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현(이하 박)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해 없어진다는 용불용설(用不用說)이란 말이 있잖아요. 그 말이 여자들의 오르가슴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김은하(이하 김) 오르가슴을 전혀 맛보지 못한 여성이 ‘섹스란 다 그런 것이려니’ 하고 살면 감각이 점차 둔화되는 법이죠.
박 결혼 초에는 오르가슴이 뭔지 잘 몰랐어요. 중매를 통해 선본 지 3개월 만에 결혼해서 그런지 남편과의 잠자리가 자연스럽지 않았어요. 섹스에 적극적이면 ‘밝히는 여자’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신혼 초엔 남편이 애무할 때 드는 느낌이 오르가슴인 줄 알고 살았어요. 가슴을 만지고 귓불을 핥아주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이 들었으니까요.
김 저는 대학 졸업 직후 남편을 만났는데, 자연스럽게 혼전관계를 갖게 되었어요. 연애와 중매의 차이가 신혼 초 성생활 패턴을 결정짓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교제기간이 짧으면 성생활이 경직될 수밖에 없잖아요. 반면 연애결혼은 섹스에 부끄럼이 없어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행위가 자연스럽거든요.
박 그래서 한때는 연애결혼한 친구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어요.
김 연애할 땐 함께 있는 것만으로 즐거워서 오르가슴에 연연하지 않았어요. 결혼 후에 섹스의 참맛을 알게 되었죠. 남편이 애무할 때 ‘어디를 어떻게 해주면 좋냐’고 물어요.
박 제 남편도 그런 질문을 자주 했어요. 그래서 제 몸의 성감대를 찾아냈고요. 다정다감한 남편은 섹스할 때도 그 성격이 드러나더군요. 일방적인 섹스를 하지 않죠.
김 다른 주부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일상생활에서 아내를 배려할 줄 아는 남자가 섹스할 때도 아내의 성적 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박 남편의 배려가 오르가슴을 맛보고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됐어요. 오르가슴을 처음 느낀 건 결혼하고 몇 달 지나서였어요. 이전과 달리 그날은 (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자극이 느껴지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숨이 넘어갈 듯한 소리를 내고 남편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끌어안았죠. 온몸에 기가 쫙 빠져나간 느낌이었어요. 털끝 하나 움직일 힘도 없이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남편이 ‘평소와 다른 게 없는데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 묻는 거예요. 저도 왜 그랬는지 설명할 수가 없었어요.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으니까요.
김 우리 부부는 애무시간이 긴 편에 속하는데 어떤 날은 클리토리스 자극에 의한 오르가슴을 느끼고 어떤 날은 질 오르가슴을 느껴요. 결혼 후 질 오르가슴을 알게 됐죠.
박 질 오르가슴을 맛보니까 다음부터는 그걸 또 느끼기 위해 적극적으로 섹스에 임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한 번 오르가슴에 이르는 것으로 끝이었는데, 나중엔 오르가슴에 이른 후에도 강한 자극을 받으면 또다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성기 주변과 클리토리스를 자극해 오르가슴을 느낀 후 잠시 달아오른 제 몸을 식히기 위해 남편의 성기나 몸을 애무해요. 그리고 삽입섹스를 하면 또다시 질 오르가슴에 도달해요.
김 그렇게 반복하면 한 번의 섹스에서 여러 차례 (오르가슴을) 느끼게 되죠(웃음).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부의 성생활에서 적나라한 부분까지 털어놓은 박서현(왼쪽), 김은하(오른쪽) 주부.
박 한 번 오르가슴에 이르면 두 번째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시간이 짧아요. 아직 (오르가슴) 여진이 남아 있어서 그런가봐요. 남편이 사정하면 ‘끝’이니까 제가 오르가슴을 느끼고 싶은 정도에 따라 남편이 사정 시간을 조절해요.
김 저도 그래요. 그날의 기분에 따라 한 번의 오르가슴으로 끝낼 때가 있는 반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 정도로 과격한 섹스를 할 때가 있어요. 남편과 저는 섹스에 적극적인 편이거든요. 사실은 결혼하고 1년 만에 침대다리가 부러졌어요. 침대다리가 약했는지 아니면 우리 부부가 침대를 혹사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웃음).
박 침대다리가 부러질 정도였다면 좀 심했네요.
거울 앞에서 섹스하면 색다른 흥분 불러일으켜
김 우리 집 안방에는 우리 부부만을 위한 특별한 게 있어요. 전신거울이죠. 거울 보면서 하면 느낌이 달라요. 우리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성행위를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굉장히 자극적이에요. 거울 앞에서 주로 후배위 체위를 하는데, 이때 제 가슴은 제가 만져요. 처음엔 쑥스러웠는데 남편은 더 흥분이 된대요. 거울을 보면서 한두 번 오르가슴에 도달한 다음 침대로 자리를 옮겨 두세 번 정도 오르가슴을 더 느껴요. 맘먹고 섹스를 하기로 작정한 날은 다섯 번까지 오르가슴에 이르기도 하죠.
박 오르가슴은 주변 환경과 심리상태에 큰 영향을 받아요. 예컨대 시집문제로 골치 아픈 일이 있다거나 아이가 속을 썩여 마음이 편치 않은 일이 있는 날은 안 느껴지더라고요. 딴 생각 없이 섹스에 몰두하고 집중해야 오르가슴에 도달해요.
김 며칠 전에는 섹스를 하다 울었어요. 저는 질과 클리토리스에서 동시에 오르가슴이 느껴지면 막 울거든요. 질 내부에 강렬한 느낌이 드는 순간 클리토리스도 자극을 받으면 한마디로 미쳐버리죠.
박 질과 클리토리스에서 동시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경우가 많나요?
김 열 번에 한 번 정도요. 보통 때는 주로 클리토리스의 자극에 의한 오르가슴에 이른 다음 질 오르가슴을 번갈아가면서 느끼거든요.
박 질 오르가슴에 좋은 체위는 제가 누워서 무릎을 구부린 상태로 가슴 쪽을 향한 후 남편이 삽입할 때예요.
김 강한 피스톤 운동을 해도 질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지만 손가락으로도 가능해요. 질 내부 위쪽 벽에 오돌토돌한 부분이 있는데 그곳을 손가락으로 자극해도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저는 특히 제가 식탁에 걸터앉은 자세로 할 때 잘 느껴요. 남편이 저보다 조금 아래쪽에서 삽입하는 체위가 좋은 것 같아요.
박 요즘 남편이 가끔 애널섹스를 하자고 졸라요.
김 남편이 하도 졸라서 신혼 초에 몇 번 시도해봤는데 삽입하는 순간 얼마나 아프던지 두 번 다시 못하게 했죠. 일단 삽입 자체가 힘들더라고요.
박 ‘부부 사이에 변태는 없다’는 게 저와 남편의 생각이에요. ‘병만 생기지 않는다면 어떤 행위도 할 수 있다’는 주의죠.
김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여성은 오르가슴에 몇 번이고 도달한다는 점이죠. 남성은 사정 후 다시 발기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여성은 자극이 오면 금세 다시 오르가슴에 이르거든요. 물론 모든 여성이 멀티오르가슴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오르가슴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고 하는 여성이 적지 않으니까요. 남성은 사정과 함께 모든 쾌감이 한순간 무너져 내리지만 여성의 오르가슴은 여러 차례 지속되잖아요.
박 그러니까 멀티오르가슴이라는 말이 생겨났겠죠.
김 한국성과학연구소가 98년에 6대 도시에 사는 기혼여성 1천4백 명을 대상으로 ‘어떻게 오르가슴을 느끼는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응답자 중 3분의 1이 질 오르가슴, 3분의 1이 클리토리스 오르가슴, 나머지 3분의 1이 질과 클리토리스 양쪽을 통한 오르가슴을 얻었다고 답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즐거운 섹스 위해 가끔씩 장소와 체위 바꾸는 것도 효과적
박 쉽게 오르가슴에 이르기 위해서는 부부간에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해요. 섹스의 즐거움을 위해 섹스를 나누는 장소와 행위에 가끔 변화를 주는 게 좋고요.
김 저희는 심하게 싸운 날 더욱더 격렬한 섹스를 나눠요. 전날 저녁에 아무리 심하게 싸웠다 해도 다음날 아침이 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웃을 수 있는 것도 섹스 때문이죠.
박 옛 어른들이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잖아요. 섹스를 염두에 둔 속담 아니겠어요. 오늘 많이 배웠어요.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맘에 드는 전신거울 하나 사야겠어요.
섹스토크를 위해 이날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세 시간 동안 스스럼없이 자신들의 성생활을 털어놓으며 마치 오랜 친구가 된 듯했다. 헤어지기에 앞서 김씨가 박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면서 “거울 앞에서 한 느낌이 어땠는지 꼭 알려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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