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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끝없는 변신

누드 촬영, ‘전혜린’ 역할로 주목받는 이재은

“늘 새롭게 변신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

■ 기획·김지영 기자 ■ 글·조득진 ■ 사진·조영철 기자 ■ 의상&소품·EnC 베네통 매긴나잇브리지 오브제 by Y&K 모렐라또 ■ 코디네이터·김진하

입력 2004.10.04 17:44:00

탤런트 겸 영화배우 이재은이 여자 연예인들의 잇따른 누드 촬영 열풍에 합류했다.
아역스타 출신으로 시청자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주어왔기에 그의 누드 촬영은 화제일 수밖에 없다.
며칠 전 누드 촬영을 마쳤다는 그를 만나 누드 촬영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누드 촬영, ‘전혜린’ 역할로 주목받는 이재은

“추가 촬영요? 상업적인 거 말고 제가 원하는 포즈대로 한번 찍어보고 싶었어요. 누드 촬영에 합의하면서 제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많았거든요.”
최근 두 차례의 누드 촬영을 통해 아름다운 글래머 몸매를 공개한 이재은(24)은 “2차 촬영은 1차 촬영에 비해 올 누드 장면이 많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차 촬영이 허리와 가슴 등을 속옷이나 소품으로 교묘하게 가리며 섹시미를 드러냈다면 2차 촬영에선 현재 법률상으로는 금지된 ‘헤어 노출’만 빼고 최대한 알몸 그대로를 보여 주었다는 것.
“어설프게 걸치고 하는 게 제 성격엔 맞지 않더군요. 이왕 누드를 찍기로 작정했으면 건강한 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거지, 굳이 가리거나 작위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올 누드로 2차 촬영을 하자고 했죠.”
지난 86년 여섯 살 나이로 대하드라마 ‘토지’에서 서희의 아역을 당차게 소화해내 주목받기 시작한 이재은. 이후 그는 귀여운 딸, 방황하는 청소년, 톡톡 튀는 아가씨로 변신을 거듭하며 가족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때문에 그의 누드 촬영 소식은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고등학생 때 일본 배우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집 ‘산타페’를 보고 사람의 몸, 특히 여성의 곡선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누드 촬영에 관심을 갖게 됐죠. 하지만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이미지와 방송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선뜻 나설 수 없었어요. 영화 ‘노랑머리’와 ‘세기말’에서 노출 장면이 있긴 했지만 그건 연기였을 뿐이고요.”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거액을 줄 테니 누드 화보를 찍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성현아, 권민중, 함소원 등 누드 열풍이 거셌던 때라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무엇이든 가장 처음에 도전하고 싶었던 그에게 ‘따라가는’ 듯한 인상은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뒤늦게 누드 촬영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14kg 뺀 후 몸의 곡선 보며 누드 촬영 결심
“전문모델도 아니고, 스타일도 화려하지 않지만 언젠가 사진 한번 제대로 찍어야지 하는 생각을 해왔어요. 또 몸 자체를 보여주기보다는 상황이나 소품으로 치장한 기존의 누드를 보며 정통 누드로 승부해보고 싶었고요. 예술성을 극대화한다는 조건만 맞는다면 촬영하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누드 촬영을 하는 포토그래퍼가 마음에 들어야 한다, 누드의 컨셉트를 정할 때 제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촬영 제의를 받아들였어요.”
‘여신의 유혹’으로 이름 지어진 누드의 주제는 ‘여성의 심리표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이미지를 차용해 여성의 원초적 아름다움과 함께 복잡하고 다양한 심리를 누드로 담아내기 위해 사진작가도 여성작가인 미셸 조를 선택했다.

누드 촬영, ‘전혜린’ 역할로 주목받는 이재은

현재 그의 누드는 휴대전화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소녀 같은 얼굴에 비해 성숙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 묘한 느낌을 준다.


사실 이재은이 누드를 찍는다는 소문은 올 초부터 연예계에서 흘러나왔다. 한 다이어트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 날씬하고 탄력 있는 팔등신 몸매가 만들어지면서 곳곳에서 누드집을 내자는 러브콜이 이어진 것.
“7개월 동안 14kg을 뺐더니 몸에 굴곡이 생기고 선이 아름다워지더군요. 가장 큰 콤플렉스였던 굵은 허벅지도 날씬해졌고요. 이럴 때 제 몸의 아름다움을 남겨보자는 욕심이 생겼어요.”
드라마 ‘인어아가씨’에 출연할 때만 해도 달라붙는 옷을 입을 땐 하루 종일 밥을 굶어야 했지만 이번 누드 촬영 때는 부담없이 식사를 했다고 한다. 여자의 적당히 나온 아랫배가 꽤 섹시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편 그는 지난 9월11일부터 EBS에서 방영하고 있는 24부작 미니시리즈 ‘명동백작’에서 31세에 요절한 천재 수필가 전혜린 역을 맡고 있다. 그래서 요즘 전혜린이라는 독특한 인물을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인터넷과 책을 뒤지며 1950년대 명동 문화와 전혜린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하고 있지만 감이 잘 안 잡혀요. 검은색을 좋아해 검은색 옷만 입고 다녔고, 자신만의 세계가 강한 여자였다는 정도밖에 모르거든요. 그래도 첫 촬영 때 주변 분들이 ‘딱 전혜린이네’ 하고 칭찬해주어서 그나마 안심이 됐어요.”

드라마 ‘명동백작’에서 전혜린 역 맡아 당찬 이미지로 변신 중
누드 촬영, ‘전혜린’ 역할로 주목받는 이재은

‘명동백작’은 1950~60년대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한국의 문화사를 조명하는 기획 드라마. 당시 명동에 모여들었던 시인 김수영 박인환 서정주, 소설가 김동리 황순원, 가수 현인 남인수 등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전혜린은 경기여중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뮌헨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를 우리말과 독일어로 옮긴 번역 문학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수필집을 남긴 수필가이기도 하다.
“요즘 같으면 장관도 지냈을 재원인데 ‘여자가 공부하면 팔자 사납다’던 시대에 태어나 늘 술로 울분을 달래죠. ‘서구 혁명은 채털리 부인의 치맛자락에서 시작된 것도 모르냐’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앞선 생각을 가진, 한마디로 분석하기에 머리 아픈 캐릭터예요. 서른한 살 나이에 음독자살한 그 광기와 고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늘 걱정이에요.”
하지만 시사회 결과 그의 연기 변신은 일단 합격점. 극중 대폿집 술자리에서 시인 박인환에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가뜩이나 사는 게 힘든데 그 알량한 시로 나를 더 힘들게 하지 말라”고 일갈하는 그의 연기는 천재다운, 그러면서도 삶에 지쳐 힘들어 하는 여린 소녀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그의 누드 촬영 사실이 알려지면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교육방송인 EBS에 누드 촬영을 한 배우가 출연할 수 있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항의가 있었던 것.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배우가 연기력이 뒷받침되면 되는 것이지…’ 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잡음은 수그러들었다.

누드 촬영, ‘전혜린’ 역할로 주목받는 이재은

이재은의 변신에 가속도가 붙었다. 다소 상반되는 이미지의 누드 촬영과 전혜린 역할. 연기경력 20년의 그는 “변신의 하나일 뿐”이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누드 촬영과 전혜린.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이미지 아닌가요. 영화 ‘노랑머리’와 ‘세기말’이 개봉됐을 땐 모두들 저를 ‘노는 아이’쯤으로 봤고, 시트콤 ‘논스톱’에선 발랄한 이미지만을 봤죠. 또 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선 철부지 아가씨로만 부각됐잖아요. 그때그때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이죠. 중요한 것은 그 이미지를 제대로 소화해내는 연기력이라고 봐요. 그게 부족할 땐 욕을 먹어야겠죠.”
그래서 자신에 대한 어떤 이미지도 두렵지 않다고 한다. ‘노랑머리’ 촬영 당시 배우로서 모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것도 변신의 한 단면일 뿐 자신의 전체가 아니기 때문에 강행할 수 있었다고.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장사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엿보면서 희로애락을 공감하는 시청자에겐 늘 새롭게 변하는 연기자가 필요하죠. 한국의 자상한 어머니 같다가도 때론 극성스런 주부로, 때론 화려한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하는 고두심 선생님 같은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그는 중앙대 국악과에 편입해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지난 학기엔 과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배우와 가수로도 도전하고 싶다고 한다. 아역배우 시절의 모습이 남아서일까. 여전히 그에게 여동생 같고, 가족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던 기자는 인터뷰 내내 딱 부러지고 논리정연한 그의 모습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여성동아 2004년 10월 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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