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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자연을 벗 삼아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두 아들 키우는 산골 분교 교사 남성준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주영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4.09.07 11:47:00

서울을 떠나 전교생이 네 명인 조그만 산골 분교로 자리를 옮긴 교사가 있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선애분교 남성준 교사가 그 주인공. 올해 아홉 살, 여섯 살인 두 아들에게 자연을 선물해주고 싶어 산골행을 결심했다는 그가 시골로 이주한 후 달라진 두 아이의 삶과 가족의 행복에 관해 들려주었다.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두 아들 키우는 산골 분교 교사 남성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 검색란에 ‘하늘꽃학교’라고 쓴 후 검색 버튼을 누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강원도 평창 산골에 있는 선애분교다. 그곳에서는 자연이 좋아 서울에서 이사한 선생님과 유난히 까만 눈동자가 반짝이는 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안미초등학교 선애분교 교정에 들어서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해바라기가 활짝 웃고 있는 화단, 줄지어 늘어선 철봉대, 운동장을 뛰어다니다 땀을 흘린 아이들이 세수를 하는 세면대, 거기에 “공산당이 싫어요” 하고 외쳤던 이승복 어린이의 동상까지….
방학이라 텅 빈 학교 교무실에 앉아 있던 남성준 교사(37)가 밝은 미소로 반갑게 맞았다. 마을에 들르는 사람들마다 한 번씩 학교 구경을 오기 때문에 조그만 학교지만 방문객 수만큼은 도시 학교 부럽지 않다고 한다.
“제 아이와 여기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 아들도 이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진짜 이곳 토박이 학생은 둘인 셈이에요. 올해도 입학생이 없기 때문에 두 아이가 졸업하는 내년쯤에는 폐교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예쁜 학교가 폐교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워요.”
서울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그가 부인 김영민씨(35·평창초교 교사), 한얼(9), 한주(6)와 함께 선애분교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2월. 평창은 남성준 교사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평창이 고향이기는 하지만 떠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서울 생활을 접고 다시 이 곳으로 온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아스팔트 위에서 커가는 두 아이를 보면서 더 늦기 전에 실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남다른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상 자신의 두 아이도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생활을 피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시골 생활을 한다고 하니 겁이 덜컥 났죠. 하지만 교육자로서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남편의 생각이 옳다는 걸 알기 때문에 동의했어요.”
사택 앞 텃밭에서 직접 농사지은 옥수수를 쪄서 내온 부인 김영민씨는 이제는 산골 생활에 익숙해진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평창에서 보낸 남성준 교사와 달리 도시에서 나고 자란 김영민씨와 두 아이들의 시골 생활은 쉽지 않았다. 특히 내성적인 성격의 큰아들 한얼이는 처음에는 친구들과 헤어져서인지 무척 외로워했다고.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놀 수 있는 분교 유학 권하고 싶어
평창으로 이사한 후 한얼이와 한주의 식생활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서울에서 살 때는 야채를 입에도 대지 않고 편식이 심했는데 이곳에서는 웬만한 야채는 맛있게 먹게 되었다는 것. 바로 아이들이 직접 씨를 뿌리고 키운 야채이기 때문이다.
“그전에도 가끔 감자 캐기 같은 농촌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곤 했는데, 사실 수확보다 더 중요한 건 정성으로 키우는 과정이에요. 매일 물을 주고 풀도 뽑아주면서 가꿀 때 수확의 기쁨이 있는 거죠. 태풍이 불면 아이들은 우리 옥수수가 죽을까봐 걱정을 해요. 그래서 날씨에 관심도 많고요.”
또 다른 변화는 아이들의 책임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사택 앞에서 키우는 닭과 토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두 아이 담당인데 여태껏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다고 한다.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두 아들 키우는 산골 분교 교사 남성준

시골 출신인 남성준 교사와 달리 부인 김영민씨와 두 아이는 처음에는 시골 생활에 적응을 못해 애를 먹었으나 지금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연을 가까이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사고를 하게 된 것도 중요한 변화. 도시에서는 아무리 부모가 관심이 많다고 하더라도 자연과 가깝게 해주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에 온 이후로는 자연이 두 아이의 놀이터이자 장난감이 되었다고 한다.
“낚시를 할 때 먹잇감으로 지렁이를 사용하는데 처음에는 맨손으로 만져보라고 하니 기겁을 하더라고요. 하지만 한주가 먼저 시도를 하니까 그 다음에는 한얼이도 만져보더군요. 지렁이를 손에 들고 자세히 관찰하니 자연공부가 그냥 되는 셈이죠. 이렇게 직접 체험하면서 얻은 지식은 쉽게 잊어버리지도 않아요.”
독서량과 운동량이 늘었다는 것도 큰 변화다. 서울에서 살 때는 한얼이도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게임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에서는 하루 종일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일이 많다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줄었다고. 또한 학교와 집이 붙어 있다보니 방과 후나 휴일에도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책과 가까워졌다고 한다.
평창에서 산골 생활을 시작한 지 반년이 넘은 남성준 교사는 시골 생활을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시골에서도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면 컴퓨터 게임 중독에 빠지기도 하고 부모와 아이 간에 대화가 단절되는 등 도시와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만 제대로 된 시골 생활의 혜택을 누릴 수 있지요.”
시골에 산다고 해서 살아 있는 교육이 되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고기잡이를 하거나 등산, 그림 그리기 등을 하며 같이 시간을 보낼 때 비로소 진정한 자연친화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내년에 선애분교가 문을 닫으면 어느 곳으로 발령이 날지 몰라요. 어디로 가건 3년 정도는 시골에서 보낼 예정이죠.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하는 건 제가 두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셈이에요.”
남성준 교사는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에서 두 아이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시골 생활에서 오는 불편함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종종 선애분교 홈페이지에는 남성준 교사의 분교 생활일기를 읽고 몇 달만이라도 그곳으로 아이를 전학 보내고 싶다며 상담하는 학부모들도 있는데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학교간 교환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한얼이와 동갑내기인 사촌도 한 달 동안 선애분교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고.
“조기 유학이다 뭐다 해서 초등학생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진짜 권해드리고 싶은 유학은 바로 시골 분교로 보내는 거예요. 아이 교육을 위해 몇 년씩 떨어져 지낼 정도로 열의가 있다면 그 반의 반 정도 되는 기간만이라도 아이를 시골로 보내 자연 속에서 뛰어놀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여성동아 2004년 9월 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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