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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사건의 내막

‘남편 성매매’ 경찰 신고한 아내의 사연 & 수사 뒷얘기

■ 기획·최호열 기자 ■ 글·김순희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4. 11. 03

지난 10월 초, K씨는 노래방 도우미 여성과 성매매를 한 남편을 겁주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는데 최근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에 의해 남편이 형사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에서 처음 벌어진 남편 성매매 고발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다.

‘남편 성매매’ 경찰 신고한 아내의 사연 & 수사 뒷얘기

지난 10월3일, K씨(37)가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형사계를 찾았다.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한 채 경찰서를 방문한 그는 “남편이 성매매를 했는데 경찰에 신고하러 왔다”며 “이런 사건도 신고대상이 되느냐”고 물었다. 경찰은 순간 의아해 했다. 경찰 역사상 남편이 성매매한 사실을 아내가 신고한 사건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K씨가 경찰서를 찾은 내막은 이렇다. 전날 밤, 자영업자인 남편이 퇴근 후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자 K씨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고 있다”는 남편의 말을 들은 그는 자정이 넘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난 K씨는 자신의 옆에 누워 있어야 할 남편이 보이지 않자 외박했음을 직감했다. 그때 남편 P씨(37)는 집 앞에 세워둔 자신의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아내의 전화에 놀라 잠을 깬 P씨가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부부싸움이 시작됐다.
K씨는 “왜 외박을 했냐, 입고 나갔던 점퍼는 어디에 벗어두고 왔냐, 혹시 다른 여자랑 자고 온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아내의 추궁이 이어지자 머뭇거리던 P씨가 “다 알면서 뭘 그러냐”고 했고, 아내가 “어디서 누구랑 잤냐”고 끈질기게 묻자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P씨는 전날 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근처에 위치한 노래방에서 여성도우미 J씨(30)를 불러 함께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다 화대 20만원을 주고 모텔로 갔던 것. 모텔을 나와 집 앞에 도착한 P씨는 아내의 잔소리가 귀찮아 귀가를 망설이다 차에서 잠이 들었다고 했다.
다른 여자와 잠을 잤다는 남편의 말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K씨는 노래방을 찾아가 J씨에게 전날 밤 일을 물었고, 성매매 사실을 확인하자 곧바로 경찰서로 향했다. 지난 9월23일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새롭게 개정된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알선자 및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이 특징. 성을 사고판 남성과 여성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등에 처해진다.
K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P씨와 J씨를 즉시 소환했다. 두 사람이 경찰에 출두하기 전 “성관계를 한 것은 맞지만 대가(화대)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입을 맞출 경우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조사는 신속히 이뤄졌다. P씨와 J씨는 경찰의 조사에서 순순히 자신들의 성매매 사실을 시인했다.
P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해 오랫동안 부부관계를 갖지 못했다. 술이 취하자 욕구를 참지 못해 도우미와 모텔에 갔다.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모두 불구속 입건됐다. P씨와 같은 단순 성매매자는 과거에는 대부분 훈방조치되었지만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
지난 9월23일 이후 구속된 성매수 남성은 10월14일 현재 48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해 성매매특별법이 아닌 ‘청소년성보호법’이 적용된 경우다. 현재 성인 여성과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가진 남성은 대부분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남편 성매매’ 경찰 신고한 아내의 사연 & 수사 뒷얘기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전에는 대부분 훈방조치되었던 단순 성매수 남성들이 이젠 형사 입건돼 전과자로 전락하게 됐다(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수사가 종료된 10월5일. K씨는 각종 신문과 TV 뉴스 등에서 자기 부부에 관한 기사가 가십으로 다뤄지자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내가 신고한 것을 취하하면 안되겠느냐, 남편이 처벌받고 벌금까지 내야 되는 줄 몰랐다. 남편이 다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겁을 주려고 했을 뿐인데 사건이 너무 확대됐다”며 후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K씨가 성매매특별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예컨대 범죄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에 해당하는 범죄인 간통죄와 강간죄 같은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성매매특별법은 친고죄처럼 고소를 취하함으로써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현행법에 따라 P씨는 전과자의 신분이 되고 3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며 수사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P씨와 J씨의 경우에는 노래방에서 손님과 도우미 여성으로 만나 모텔에서 성매매가 이뤄졌지만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노래방이 즉석 성매매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울산남부경찰서는 지난 10월14일 노래방에서 집단 즉석 성매매 등 음란행위를 알선한 혐의(성매매 알선)로 노래방 업주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이들 노래방에서 성매매 등 음란행위를 한 혐의(성매매)로 속칭 ‘삐삐걸’ 4명을 입건하고 노래방 4곳에서 업주들이 갖고 있던 1천여 명의 삐삐걸 명단과 특징이 적힌 장부 4권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노래방 업주는 성매매 등 퇴폐행위가 가능한 ‘삐삐걸’을 손님들에게 불러주는 대신 맥주 1박스에 15만원씩 받고 불법 영업을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업주들은 대부분 시간당 2만원에 바지를 입고 놀고만 가는 ‘바지 삐삐걸’과 시간당 3만원 이상씩 받고 금액에 따라 음란·윤락행위까지 하는 ‘치마 삐삐걸’의 명단과 연락처 등이 기록된 장부도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삐삐걸들은 손님들이 10만원에서 15만원씩의 화대를 주면 즉석에서 2대 2에서 5대 5씩 집단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은 3만원이면 나체쇼를 하고 5만원이면 가벼운 음란행위를 하는 등 화대 액수에 따라 음란행위의 강도를 조절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K씨 부부는 이 사건 이후 심각한 부부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의 신고로 하루아침에 전과자로 전락하게 된 P씨는 주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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