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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의 ‘ 모자를 쓴 여인’

■ 글·이주헌‘미술평론가’

2004. 12. 01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의 ‘ 모자를 쓴 여인’

마티스(1869~1954), 모자를 쓴 여인, 1905, 캔버스에 유채, 81×60cm,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당신의 그림을 어린이에게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하고 한 기자가 마티스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마티스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보기에 즐겁거나 즐겁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말해줄 겁니다.”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는, 예술은 위대한 어떤 것이거나 우리에게 교훈과 가르침을 주는 것이기 이전에 우리를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좋은 그림은 일단 보는 즐거움을 주어야 합니다. 마티스는 그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무엇보다 색을 잘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색을 억누르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주어 시원한 조화를 꾀하면 우리의 눈과 마음도 해방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색채를 자유롭게 풀어 그린 그림 중 하나가 바로 ‘모자를 쓴 여인’입니다.
화폭에는 옷을 잘 차려입고 그럴듯하게 포즈를 취한 여인이 클로즈업돼 있습니다. 바로 마티스의 부인입니다. 이런 구성은 이전의 초상화에서도 무수히 보아오던 것들이지요. 그러나 화가가 사용한 색채를 보면 마치 불협화음으로 이뤄진 음악을 듣는 듯 생소한 기분이 듭니다. 인물의 얼굴이 살색이 아니라 그와는 전혀 관계 없는 녹색, 하늘색 등으로 뒤덮여 있는가 하면, 얼굴에 쓰인 색들이 배경에도 버젓이 칠해져 있습니다. 사물의 고유 색은 그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그림이 추하게 보인다면 그것은 마티스의 색이 우리가 지닌 고정관념과 대치하기 때문이고, 반대로 밝고 아름답게 보인다면 그것은 색이 형태로부터 해방돼 그 잠재력을 마음껏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초상화를 그릴 때도 색채가 충만한 그림을 그린 마티스는 색이 인간에게 주는 기쁨에 대해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야수파는 색채를 회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 화파입니다. 마티스가 이끌고 뒤피, 브라크 등이 참여한 ‘야수파미술운동’은 20세기 초 서양 회화에 색채의 힘이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지를 각인시켰습니다. 초상화를 그릴 때도 그 사람의 분위기나 기질, 주변 환경의 영향을 모두 색채로 표현해 매우 강렬한 인상의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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