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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부부의 삶

결혼 10년차, 9년차 30대 주부 2명의 솔직 토크

“남편 바람 알아내고 갈등 겪다 용서하기까지…”

■ 기획·최호열 기자 ■ 글&사진·김순희‘자유기고가’

입력 2004.12.01 14:48:00

‘시앗을 보면 길가의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속담이 있다. 남편이 첩을 두면 돌부처처럼 말 없고 착한 아내도 투기를 한다는 뜻이다. 사업을 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9세 된 아들을 둔 결혼 10년차 주부 김은정씨(가명ㆍ38)와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과의 사이에 8세, 6세 된 남매를 둔 결혼 9년차 주부 박은주씨(가명ㆍ36).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두 주부가 바람피운 남편을 용서하고 받아들이기까지 힘들었던 과정을 털어놓았다.
결혼 10년차, 9년차 30대 주부 2명의 솔직 토크

바람피운 남편으로 인한 마음고생을 털어놓은 김은정씨(왼쪽)와 박은주씨(오른쪽).


김은정(이하 김) 요즘 어떤 남자들은 바람을 피워도 아내 모르게 하면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고 해요.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알았을 때 아내가 느끼는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죠.
박은주(이하 박) 남편이 나 아닌 다른 여자에게 눈 돌릴 때의 참담한 심정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어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모르죠. 제가 지금은 이렇게 덤덤하게 얘기하지만 남편이 바람피울 당시에는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저도 남편에게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자살을 생각할 만큼 고통스러웠어요.
남편이 외도를 끝낸 지 얼마나 됐어요?
지난 초여름에 정리했으니까 6개월 남짓 됐네요.
제 남편은 1년 정도 되었어요.
남편이 바람피운 것을 눈치 챈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술 때문이었어요. 평소 술을 즐겨 마시는 남편이 언제부턴가 새벽에 들어와도 술에 취한 것 같지 않았죠. 처음엔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나이 드니까 술을 절제하는가보다’하고 생각했어요.
술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지 않는 한 줄이기 힘들잖아요.
남편은 평소 건강을 생각해서 술 좀 적게 마시라고 해도 회식이다 접대다 해서 술에 절어 살았죠. 처음엔 남편이 과음하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남자 향수를 들고 와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니까 ‘어? 으응~. 백화점’ 하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죠. 남편은 평소 향수를 쓰지 않았거든요.
남자는 마음의 변화가 생기면 행동으로 나타나는가 봐요.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니까…. 제 남편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진짜 ‘사랑’을 했어요. 모범생에 가깝다고 할 만큼 가정적인 남편이 어느 날 대학동창들과 함께 등산하기로 했다며 주말에 외출을 하더라고요. 운동을 싫어하는 남편이 산에 간다고 하니 쌍수 들고 환영했죠. 유난히 차림새에 신경 썼지만 오랜만에 동창들 만나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요.
옛사랑과 결혼하고 싶다며 이혼 요구한 남편
바람피우면 차림새에 신경을 쓴다든가 하는 식으로 뭔가 변화가 나타나요. 남편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낀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밤 12시경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어요. “거래처 직원과 술 마시는 중인데 늦을 것 같으니 먼저 자라”고요. 음주운전이 걱정돼 “차는?” 하고 물었더니 회사에 두고 왔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데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 남편이 일어나자마자 충전시켜야 한다면서 휴대전화를 찾더라고요. 한참을 찾더니 “차에 두고 온 것 같다”며 저더러 아파트 주차장에 갔다 오라는 거예요.
차를 두고 왔다는 ‘거짓말’을 남편이 잊어버린 모양이네요.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남편 말이 앞뒤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순간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차 안을 꼼꼼히 살폈죠.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나 싶었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휴대전화를 건네며 “어제 차 놓고 온다고 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당황하며 “그러려고 했는데 나중에 (차를) 가지러 갔다”며 얼버무리더라고요.

결혼 10년차, 9년차 30대 주부 2명의 솔직 토크

김은정씨는 남편의 수상한 행동이 이어지자 바람을 의심했다고 한다.


말이 안 되는 거짓말을 했네요.
(남편이) 좀 덜렁대는 성격이거든요. 남편의 거짓말을 눈치챘지만 출근 시간이라 더 이상 캐묻지 않았어요. 확실한 증거 없이 남편에게 무작정 “바람피우냐”고 따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기에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요.
저와 비슷하네요. 남편이 한달에 한두 번 정도 등산을 가는가 싶더니 늦게 귀가하는 날이 늘어나더라고요. 처음엔 별 신경을 안 썼는데 일찍 귀가한 날 컴퓨터 앞에 자주 앉아 있는 거예요. 남편이 출근한 후 무슨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살펴봤더니 (남편이) 메일을 읽고 쓴 기록이 남아 있더라고요.
어떻게 메일 쓴 것까지 알 수 있어요?
메일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읽고 썼다는 사실은 알 수 있어요. 인터넷 익스플로러 표준단추에 있는 ‘기록’을 클릭하면 어느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목록이 남아 있거든요. 예컨대 어느 사이트에서 뉴스를 검색하고 메일을 열어봤는지를 알 수 있는 거죠. 남편이 매일 메일박스를 열어봤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적으로 메일을 주고받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였죠. 그날부터 남편이 늦는다고 한 날이면 달력에 늦게 귀가한 이유와 귀가 시간을 적어놨어요.
아주 치밀하게 대처했네요.
직감적으로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걸 알았지만 섣불리 대응하고 싶지 않았어요. 남편은 직업상 접대를 받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어 늦는다고 둘러댈 핑계가 없었죠. 그래서 뜸했던 친구를 만난다거나 동료 직원의 상가에 간다는 핑계를 대더라고요. 남편의 말과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낀 이후 가끔 휴대전화의 통화목록을 살펴봤죠.
바람피우는 남자가 통화목록을 지우고 집에 들어가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아닌가요.
아뇨, 전화를 걸거나 받은 번호를 삭제해도 내역을 알 수 있어요. 요즘 휴대전화는 일반적으로 최근통화기록에 발신, 수신, 부재중 전화를 합해 일정 개수의 통화목록이 저장돼요. 예를 들어 90개면 휴대전화의 통화 버튼을 눌렀을 때 ‘최근통화기록[1/90]’이라고 돼야 하는데 삭제한 번호가 있으면 [1/89]나 [1/88]로 최근통화목록의 숫자가 줄어들죠.
그렇군요.
하루는 새벽 2시가 다 되도록 남편이 귀가하지 않아 전화를 걸었어요. 잡음이 전혀 없는데 남편이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상했죠. 30분쯤 후 귀가한 남편에게 휴대전화를 달라고 했어요. 발신번호 중 하나를 지우고 들어왔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따져 물었죠. 누구에게 전화를 걸고 그 내역을 지우고 들어왔냐고. 처음엔 펄펄 뛰데요. 그래서 컴퓨터를 켜고 ‘증거’를 들이대며 매일 누구와 메일을 주고받았냐고 따졌어요.
순순히 시인을 하던가요.
웬걸요. 계속 아니라고 잡아떼기에 남편 월급통장을 내밀었죠. 그 달치 (남편의) 휴대전화요금이 안 빠져나가 은행에 알아보니 자동이체가 해지됐더라고요. 통화량이 평소보다 많아 휴대전화 요금이 많이 나올 것에 대비해 결제수단을 바꾼 거죠. 왜 그랬냐고 하니까 잠시 말이 없던 남편이 “미안하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는 거예요.
그 얘길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치솟지 않던가요. 숨이 멎는 것 같고….

결혼 10년차, 9년차 30대 주부 2명의 솔직 토크

박은주씨는 고통을 잊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몽둥이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지만 악을 쓰면서 싸우지 않았어요. 이를 악물고 최대한 남편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죠. 대학시절에 사랑한 여자였대요. 가슴속에 아련히 묻어둔 여자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갈까 말까 갈등했다고 해요. 결국 나가서 일이 벌어진 거죠.
여자가 이혼하면 가장 먼저 자신이 사랑했거나, 자신을 사랑한 남자를 찾는대요. 그래서 아줌마들 사이에 남편 주변에 이혼녀가 있으면 (남편을) 철저히 감시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잖아요.
그 여자를 만난 지 두 달 조금 넘었다고 했어요. 중요한 건, 남편이 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 이유가 그 여자와 살기 위해서였어요. ‘남은 인생, 그 여자와 살고 싶다, 아이들을 잘 키워 달라’면서 이혼을 요구했어요. 정말 눈앞이 캄캄했죠.
그래서 이혼에 동의했나요.
아뇨. “당신 제 정신이냐,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미치지 않았냐”고 난리를 쳤죠. 그러다 나중엔 서러워서 엉엉 울었어요. 남편은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앉아 듣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날뛰면 안 되겠다 싶어 정신을 차렸죠. 남편은 ‘오랫동안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하대요.
그나마 전 나은 편에 속하네요. 들키자마자 손이 발이 되도록 빌더니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유부녀에게 잠깐 한 눈 팔았다’면서 용서를 구했으니까요.
남편도 바람을 피우면서 앞뒤가 안 맞는 거짓말을 자주 했어요. 백화점에서 샀다고 한 향수를 며칠 있다가는 “직원들이 생일선물로 줬다”고 하지 않나, 사무실에 두고 온다던 차를 집에 가지고 오지 않나…. 그 이후에도 계속 그런 식이었죠. “당신 혹시 바람피우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무슨 소리냐”고 버럭 화를 내더라고요.
확실한 물증이 있어도 “아니다”고 부인하는 게 남자잖아요.
저도 물증을 찾으려고 애썼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남편이 경영하는 사업체의 전화가 제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게 생각났어요. 전화국에 가서 남편 사무실 전화 통화내역을 뗐는데 놀라서 뒤로 넘어질 뻔 했어요.
자주 통화한 번호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어떤 날은 아예 전화통을 붙잡고 산 날도 있더라고요. 공중전화에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죠. 수화기에서 젊은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어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가슴이 방망이질 치는데 참을 수 없었어요. 만약 제 앞에 남편이 있었다면 물불 안 가리고 난리쳤을 거예요. 남편 사무실에 찾아가 통화내역을 내밀었죠. 직원이 있으니까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자주 통화한 번호가 거래처라고 둘러대기에 직감적으로 유부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집 남편에게 알리겠다. 두 사람을 간통으로 고소하겠다’고 윽박질렀더니 순순히 시인하더라고요.
제 남편은 바람피운 이후 섹스하는 횟수가 줄어들었어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섹스를) 했는데 남편이 보름이 지나도록 말이 없더라고요. 처음엔 피곤한가보다 했는데 바람피운 것과 결부시키니 ‘답’이 나오더라고요.
남편이 “그 여자와 살고 싶다”고 고백한 이후 죽음과도 같은 시간의 연속이었어요. 시집이나 친정에 알릴까도 생각해봤는데 그건 아니다 싶었어요. 남편에게 “이혼은 절대 안 한다”고 못 박았죠.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어요. 귀가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혹시 그 여자와 함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거든요.

결혼 10년차, 9년차 30대 주부 2명의 솔직 토크

남편이 다른 여자를 품에 안았다는 사실이 가장 견디기 힘들죠.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소용없더라고요. 싸울 때마다 아이들은 불안해하고….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었어요.
‘인력으로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자 철저히 남편의 존재를 무시했죠. 남편이 늦게 오든 주말에 외출하든 신경 쓰지 않았어요. 남편에게 신경 쓰는 대신 오래 전부터 꿈꾼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남편의 방황이 1년 넘게 계속되자 불안한 내 인생의 미래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전 그 여자에게 ‘내 남편과 다시 만나면 당신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헤어지게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배신감을 떨칠 수 없어 맞바람을 피울까도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남편에게 내가 당한 고통을 똑같이 되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죠.
저도 그 생각을 해봤지만 그러면 저도 (남편과)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참았어요. 어느 날 시어머니가 ‘아범이 네 씀씀이가 헤퍼 카드빚이 있다고 하더라. 돈을 좀 아껴 써라’고 하는 거예요. 남편이 제 핑계를 대고 시어머니에게 돈을 꿨더라고요. 남편에게 다그치자 그 여자가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줬다고 하더군요.
상황이 그쯤 되면 참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혼을 결심했는데 실천에 옮기지 못했어요. 마음 같아선 갈라서고 싶었지만 애들에게 아버지의 자리를 뺏을 수 없어 참았죠. 솔직히 이혼이 두렵기도 했고 경제력 없이 아이들 키울 엄두가 안 났고요. 그 즈음 남편과 그 여자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 같았어요. 지난 연말 정리를 했다며 무릎 꿇고 용서를 빌더군요. 처음엔 쉽게 남편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꽁꽁 닫았던 마음의 문이 열리더군요.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섹스에 대한 욕구가 생기지 않더라고요. 남편이 다른 여자와 하는 장면이 떠올라 (섹스를) 할 때 별 느낌이 없었고요. 남편이 바람피우는 동안 섹스를 거의 안 했는데 막상 다시 하려고 하니 고통 그 자체였지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그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애썼어요. 내키지 않았지만 일부러 애무도 많이 해줬고요.
전 아직도 남편이 제 몸에 손대는 게 싫은 데….
같이 살기로 맘먹었으면 부부가 서로 소 닭 쳐다보듯 하지 않아야죠. 힘들지만 남편을 받아들이고 용서했더니 지금은 마음이 안정돼 살 만해요. 옛 어른들의‘세월이 약’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살아요. 죽어도 잊지 못할 것 같았던 치욕적인 순간들이 차츰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것 같아요.
남편이 다시는 바람피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까 그 말을 믿고 살려고 해요. 남편을 믿지 않으면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이 신경 쓰여서 살 수가 없더라고요. 일 때문에 늦어도 ‘혹시 여자와 만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런 순간을 꼽으라면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알게 됐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바람피운 남편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이겠죠.
부부에게 있어 사랑보다 소중한 건 ‘신뢰’가 아닐까요. 아직 아픈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지만 남편을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고 싶어요.
오늘 동병상련의 고통을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도움 되는 얘기 많이 들었고요.

여성동아 2004년 12월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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