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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의 실제 주인공 강선애씨의 ‘꿋꿋한 홀로서기’ 감동 사연

“이혼 후 여자 혼자 아이 키우며 사는 게 결코 쉽지 않았지만 시련에 맞서는 용기내니 다시 행복이 찾아오네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이주영‘자유기고가’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4.12.01 13:46:00

남편과 이혼 후 거친 세상에 던져진 한 여자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가 장안의 화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브라운관 속에서만 펼쳐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 ‘꿋꿋한 홀로서기’사연을 ‘여성동아’가 적극적으로 찾아나선 끝에 ‘두 번째 프러포즈’의 실제 주인공이라 할 만한 강선애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며 모진 시련을 겪어낸 끝에 무역 전문가로 거듭난 강씨의 굴곡진 삶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던져준다.
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의 실제 주인공 강선애씨의 ‘꿋꿋한 홀로서기’ 감동 사연

지난 11월18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던 KBS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가 아쉽게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전업주부로 남편과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다가 이혼한 주인공 장미영(오연수)이 거친 세상의 시련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스토리가 주부들에게 큰 감동을 던져주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는 데 익숙해져 사회 진출, 더군다나 남편이라는 보호막 없이 사회에 내던져지는 것을 겁내는 많은 주부들에게 이혼의 아픔을 딛고 씩씩하게 홀로 서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야말로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줬던 것.
그런데 이렇게 이혼 후 홀로서기에 성공한다는 것이 드라마에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삶을 사는 여성들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무역 전문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강선애씨(37). 그가 더욱 특별한 건 여상 졸업이 전부인 학력으로 이혼 후 당당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오연수씨는 이혼 후 사기를 당한 뒤에도 밝고 꿋꿋하게 일어서더군요. 저는 그렇게까지 이겨내지 못했어요. 그리고 현재의 제 모습이 성공했다고 하기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고요.”
이런 말로 인터뷰를 고사했던 강선애씨는 “평범한 여자도 이혼 후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거듭된 요청을 받고야 어렵게 지난 15년 동안 겪은 좌절과 다시 찾은 행복에 대해 들려줬다.
3남매 중 외동딸로 귀여움을 한 몸에 받고 자란 그의 삶이 어긋나기 시작한 건 여상 졸업 후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조그만 무역 회사로 옮긴 후부터였다. 스물두 살의 어린 나이에 전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진 것.
“당시 그 사람의 경제적 여건이나 가정형편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일순간에 폭풍 같은 사랑에 빠진 그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치자 급기야 집을 나와 동거를 시작했다. 남편은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터라 그가 직장생활을 하며 모아두었던 돈으로 경기도 부천에 방 한 칸을 얻었다.
“동거한 지 3개월쯤 지나자 부모님께서 마지못해 결혼식을 올려주셨어요. 가난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사랑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꼈죠.”
하지만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던 남편에게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오래지 않아 깨닫게 되었던 것.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이혼으로 고통과 좌절의 연속이었던 결혼생활을 마감했다.
월세방에서 젖먹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시작한 홀로서기, 억척스럽게 산 끝에 무역회사에 취직해 희망 찾았지만…
그의 나이 겨우 스물네 살. 남들이 한창 젊음을 즐길 나이에 그는 아이 하나 딸린 이혼녀가 되어 있었다.
강선애씨는 월세방 한 칸을 얻어 아들과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먹고살기 위해 처음 시작한 일은 보험 영업. 젖먹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큰맘 먹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겨우 스물 네 살인 그를 믿고 보험을 들어줄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
“낮에는 보험 영업을 하고 밤에는 양복 꿰매는 부업을 했어요. 그러고도 생활이 어려워 음식점에서 서빙일도 하며 억척스럽게 살았어요.”

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의 실제 주인공 강선애씨의 ‘꿋꿋한 홀로서기’ 감동 사연

남편과 이혼한 주인공이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스토리로 큰 인기를 모은 KBS 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 강씨는 주인공이 위기를 맞는 장면을 보며 남 일 같지 않아 드라마에 푹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의 삶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인 건 무역회사에 취직하면서부터다. 지역 생활정보지를 보고 동네에 있는 작은 무역회사에 이력서를 냈는데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은 것. 그는 결혼 전 무역회사에 다닌 경력이 인정돼 취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이제 꼬박꼬박 월급을 받겠구나, 아이랑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무역회사에 출근하게 됐을 때 그는 단지 고정적인 수입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만 이혼 후 취업은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돈 한푼 없는 가난한 이혼녀에서 무역 전문가로 변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 그는 국내에서 생산한 가방을 중국이나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 회사에서 10년 동안 가방 수출 관련 업무를 배웠어요. 중국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제 힘으로 월 5천만~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어요.”
조금씩 돈을 모으고, 무역 일에 재미도 붙여갈 무렵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의 처지를 이해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 회사의 사장님이 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회사가 문을 닫게 된 것. 졸지에 실업자가 된 그는 다시 찾아온 시련 앞에서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술을 마시며 여러 날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방황하던 그에게 전 직장의 거래처에서 연락을 해왔다. 무역회사를 다니던 시절 그의 성실한 영업 능력을 높이 평가한 거래처에서 그에게 독자적으로 일을 다시 시작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한 것.
강씨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작은 사무실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하루에 서울 시내를 운전한 거리가 500km에 이를 정도로 열심히 영업을 하러 다녔고, 한 달에 다섯 번은 중국에 있는 공장으로 출장을 갔다. 이렇듯 온 힘을 다해 일한 결과 그는 한 달에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회사를 안정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중국에 아파트를 구입해 상주 직원을 두 명이나 둘 정도로 사업은 확장 일로를 달렸다.
어렵게 일으킨 사업 부도났지만 아들 생각에 다시 꿋꿋이 일어나
만약 드라마였다면 그의 앞날이 화려하게 빛날 것을 암시하며 끝을 맺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함께 가족처럼 지냈던 중국 현지 직원이 대금을 떼먹고 도망가는 사건이 발생해 회사가 부도난 것.
“그땐 죽고만 싶었어요.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시련이 많은 건지 하늘이 원망스럽더라고요. 믿을 사람 하나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뼈저리게 외롭고 힘들었어요. 보름 동안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에 틀어박혀 혼자서 술만 마셨어요. 그렇게 폐인처럼 지내는데 어느 날 아이가 술병을 빼앗더라고요.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아들이 어느새 자라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있었어요.”
그날 중학교 1학년생 아들의 눈을 보며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다시 일어섰다. 집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일단 부도 뒤처리를 하고, 남은 빚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갚겠다며 업체 사장들에게 사정을 했다.
주위의 도움에 힘을 얻은 그는 집에 컴퓨터를 한 대 들여놓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미국 영국 중국 등 나라를 가리지 않고, 외국의 바이어들에게 ‘좋은 문구 제품이 있으니 수출하고 싶다’는 내용의 사업 제안서를 팩스로 보냈다. 그 결과 마침내 동유럽의 크로아티아에 학생용 가방과 필통 등 팬시용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의 실제 주인공 강선애씨의 ‘꿋꿋한 홀로서기’ 감동 사연

“크로아티아의 회사와 신용장을 개설한 날 펑펑 울었어요. 그 회사 사람을 코엑스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만났는데 그 인연만 믿고 7~8번 팩스를 보낸 끝에 얻어낸 결과였죠.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게다가 든든한 아들까지 있으니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하다고 느꼈죠.”
현재 강선애씨는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며 컴퓨터 관련 부품을 미국에, 팬시용품을 중국과 크로아티아에 수출하고 있다. 둘 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더 이상 힘들다는 투정을 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또 그것으로 돈을 벌어 자식과 함께 단란한 생활을 꾸릴 수 있기에 감사하며 일한다고.
“이혼 후 여자 혼자서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모든 사람이 저 같은 우여곡절을 겪지는 않겠지만 이혼녀라는 편견을 이겨내고 경제적 어려움과 싸우는 일이 쉽지 않죠. 하지만 이혼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 결혼생활이 너무 힘들면 과감히 끝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혼 당시 갓난아기였던 아들도 이제 엄마의 선택을 이해할 만한 중학생으로 자랐고요.”
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에서 주인공 장미영의 김치 공장이 위기를 맞을 때 자신의 어려웠던 시기가 생각나 드라마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는 강선애씨. 힘든 터널을 빠져나와 이제는 아들과 일이라는, 홀로 설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를 가지게 되어 기쁘다는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을 향해 걸음을 서둘렀다.
※강선애씨 얼굴 사진은 본인의 요청에 의해 싣지 않습니다.

여성동아 2004년 12월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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