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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으로 한류열풍 일으키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 유럽 무대에도 진출할 거예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12.01 11:20:00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 애국가를 선창하며 클래식계의 샛별로 떠오른 팝페라 테너 임형주.
‘샐리가든’과 ‘실버레인’, 두 앨범이 4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려 클래식계에 돌풍을 일으킨 그는 요즘 일본과 대만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시아에 불고 있는 대중문화의 한류열풍을 클래식계로 넓혀가고 있는 당찬 10대 임형주를 만났다.
클래식 음악으로 한류열풍 일으키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흩뿌리던 지난 11월10일, 플라시도 도밍고의 매니저 에드가 빈센트로부터 “사람을 전율시키는 목소리와 음악성이 안드레아 보첼리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은 팝페라 테너 임형주(18)를 만났다.
“지난 10월10일에 대만 총통 관저 앞에서 대만 건국 93주년 축하공연을 했어요. 10월22일에는 포항에서, 11월6일과 7일에는 울산과 창원에서 콘서트를 했고요. 내일은 3집 ‘미스티 문’ 홍보차 일본으로 떠나 5일 머물다 올 예정이에요. 곧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가 산 펠리체 음악원에서 수업을 받고, 학기가 마치면 한국으로 돌아와 송년 음악회를 열고요.”
임형주는 만나자마자 연말까지 꽉 짜인 스케줄을 읊었다. 어른이 소화하기에도 벅찬 빠듯한 일정이지만 그는 어른스럽게 “좋아서 하는 일이니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더욱이 지난해 국내 음반시장 침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샐리가든’과 ‘실버레인’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클래식 음악계의 샛별로 떠오른 그는 최근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혀가며 다소 흥분된 듯했다.
“올해 세 번이나 대만을 방문했어요. 처음 대만에 도착했을 때 깜짝 놀랐어요. 공항에서 차를 타려고 서 있는데, ‘亞洲美聲小王子(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아시아의 소년) 임형주 팝 아티스트 공연’이라는 문구와 함께 제 사진이 걸린 버스가 있는 거예요. 처음엔 제 눈을 의심했어요. 나중에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가수가 대만에 진출했다’는 내용으로 30여 개의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비로소 그들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죠.”
임형주는 지난 10월10일 한국 음악가로는 처음으로 대만 건국기념일에 초청됐다. 대만 최대 국경일인 이날 그는 대만 총통 관저 앞에서 열린 ‘내셔널 데이 기념음악회’에 참석해 자신의 대표곡인 ‘미스티 문’과 대만의 국민가요로 꼽히는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을 노래했다.

10월 국빈 자격으로 대만 방문해 건국 기념행사에서 노래 불러
외국인인 임형주가 국빈 자격으로 대만에 초청돼 노래를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그의 앨범을 세계 시장에 유통시키고 있는 음반사 소니 관계자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형주는 지난 5월, 대만 진출 신호탄으로 국부기념관에서 열린 콘서트 티켓이 매진되고, 대만에 처음 소개된 ‘샐리가든’이 1만2천 장 이상 판매되며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 건국 기념음악회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 클래식 음악인으로는 처음으로 대만에 진출했는데 이렇게까지 호응이 클 줄은 몰랐어요. 대만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대중화되지 않아, 음반 판매량이 1만 장을 넘는 음악인이 손꼽을 정도라고 하거든요.”
임형주는 대만에 앞서 일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올 초 일본에서 발매된 ‘샐리가든’이 오리콘 차트 클래식 & 크로스오버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고, 크로스오버 모음앨범 ‘이마주 4’에 한국 음악가로는 유일하게 그의 노래가 수록됐다. 그의 활약상에 대해 대만과 일본의 음반 관계자들은 “대중가요와 드라마에 불고 있던 한류열풍을 클래식까지 넓힌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으로 한류열풍 일으키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

“외국 무대에 서면 한국인이라서 무시를 당할 때도 있고, 한국인이라서 오히려 환대를 받을 때도 있는데 대만과 일본에서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유럽에서는 ‘목소리는 좋은데 언어 구사력이 부족하다’며 동양인에 대해 편견을 가진 평론가들이 많아 실력을 발휘해보기도 전에 깎이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젊은 성악가’라는 점이 도움이 돼요.”
한국을 대표하는 팝페라 테너에서 세계적인 음악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임형주. 그러나 엄마 김민호씨(44)는 자신의 아들이 음악으로 성공을 거두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형주가 태어나던 해에 행운목에 꽃이 피었어요. 꽃이 잘 피지 않는 행운목에 꽃이 피자 집안 어른들이 ‘아이가 크게 되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렇다고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남다른 음악 교육을 했던 건 아니에요. 형주를 임신했을 때 음악을 많이 듣긴 했어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차르트 곡도 듣고, 가요와 일본 노래도 들었죠. 형주가 갓난아기 때부터 음악이 나오면 귀 기울여 듣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 정도 느낌으로 아이가 음악가가 될 거라고 예견할 수는 없었어요.”
그는 임형주가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화가가 될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원하는 만큼 실컷 그림을 그리라고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충분히 사다줬다고. 또한 막연하게나마 아들에게 예술적 재능이 있다고 판단한 그는 아들과 함께 고궁이나 미술관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임형주가 음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무렵. 그는 이모가 생일 때 선물한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베스트 음반을 듣고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곧 성악을 배우겠다며 부모를 조른 그는 2개월간 레슨을 받고 예원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다. 남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그는 예원학교 재학 중 CBS 전국 음악 콩쿠르, 전국 청소년 음악 콩쿠르, 제12회 음악저널 전국학생 음악 콩쿠르 등에서 1위를 휩쓸었고, 예원학교 성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형주를 키우는 동안 저는 계속 사업을 했어요. 형주는 어려서부터 독립적인 아이였죠. 다만 제게 원칙이 한 가지 있었어요. 사업을 하면서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는 게 쉽지 않지만 저녁 시간은 늘 아이들과 함께 보냈어요. 그래야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된다고 믿었거든요.”

올 초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유학 떠나
예원학교 졸업을 앞두고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혼자 미국으로 떠났던 임형주는 2002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미국 줄리아드 음대 예비학교 성악과에 합격했다. 하지만 줄리아드 음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던 그는 올 초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 펠리체 음악원으로 학교를 옮겼다. 팝페라의 기반이 되는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공부해보고 싶었기 때문.
“선생님은 교단에 서고, 학생은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선생님과 학생이 나란히 앉아서 대화를 나누듯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시험을 볼 때도 감독관이 들어와 시험 문제지를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 ‘낭만파의 대표적인 작곡가는 누구인가?’ 하고 물으면 ‘슈베르트는 언제 나서 어떻게 활동하고, 작품 성향은 어떻고…’ 하며 이야기를 하듯 답하는 식이죠.”
임형주는 이탈리아 유학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데, 다만 아직까지 언어가 걸림돌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유학을 결심하고 이탈리아어 공부를 열심히 해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오페라에 담긴 이탈리아어는 대부분 2백~3백 년 전에 쓰인 고어라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외로움요? 사실 내색은 안 했지만, 처음 미국으로 떠날 때 가족들이 보고 싶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생각보다 잘 견딜 수 있었어요. 이탈리아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덕분에 많이 성숙해졌어요.”

클래식 음악으로 한류열풍 일으키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

올 초부터 이탈리아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임형주는 팬들의 사랑이 외로움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된다고 한다.


그는 아직까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친구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같은 반 친구들이 그가 세계적인 음반사 소니와 계약을 맺은 아시아의 스타라는 걸 알고 관심을 표시해줄 때마다 힘을 얻는다고 한다.
그의 나이 이제 겨우 열여덟. 그는 남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에 홀로 미국 유학을 떠났고, 지금은 공연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이탈리아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별명이 ‘애늙은이’일 정도로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지만 그도 때로 외로움을 타고 평범한 학교 생활이 그립다고 한다. 간혹 고등학교에서 교정을 거닐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꿈을 꾼다고.
그가 외로움을 이겨내는 데는 폭넓은 팬들의 사랑이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임형주는 ‘샐리가든’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3만3천여 명의 회원 중 98%가 여성이고, 그중 1만여 명은 30대 주부라고 한다.
“저는 여성 팬, 특히 주부 팬들이 많아요. 팬레터나 선물을 많이 받는데 손수 옷을 만들어 보내주시는 분도 있고, 낙지나 생선을 택배로 보내주시는 분도 있어요. 어떤 분은 간호사라며 영양제와 주사액을 보내주시면서 ‘1년이 지나면 상하니까 빨리 병원에 가서 맞으세요’ 하는 메모를 남기셨어요(웃음).”
지난해 초 국내 최초의 ‘소년 팝페라 테너’로 데뷔해 ‘샐리가든’과 ‘실버레인’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국내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던 임형주. 올해, 대만과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로 활동 영역을 넓힌 그는 오는 12월24일, 25일 부산 문화회관 대극장 공연과, 12월31일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리는 송년음악회를 끝으로 2004년 활동을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유럽 진출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고 한다. 유럽 투어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는 무서운 10대, 임형주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여성동아 2004년 12월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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