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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춤 배우며 자유로운 삶 사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요즘 생활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조득진‘자유기고가’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4.12.09 18:48:00

최근 한 시사주간지에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전통춤을 추고 있는 사진이 실리면서 그의 근황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재임 당시 세련된 외모와 소녀다운 감성으로 ‘강효리’로 불리며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그. 퇴임 후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가 언론과 일체 접촉을 피하고 있는 그의 요즘 생활을 취재했다.
전통춤 배우며 자유로운 삶 사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요즘 생활

지난 11월초 한 시사주간지에 실린 사진에서 그는 흰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전통무용 살풀이춤에 푹 빠져 있었다. 10월말 촬영된 사진 속 그의 춤사위는 여느 전공자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능수능란해 보였다. 이후 그의 요청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있던 사진은 삭제됐지만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은 “역시 강금실”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47). “너무 즐거워 죄송하다”는 퇴임사를 남기고 떠난 그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지난 7월말 법무부장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이후 10월4일부터 ‘법무법인 지평’에 다시 출근하고 있다. 지평은 강 전 장관이 지난해 3월 법무부 장관 취임전까지 대표변호사로 몸담았던 친정과 같은 곳으로 그의 직함은 공동대표. 그는 민사사건 가운데 일부를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맡아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무법인에 복귀하기 전까지 약 두 달간 휴가를 가졌다. 이 기간 동안 평소 “스페인 알람브라궁전을 꼭 가보고 싶다”던 바람대로 스페인 등지로 유럽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9월에는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장관과 함께 서울 광화문의 한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샤갈 전’을 관람하기도 했다.
또한 퇴임 직후에는 그동안 소원해진 지인들을 만나느라 거의 매일 점심·저녁 약속이 잡혀 있었다고 한다. 그와 만난 사람들은 “장관 시절 아침잠이 부족하고, 격무에 시달려 피부 트러블이 심했던 그가 마음이 편해졌는지 피부가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활발한 활동과는 반대로 언론엔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퇴임 직후 자택 전화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모두 바꿔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법무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부장검사급 이상 간부들도 강 전 장관과 전화 통화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강 전 장관이 외부 접촉을 꺼리는 것은 언론에서 그가 갑작스럽게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배경을 알아내기 위해 집요하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있는 탓이 크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말. 대통령과의 불화로 비쳐질 지도 모르니 당분간 인터뷰를 자제해 달라는 청와대 측의 주문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런 그였기에 이번 춤추는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취임 당시부터 그의 춤과 노래솜씨가 화제가 되었기에 흰 치마저고리를 입고 춤추는 모습은 그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에 대한 ‘신선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춤추는 사진 공개된 후 매주 두 번씩 드나들던 문화센터 발길 끊어
전통춤 배우며 자유로운 삶 사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요즘 생활

취임 직후 검찰개혁을 주제로 한 노대통령과 검사들 간의 텔레비전 토론에서 무릎이 드러나는 짧은 치마정장을 입고 다리를 꼬고 앉아 검사들의 공격성 질문에 똑 부러지게 답을 해 국민의 인기를 얻기 시작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그는 그후에도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코미디야, 코미디” 하며 보기 좋게 조롱하고, 전국의 검사들에게 낭만적인 연애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보신탕 집에서 폭탄주를 돌린 후 천연덕스럽게 검찰총장의 팔짱을 끼는 등 공무원들에게 덮여있는 ‘고리타분한’ 인상을 여지없이 깨며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이렇듯 때론 개혁의 선봉장으로, 때론 연예인처럼 화려한 차림으로, 때론 공무원이라기보다 한 여인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온 그의 모습은 꽤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의 영혼을 자유롭게 한 것은 단연 한국 전통춤이었다.

전통춤 배우며 자유로운 삶 사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요즘 생활

재임 당시에도 문화 예술적 감각을 감추지 않았던 강금실 전 장관은 퇴임 후 여행을 즐기고 춤을 배우는 등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음악 교사이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음악에 소질이 있었다고 한다. 판사로 일하던 1985년 춤을 배우기 시작했으나 중도에 그만둬야 했던 그는 변호사 개업 후 인간문화재 김수악 선생에게 전통 진주검무와 진주 교방굿거리춤을 배우며 본격적인 춤의 재미에 빠지게 됐다. 평소 “춤을 오래 추다 보면 호흡이 저절로 배 밑으로 가라앉는데 명상 호흡법과 원리가 같다. 명상 수준에 이르러야 제대로 몰입해 출 수 있다. 사람들한테도 권하고 싶다”며 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낸 그는 지금껏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 춤을 배운 것이라며 법조인이 되지 않았다면 무용가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여기서 김수악 선생이 들려준 당시의 에피소드 하나. 춤추는 품새나 단정하고 반듯한 행동거지가 예사롭지 않던 그를 보고 함께 춤을 배우던 사람들이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그가 “그냥 법원에서 일 좀 배우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김수악 선생에 따르면 강 전 장관은 춤사위 맵시가 예쁜 것은 물론 늘 열심히 하고 겸손했다고 한다.
강 전 장관은 재임 당시에도 자신의 여성성과 문화 예술적 감각을 법무부와 검찰의 권위주의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적극 활용했다. 재임기간 중 실·국장은 물론 과장들과도 격이 없는 회의를 했던 그는 토요일 회의가 끝난 후 단체로 미술 전시를 관람하거나 극장을 찾기도 했다. 법무부 청사 복도에 기증받은 기성 작가들의 그림 15점을 비롯해 유치원생, 소년원생, 교정시설 수용자들의 그림 85점을 전시한 것도 강 전 장관의 아이디어.
이렇듯 당당하면서도 감성적으로 사람들을 대했던 그에 대한 국민들의 인기는 여전한 듯싶다. 퇴임 직후 있었던 한 시사주간지의 ‘차기 대통령감’ 설문조사에서 그는 30∼40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31명의 조사 대상 후보군 가운데 2위에 올랐고, 최근 발표된 한 시사주간지의 ‘정치분야 오피니언 리더 2백9명이 가장 선호하는 여야 차기 대권구도’에서 고건 전 국무총리, 정동영 통일부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등에 이어 여권 인사 중 선호도 6위에 오르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춤추는 사진이 공개된 후 매주 두어 차례 방문해 춤을 배우던 강남의 문화센터에 발길을 끊었다고 한다. 그리고 회사에 휴가를 신청한 뒤 11월24일 프랑스 파리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절친한 친구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활동 중인 서양화가 이현씨가 파리 유네스코 본부 미로홀에서 12월7일까지 ‘끝없는 평화’를 주제로 초대전을 갖는데 그는 오프닝 파티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한다. 강금실, 그의 삶과 영혼은 지금 자유로운 여행 중이다.

여성동아 2004년 12월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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