문장을 따라 읽고 내용을 발표하고 요약하는 과정을 거친다.
박씨는 이러한 방식으로 공부한 결과 재인이의 영어 실력이 지난 몇 개월 사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자랑한다. 그는 재인이가 movie DVD에서 보았던 영어 문장을 일상생활 속에서 불쑥불쑥 말할 때면 깜짝 놀라면서도 흐뭇하다고. 재인이는 또한 영어 단어를 암기하거나 문법을 배우지 않았지만 movie DVD, book DVD를 통해 학습한 결과 요즘은 미국 초등학교 3학년생이 즐겨 보는 동화책을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읽고, 그 줄거리를 엄마에게 들려줄 정도의 실력을 지니게 됐다고 한다.
박경난씨는 “내년부터 토플에서 문법 파트가 사라지고, 말하기와 읽기 실력 테스트가 강화되는데 단어 하나하나를 해석하며 공부하는 방식으로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며 “이제는 영어 공부법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성동아 2004년 12월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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