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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살 연하 변호사와 결혼하는 박지만

“이젠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행복 느끼며 살고 싶어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김순희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4.11.30 18:17:00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외아들 박지만씨가 오는 12월14일 서향희 변호사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의 결혼 과정과 돌아가신 부모를 대신해 동생의 결혼을 축하하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심경을 취재했다.
열여섯살 연하 변호사와 결혼하는 박지만

지난 11월10일 박지만씨와 서향희씨 양가 상견례 모습.


고(故)박정희 전 대통령 외아들 지만씨(46)의 결혼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11월8일. 박씨가 대표로 있는 정보통신 부품원료 제조업체 EG의 서울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간부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박씨에게 축하인사를 건네자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고맙습니다. 축하해줘서” 하며 그가 밝게 웃었다. “요즘 행복하시죠” 하고 물으니 수줍은 소년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인터뷰는 정중히 사양했다. 세인의 관심을 벗어나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박씨의 배필인 서향희씨(30)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99년 사법시험에 합격, 노동법 전문변호사로 활동하다 지금은 새빛법률사무소 변호사 겸 새빛회계법인 고문을 맡고 있다. 박씨를 만난 날 어렵게 서 변호사와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결혼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오빠(그는 박씨를 오빠라고 불렀다)와 저, 두 사람 모두 조용히 (결혼식을) 하고 싶어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감사합니다만…, 결혼식 날 뵐게요. 좋은 하루 되세요.”
그의 목소리에 밝고 쾌활한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박씨의 결혼 소식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을 만한 일이지만 열여섯 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사랑의 열매를 맺은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박씨의 측근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두 달 만에 결혼을 약속했는데, 박씨가 서 변호사에 대해 “지혜롭고 사리 판단이 분명한 여자다. 자기 일에 대한 정열과 소신이 매력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서씨가 평범한 가정 출신이라는 점, 1남3녀 중 장녀여서 결혼 후 처가 쪽 식구들을 많이 얻게 된다는 점도 박씨의 마음을 끌었다는 후문이다.
박씨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10월 중순경. 서 변호사는 박씨의 사무실에 두어 차례 방문했다. 두 사람이 박씨의 사무실에서 데이트를 한 셈이다.
“어떤 여자 분이 회장님(박씨) 팔짱을 끼고 도란도란 얘기하며 엘리베이터를 탑디다. 너무 다정해 보여서 ‘혹시 연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제 예감이 맞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이 서 변호사였거든요. 결혼 소식이 언론에 알려진 후 회장님께 ‘결혼 축하한다’고 했더니 빙그레 웃으며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회장님의 얼굴에 행복이 묻어나 그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어요.”

박근혜 “동생 결혼 소식에 눈물이 났다”며 기뻐해
박씨가 입주한 사무실의 빌딩 관리인 이택주씨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박씨의 결혼 소식을 듣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이유는 그가 ‘비운의 황태자’이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박씨는 지난 2002년까지 필로폰 투약 혐의로 6번 적발돼 구속되거나 치료감호 처분을 받았다. “혼자 있으면 고독한 존재라는 회한과 알 수 없는 서러움 때문에 마약류에 손을 댔다”는 그의 법정 진술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올해 1월 법원은 그에 대한 치료감호 처분을 기각하면서 “더 이상 마약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결혼해 가정을 꾸리라”는 이색 충고를 하기도 했다. 당시 박씨는 결혼할 의사가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다.

열여섯살 연하 변호사와 결혼하는 박지만

박씨의 결혼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52). 박 대표와 박씨 사이의 돈독한 우애는 정가에 널리 소문이 나 있다. 여섯 살 아래의 남동생인 박씨는 특별한 볼일 없이 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누나, 뭐 해”라며 안부를 묻곤 한다고. 어머니를 잃은 지 30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25년의 세월 동안 동생에게 누나는 어머니였고 또 아버지였던 것. 동생의 결혼을 두고 박 대표는 “눈물이 나려 한다”고 털어놓았다.
박씨의 결혼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11월3일 새벽 박 대표는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www.cyworld. com/ghism) 게시판에 ‘동생의 결혼을 축하하며’라는 글을 띄웠다. 박 대표는 이 글에서 “사람이 살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를 지나면 행복과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날이 오는 것 같다”면서 “동생이 부모님을 잃고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가느라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좋은 짝을 이제야 만나 결혼하게 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부모님이 안 계신 지금 동생의 결혼이 너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온 날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오늘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동생이 결혼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고 했다. 박 대표는 올케가 될 서 변호사에 대해 “동생과 아주 잘 어울리는 아름답고 좋은 사람인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씨는 지난 16대 총선에서 재선한 박 대표에게 최고급 승용차(체어맨 리무진)를 선물했다. “앞으로 바쁜 의정 활동을 계속할 텐데 차 안에서라도 편하게 쉬라”는 배려에서였다. 4년여간 이 차를 이용하던 박 대표는 한나라당 새 대표로 취임한 뒤 차를 처분했다.
열여섯살 연하 변호사와 결혼하는 박지만

박씨의 가족 못지않게 그의 결혼에 감격하는 사람이 있다. 총리를 지낸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이다. 박 대통령과 박 회장은 ‘특별한’ 관계다. 61년 5월 박정희 소장은 쿠데타를 결행하면서 자신이 아끼던 박태준 대령을 거사명단에서 제외시켰다. 그는 나중에 “쿠데타에 실패해서 내가 사형당하면 내 가족을 챙겨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암살당한 뒤 박 회장은 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박 대통령의 아들인 만큼 품위를 지키면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1989년 박 회장은 포철의 자회사였던 삼양산업에 박씨를 부사장으로 임명했고, 91년엔 박씨가 삼양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후 박씨는 2000년 코스닥 등록을 하며 회사 이름을 ‘EG’로 바꿨고 현재 연간 매출액 2백억원의 건실한 회사로 성장시켰다.
박 회장 측근에 따르면 박 회장은 가슴속에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살았다고 한다. 박씨가 결혼적령기를 한참 넘긴 뒤에도 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씨가 부모의 비극과 외로움 탓에 삶에 회의를 느끼고 방황할 때 몇 차례 불러 “빨리 결혼해 안정을 찾아 나라를 어려움에서 구한 분의 대를 이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고.
지난 10월 말, 박씨는 서 변호사와 함께 박 회장의 자택을 찾았다. 이때 박 회장은 예비 신부의 손을 잡고 “돌아가신 박 대통령 내외가 이들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뻐하겠느냐”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박 회장은 “조만간 좋은 소식이 또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 박 대통령의 후손을 하루빨리 낳기를 기원했다고 한다.

열여섯살 연하 변호사와 결혼하는 박지만

박지만씨는 서향희씨가 평범한 가정 출신이고 식구들이 많은 게 좋았다고 한다.


박씨는 자신의 결혼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 또 한사람에게 이 소식을 먼저 전했다. 10월26일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25주기 추도식이 끝난 뒤 그는 추도객 사이를 뚫고 9년3개월간 박 전 대통령을 보필했던 역대 최장수 대통령 비서실장인 김정렴씨(80)에게 다가가 귀엣말로 “비서실장 아저씨, 아직은 비밀인데요. 저 장가갑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김씨는 너무나 놀라고 기뻐서 박씨의 손을 꼭 쥔 채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연발했다고.

지난 11월10일 박근혜 대표 참석한 가운데 양가 상견례 가져
지난 11월10일 박씨는 누나인 박 대표에게 뜻 깊은 ‘만남’을 선사했다. 서 변호사의 부모와 상견례 자리를 마련한 것. 박 대표는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겸해 이뤄진 상견례에서 찍은 사진 3장을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양가 가족 5명이 함께 찍은 첫 번째 사진에선 ‘동생의 예비 신부와 부모님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며’란 제목을 붙이고 “우리 가족에게 따뜻하고 귀한 가족이 생겨 참으로 기쁘다. 동생에게 그동안의 모든 아픔을 잊어버리고, 아름다운 출발이 되길 바라면서 가신 분들을 대신해 축복과 행복을 빌어주고 싶다”고 격려했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예비 올케 서향희씨’라는 제목의 두 번째 사진에서는 “(서씨의) 아름답고 고운 마음에 따뜻함을 느끼며 동생에게 많은 사랑과 꿈을 전해달라”고 했다. 서 변호사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에는 “옛날부터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했는데…. 그분들과의 행복한 만남의 시간이었다”며 “항상 사랑과 따뜻함으로 사랑해주시길 바라며 그분들에게 마음의 사랑을 보낸다”고 적었다.
박씨는 코앞으로 다가온 결혼식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여느 신랑처럼 신부에게 어울리는 드레스와 예복을 고르며 신부와 함께 신혼집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잔잔한 행복을 맛보고 있는 것.
대통령의 아들로 보통사람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박씨. “이젠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빈다.

여성동아 2004년 12월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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