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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여성 관객 눈물샘 자극한 정우성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최윤정‘스포츠투데이 기자’ ■ 의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4.12.01 09:55:00

지난 11월 초 개봉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개봉 2주 만에 전국 관객 1백50만명을 돌파했다.
사랑했던 기억을 잃어가는 여인을 향해 순애보를 펼치는 정우성의 멜로 연기가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정통 멜로 연기에 도전한 정우성의 꿈과 사랑 이야기.
멜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여성 관객 눈물샘 자극한 정우성

정통 멜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많은 여성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는 영화배우 정우성(31). 그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약간의 설렘이 일었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그림 같은 하얀 집을 지어주던 남자,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가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말할 때, “응∼나도 사랑해”라고 답하며 가슴을 짓누르던 남자. 수많은 여성 관객들과 함께 기자의 눈물까지도 쏙 빼놓은 이 남자의 실제 모습은 과연 어떨까.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정우성은 비음 섞인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비염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는다고 한다. 나직한 목소리로 커피를 주문하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긴 손가락의 짧게 자른 손톱이 단정하면서도 강단 있는 면모를 드러내는 한편, 한마디 한마디 한 템포씩 늦춰 말하는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스타에 대한 막연한 느낌은 때로 선입견에 매이게 한다. 조각 같은 외모에 우수에 찬 분위기. 그래서 기자는 정우성은 멜로 영화를 위해 태어난 배우라고 생각했다. 영화 ‘비트’에서 비틀거리는 청춘의 우상으로 나왔을 때만 해도 그가 곧 반항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눈물 쏙 빼는 멜로 영화로 관객들 앞에 설 것만 같았다. 그런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손예진과 함께 출연한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그가 데뷔 10년 만에 처음 도전한 정통 멜로 영화다. 그에게 왜 이제야 정통 멜로에 도전했는지 물었다.
“20대에 멜로 영화를 하면 감동이 깨질 것 같았어요. 지금 제가 20대라면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도 출연하지 않았을 거예요. 사랑에 다가가는 접근방식이 다르지 않나요? 제게는 사랑이 결코 가볍지 않은 그 무엇인 것 같거든요.”
정우성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시나리오를 건네받고 금세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영화의 눈물이 전해주는 감동이 컸기 때문이라고. 영화 속에서 그는 울고 또 울었다.
“그런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굳이 눈물을 흘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사랑했던 기억까지 송두리째 잃어가는 연인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절로 아프죠. 눈물 흘리는 연기는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오랜 연애 경험이 연기에 도움 됐지만 사랑은 여전히 고민거리
정우성은 영화 촬영 중 힘들었던 장면으로 철수가 홀로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수진을 찾아가는 결말 부분을 꼽았다. 그는 이 장면을 촬영할 때 문득 영화가 현실로 느껴지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요양원으로 수진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이 ‘철수’가 아니라 바로 저 정우성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내가 정말 이런 간절한 사랑을 하는 사람으로 보일 텐데, 내가 과연 그럴 만한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밀려오더라고요.”
정우성에게는 데뷔 초부터 그 존재를 알려온 오랜 연인이 있다. 그는 “실제 사랑의 경험이 멜로 연기에 도움이 됐나”라는 질문에 “감정선을 잡아가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랑을 정의하기까지는 아직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한다.

멜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여성 관객 눈물샘 자극한 정우성

“사랑이요? 아직 고민 중이에요. 10대와 20대엔 누구나 사랑의 환상과 최면에 빠지죠. 완전한 사랑을 꿈꾸면서 말이에요. 반면 30대에는 환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30대는 ‘사랑의 사춘기’가 아닐까요.”
‘사랑’을 화두로 삼은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그는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정우성은 오래 전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키워왔다. 그룹 god의 뮤직비디오에서 연출 솜씨를 발휘하기도 했던 그는 “내년 겨울쯤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을 시작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현재 그가 시나리오 작업 중인 영화의 가제는 ‘청춘’. 그는 공허함, 외로움, 갈망, 아름다움 등으로 채색된 청춘이 못내 아쉽기에 청춘을 첫 작품의 주제로 정했다고 한다.
그의 청춘은 어땠을까. 그는 “영화 속에서 철수가 ‘나 어릴 적부터 어른이었어’라는 말을 하는데 꼭 내 얘기같았다”고 말한다. 정우성은 영화 속 철수처럼 넉넉하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때문에 그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바라기보다 ‘내 것은 내가 만든다’는 의지를 갖고 살아왔다고 한다. 방송사 공채탤런트 시험에 줄줄이 낙방하고, 얼마 되지 않는 모델료를 떼이는 시련도 겪었지만 그는 모든 것이 인생의 자양분이 됐다고 말한다.
“저 스스로 제 것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쓸데없는 기대감을 갖지 않을 뿐더러 쉽사리 좌절도 하지 않아요.”
정우성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개봉 후 가진 각종 인터뷰에서 심은하의 근황을 묻는 질문 공세를 받았다. 영화 ‘본투킬’과 드라마 ‘1.5’에 함께 출연한 인연으로 두 사람이 절친한 친구가 됐기 때문. 기자 역시 인터뷰 말미에 조심스럽게 “심∼” 하고 입을 뗐는데 그는 예상했다는 듯 엷은 미소를 지었다.
“제가 꼭 대변인 같아요. 이렇게 관심이 많다는 걸 꼭 전할게요.”
그는 심은하와 허물없이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한다. 그가 심은하에게 영화 시나리오를 건네주기도 하고, 함께 시나리오를 읽은 뒤 감상을 나누기도 한다고. 그는 심은하에 대해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라며 “나는 심은하의 여배우적 근성을 좋아하는 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우성과 심은하가 함께 연기하는 모습, 많은 이들의 바람일 것이다.

여성동아 2004년 12월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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