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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나이차 극복하고 정겹게 살아가는 성동일·박경혜 부부

“노모 잘 모시고 살뜰한 아내, 첫눈에 ‘이 여자’다 싶었어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10.04 13:38:00

‘빨간 양말’ 성동일이 2년 동안 교제해온 박경혜씨와 최근 혼인신고를 하고 법적인 부부가 됐다.
두 사람은 당초 올 봄 결혼할 예정이었으나 박씨가 부친상을 당하면서 내년 봄으로 결혼식을 연기했다. 열한 살 나이차를 극복하고 오누이처럼 정겹게 살아가는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 & 알콩달콩 신혼생활.
열한 살 나이차 극복하고 정겹게 살아가는 성동일·박경혜 부부

화제의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능청스런 감초 연기로 눈길을 끌었던 탤런트 성동일(37)이 드디어 총각 딱지를 뗐다. 2년 동안 교제해온 박경혜씨(26)와 최근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의 연을 맺은 것.
인천 부평에 있는 성동일의 집을 찾았을 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그 집에는 두 사람과 성동일의 노모, 만화주인공 조리를 닮은 개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저희가 함께 산 지는 3개월 정도 됐어요. 결혼식을 올린 후 함께 사는 게 순서겠지만, 아내가 일찍 어머니를 여읜 데다 지난 5월 부친상까지 당해 혼자 둘 수가 없었어요. 어차피 결혼할 사이인데 먼저 들어와 살면서 아내, 며느리 노릇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고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 봄에 결혼식을 올렸어야 하는데, 장인이 돌아가셔서 내년 봄으로 연기했어요.”
2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나 첫눈에 반해
두 사람은 지난 2002년 여름 울산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당시 SBS 드라마 ‘유리구두’에 출연 중이던 성동일은 촬영이 없는 날을 이용해 지인도 만나고 바람도 쐴 겸 해서 울산에 내려갔는데 지인과의 약속장소에 가보니 박씨가 함께 있었던 것. 그제야 “괜찮은 여자가 있다”고 말했던 지인의 의중을 눈치 챈 성동일은 박씨의 여성스러운 면모에 끌렸다고 한다.
“저는 여자를 볼 때 외모나 직업, 집안 같은 조건은 따지지 않아요. 어른 공경할 줄 알고, 내조 잘하는 현모양처 스타일을 좋아해요. 그런데 아내가 냅킨을 받쳐 수저를 가지런히 놓는 모습이 무척 여성스러워 보였어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괜찮은 여자다 싶었죠.”
열한 살 나이차 극복하고 정겹게 살아가는 성동일·박경혜 부부

첫눈에 박씨에게 호감을 느낀 성동일은 열흘 동안 울산에 머물며 매일 데이트를 했다. 또 촬영이 있을 때는 서울로 올라와 촬영만 하고 바로 울산으로 내려가 박씨를 만났다. 박씨도 그런 성동일에게 차츰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만나면 만날수록 재미있고 함께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성동일은 급기야 박씨를 반 납치하다시피 해서 여행을 갔다. 대전, 광주, 서울 등지를 돌며 전국일주를 한 것.
“처음에는 당일치기 여행인 줄 알고 따라나섰는데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요. 그 바람에 직장도 그만두게 됐죠. 오빠는 제가 직장을 그만두었으면 했거든요.”
두 사람은 이후 서울과 울산을 오가며 데이트를 했다. 애초부터 박씨를 결혼상대로 생각했던 성동일은 먼저 박씨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어머니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시켰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두 사람의 만남을 반대했다고 한다.
“저는 아내가 나이에 비해 참하고 생각이 깊은 여자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머니는 나이가 어리니 철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아내가 서울에 올 때마다 어머니를 찾아뵙고 예비 며느리로서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했죠.”
박씨와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결혼 결심이 확고해진 성동일은 지난해 초 정식으로 청혼했다. 하지만 이미 박씨의 집에서 박씨의 짝으로 생각해둔 사람이 있던 터였다. 그 때문에 박씨가 가족들과 갈등을 겪자 성동일은 박씨의 아버지를 만나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박씨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열한 살 나이차 극복하고 정겹게 살아가는 성동일·박경혜 부부

결혼 전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 아픔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더욱 아끼고 배려하게 됐다는 성동일과 박경혜씨.


“해병대 출신인 장인은 몸집도 단단하고 남자다운 분이셨어요. 당시에는 별다른 말씀없이 저한테 계속 ‘한잔 들라’며 술을 권하셨는데, 나중에 아내한테 들어보니 저를 보고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대요. 말과 행동이 듬직하고 믿음이 간다면서요.”
그러나 박씨의 부친은 지난 5월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 돌아가시기 전 양가 상견례는 가졌다고 한다. 성동일의 어머니가 “병세가 악화되기 전 상견례를 해야 나중에 사돈이 잘못되더라도 덜 서운하실 것”이라며 성동일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간 것.
“어머니가 꿈에서 장인을 봤다며 상견례를 서두르셨어요. 그때가 돌아가시기 보름 전쯤이었을 거예요. 당시만 해도 장인의 병세가 좋아져서 그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어요.”

아내가 살림하기 불편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남편
박씨는 부친상을 치른 후 그의 집으로 들어왔다. 고3 때 어머니를 여읜 박씨는 “어머님을 친어머니라 생각하고 산다”며 “처음에는 고부갈등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친딸처럼 아껴주신다”고 말했다. 성동일은 “아내가 내조 잘하고,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을 잘 챙겨줘서 대견하고 든든하다”며 흡족해 했다.
“사실 어머니가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셔서 건강이 좋지 않으세요. 아내를 결혼 전에 먼저 들어와 살게 한 데는 어머니를 잘 챙겨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아내 덕분에 집안 분위기가 환해졌어요. 저도 식구가 한 명 더 늘어난 만큼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됐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전에는 출연하지 않았던 쇼·오락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있어요(웃음).”
박씨에 따르면 성동일은 무척 가정적이고 자상한 남편이라고 한다. 아내가 살림하기 불편하지 않도록 집안 곳곳을 손질해주고, 맛있는 음식을 한 꾸러미씩 사오는 등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겨준다는 것.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도 오빠 작품이에요. 저희 집 식탁에는 먹는 동안 내내 찌개를 따뜻하게 해주는 전기레인지가 부착돼 있는데 그것도 오빠가 고안해냈어요.”
성동일의 인생 최대의 목표는 가정의 행복. 그는 “가족들이 더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뭐든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한 집안의 가장 노릇 하기가 쉽지는 않을 터.
“저는 혼자 결정하기 힘든 일은 가족회의를 거쳐 결정해요. 가족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여기서 모이거든요. 요즘에는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희 집은 좀 유별나게 가족들을 챙기는 편이에요.”
박씨 역시 가족들이 북적거리는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토요일을 은근히 기다린다고.
결혼 전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 아픔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더욱 아끼고 배려하게 됐다는 두 사람은 지금까지 큰소리 내며 싸운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저희는 사소한 문제로는 안 싸우려고 해요.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거든요. 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만큼 서로 더 조심하려고 노력하고요. 오빠는 저를 많이 이해하고 받아주는 편이에요. 대신 성격이 불 같아서 한번 화가 나면 아무도 못 말리는데 다행히 금방 풀어지더라고요(웃음).”

열한 살 나이차 극복하고 정겹게 살아가는 성동일·박경혜 부부

성동일의 어머니는 박경혜씨의 생일이나 이들 부부의 기념일을 일일이 기억해두었다가 챙겨준다고 한다.


박씨의 생일이나 이들 부부의 기념일을 잊지 않고 챙겨주는 사람은 성동일이 아니라 성동일의 어머니라고 한다. 기념일을 일일이 기억해두었다가 “오늘은 무슨 날이니 밖에서 맥주나 한잔하고 들어와” “누나 불러서 밥이나 같이 먹자” 하며 은근슬쩍 챙겨주신다고.
내년 봄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두 사람은 혼수나 예물을 생략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다 갖춰놓고 살기보다 살아가면서 하나씩 채워가는 것이 더 재미있고 보람 있을 것 같아서다.
“가족들은 서운할지도 모르지만 저희는 마음을 굳혔어요. 속 빈 강정처럼 사는 것보다는 내실을 기하며 예쁘게 사는 것이 진정한 효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내한테도 ‘연예인에게는 의료보험도, 퇴직금도 없으니 노후 대책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벌어야 한다. 내가 45세가 될때까지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참아라. 열심히 벌어서 이후에는 같이 여행 다니며 살자’고 했어요.”
성동일은 또래 친구들보다 결혼이 늦은 데다 장남이다보니 2세를 갖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한다. 둘 사이에서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 기대된다는 그는 “어머니는 아이 많으면 고생한다며 하나만 낳기를 바라시지만 가능하면 서너 명 정도는 낳고 싶다”고 밝혔다.
“저도 오빠와 생각이 같아요. 식구 많은 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격도 좋고, 사회생활도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 욕심이 더 나요(웃음).”
현재 아내 박씨의 가장 간절한 바람은 성동일이 좀더 건강관리에 힘썼으면 하는 것이다. 박씨는 성동일이 막술을 즐겨 건강이 많이 상했는데도 몸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며 걱정했다.
“아내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지금은 저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배고픈 연극계를 떠나 돈 벌겠다는 생각으로 탤런트가 됐기 때문에 당분간은 돈 버는 일에만 전념할 생각이에요. 대신 나중에는 하고 싶은 연극 연출도 하고, 골프도 배우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아내가 바라는 좋은 남편이 되어야죠(웃음).”
열한 살 나이 차에도 서로 존중하고 아끼며 정겹게 사는 성동일과 박경혜씨. 두 사람이 현재 열심히 추진 중이라는 ‘2세 만들기 프로젝트’가 빠른 시일 안에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여성동아 2004년 10월 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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