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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영광의 얼굴

성과 권력을 소재로 한 파격적인 작품으로 노벨문학상 수상한 엘프리데 옐리네크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윤경희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4. 11. 11

오스트리아의 여류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2002년 국내 개봉 당시 가학적인 성행위 묘사로 논란을 일으켰던 영화 ‘피아니스트’의 원작 ‘피아노 치는 여자’를 쓴 장본인. 파격적인 성애 묘사와 강도 높은 정치 비판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그의 삶과 작품세계.

성과 권력을 소재로 한 파격적인 작품으로 노벨문학상 수상한 엘프리데 옐리네크

오스트리아의 여류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58)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10번째 여성이 된 그는 과감한 성애 묘사와 파격적인 내용을 다룬 작품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켜온 인물.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옐리네크가 여러 문학 장르를 넘나들며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문학 본연의 가치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노벨상 선정 배경을 밝혔다.
그의 대표작 ‘피아노 치는 여자’는 여자 피아노 강사와 어린 남자 제자의 사랑을 그린 소설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해 2001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국내 개봉 당시에는 가학적인 성행위 장면이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엘프리데 옐리네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페미니즘이다. 여성의 자의식을 중심으로 사회의 성차별적인 통념에 저항하는 작품을 주로 써온 그는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작가. 하지만 1975년 소설 ‘욕망’을 발간할 당시에는 노골적인 성애 묘사로 포르노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페미니스트들로부터 ‘반 페미니스트’로 배척당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지병인 사회공포증 때문에 12월에 있을 시상식에는 불참할 예정
성과 권력을 소재로 한 파격적인 작품으로 노벨문학상 수상한 엘프리데 옐리네크

유태인 아버지와 오스트리아 명문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작품의 파격적인 내용과는 달리 온순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스물한 살이 되던 해에 시로 등단했지만 소설과 희곡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대학 시절 학생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비판적인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현재까지도 극우파가 이끄는 오스트리아 집권당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탓에 대표작 대부분이 독일에서 출판되었으며, 희곡 작품들도 오스트리아에서는 한번도 상연되지 못했다. 때문에 독일의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그를 가리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해진, 가장 미움 받는 시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974년 과학자인 고트프리트 휜스베르크와 결혼, 현재 오스트리아 빈과 독일 뮌헨을 오가며 살고 있는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1천만 크로네(약 15억원)의 상금을 받아 노후 걱정 없이 일하게 되어 좋다”면서도 “인생에 큰 짐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며, 절망감과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편 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하인즈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오스트리아 문학 전체의 승리”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그는 “나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국가에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기를 바란다”며 현 정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오는 12월10일로 예정된 노벨상 시상식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타인이 자신을 관찰하거나 비난할 것을 지나치게 우려하는 심리질환인 ‘사회공포증’을 앓고 있다는 게 그가 밝힌 불참 이유. 그의 노벨상은 출판사 사장이 대신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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