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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FM ‘유열의 음악앨범’ 10주년 맞는 가수 유열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이영래‘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4.09.02 16:22:00

지난 94년 10월1일 첫 방송을 탄 KBS FM ‘유열의 음악앨범’이 방송 10주년을 맞는다. 가수와 라디오 DJ로 꾸준한 활동을 해오다 얼마 전 오디오북 사업에 도전해 1인3역을 소화하며 살아가고 있는 유열이 얘기하는 ‘나의 삶, 사랑 그리고 미래’.
KBS FM ‘유열의 음악앨범’ 10주년 맞는 가수 유열

KBSFM ‘유열의 음악앨범’이 오는 10월, 방송 10주년을 맞는다. 94년 10월1일부터 이 방송을 진행해온 가수 유열(43)은 10년 동안 변함없이 정겨운 목소리로 청취자들을 만났다.
“문을 만들고, 창문을 달고, 베란다를 꾸미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집을 완성한 기분이에요. 미숙한 점이 많았지만 음악을 소중하게 다루려는 제 노력과 정성을 청취자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는 청취자들이 저를 허물없는 친구처럼 받아들여주셔서 굉장히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벌써 10년이 되었네요.”
많은 사람들이 10년이란 숫자보다 그가 지난 10년 동안 일요일 방송분을 뺀 전 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했다는 데 더 놀란다. 처음 진행을 맡았을 당시 전 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겠다는 그에게 스태프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각종 공연을 위해 지방을 자주 오가는 가수의 생활 패턴상 아침 방송을 전 회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그러나 그는 무려 10년간 그 약속을 지켰다.
“아침을 맞는 사람들의 표정은 저마다 다를 거예요. 행복한 사람, 힘든 사람, 피곤한 사람, 그러나 모두에게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는 거죠. 아침을 맞는 모든 사람들에게 산책 같고, 선물 같은 아침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생방송이 아니라면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저 자신과 약속했던 거죠. 물론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힘든 때도 많았어요. 지방에서 열린 음악회에 갔다가도 심야우등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곤 했거든요.”
중간에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라디오 진행을 그만둘 고비도 있었다고 한다. 뮤지컬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려고 했던 것. 그러나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혼자되신 어머니를 홀로 남겨두고 떠날 수 없었다고 한다.
스스로를 ‘워크홀릭(일중독자)’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어떤 것에든 자신의 열정을 끊임없이 쏟아 붓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고 한다. 음악도, 라디오 DJ 생활도 모든 게 편해지자 유학을 생각했던 그는 유학을 떠날 수 없게 되자 사업을 시작했다.

4년 전 오디오북 사업 시작해 내년쯤 교제 중인 여자 친구와 결혼할 계획
4년 전 ‘유열의 음악앨범’에는 ‘동화 읽어주는 남자’라는 코너가 있었다. 당시 상당수 주부들이 그가 읽어주는 동화를 녹음해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이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고, 사업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오디오북’ 사업이다.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도란도란 책을 읽어주면 좋은 선물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음반 프로듀싱을 할 줄 아니까 제가 만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오디오북 자체가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경해서 사업이 잘된다 안 된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에요.”
그는 지난해 봄, ‘손범수, 김병국이 읽어주는 비즈니스 협상론’ ‘유열, 박윤아가 읽어주는 TV동화 행복한 세상’을 내놓은 데 이어 올 초엔 ‘조승우가 읽어주는 알퐁스 도데 단편선’ ‘뮤지컬 동화’ 시리즈를 펴냈다. 이 중 ‘뮤지컬 동화’ 시리즈는 무려 6억원을 들여 완성한 야심작이라고 한다.

KBS FM ‘유열의 음악앨범’ 10주년 맞는 가수 유열

유열은 지난 10년 동안 일요일을 제외한 전 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집념을 보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동화책 5권에 그만한 돈을 투자했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세요.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는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부분이고, 지금까지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뮤지컬 동화’ 시리즈를 집에서 보고 들으며 즐기던 아이들이 공연장에서 진짜 뮤지컬을 보게 되었을 때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뮤지컬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외국에서는 흔한 풍경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그렇게 하지 못하잖아요.”
사업가에겐 ‘비전’이니 하는 말로 포장된 허풍이 어느 정도 있게 마련인데, 그에게서는 그런 허세를 찾아볼 수 없다. 그를 볼 때마다 어떻게 그렇게 매사에 진지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자상하기로 소문난 그가 왜 오래도록 결혼하지 않고 독신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첫 번째 궁금증에 대해 그는 “진지하다거나 어른스럽다는 말은 어렸을 때부터 들었는데 원래 성격이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결혼 얘기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데,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현재 교제 중인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그 사람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아직 누구라고 밝히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내년쯤 결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말 한 지가 벌써 10년째이긴 하지만요(웃음).”
일 욕심이 많은 터라 결혼을 늦게 할 생각이긴 했지만 자신도 이렇게 늦게까지 혼자 지낼 줄은 몰랐다는 그는 그동안 결혼을 안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다만 인연이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어긋나거나 어느 한쪽이 결혼할 준비가 덜 된 탓에 지금껏 결혼하지 못하고 독신으로 살고 있는 것이라고.
“솔직히 제가 교만하고 건방져서 관계가 깨진 적도 있어요. 저는 그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데 그쪽이 준비가 덜 돼서 틀어지기도 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죠. 모두 그냥 어긋난 거예요. 무언가 조금씩 어긋나는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남녀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은 듯 그는 문장과 문장 사이에 오래 침묵했다.
“저는 자상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성격인데, 그게 문제였을 수도 있죠. 표현만 안 했을 뿐, 저 또한 같은 걸 바라고,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상대가 그런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 때 상처를 받기도 했고요. 나이를 한 살 두 살 더 먹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철이 들고 나서 하는 결혼은 서로 양보하면서 그냥 한 방향을 보고 함께 걸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그는 “나에게도 상처가 있다. 설명하기 어렵다”며 다시 말을 끊었다. “그런 사랑을 언제 해봤냐”고 묻자 그는 “몇 살 때 한 사랑이라고 한정을 지으면 누군가 상처를 받게 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간혹 누군가를 통해 (그 사람) 소식을 들어요. 그러면 참 고마워요. 잘 살고 있어서…. 제가 부족하고 못나서 또 준비가 덜 돼서 깨진 사랑이잖아요. 말하지 못했던 미안함이 가슴 깊이 남아 있어요. 때가 되면 결혼을 하는 게 좋죠. 하지만 쫓길 필요 없잖아요? 그냥 내 리듬대로 사는 거지.”
그가 다음 약속을 위해 자리를 떠야 할 시간이 되어 인터뷰를 마무리하려 하자 문득 와인 이야기를 꺼냈다.
“전 와인을 마시는 게 좋아요. 와인을 마시면요, 정말 편안하게 천천히 취해가는데 그 느낌이 참 좋아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높은 도수의 술을 급하게 들이켜고 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주 천천히 취하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다. 취해가는 속도가 다르듯 인생을 사는 속도도 사람마다 다른 법. 그가 왜 그 말을 했는지 묻지는 않았지만 유열만의 ‘속도’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여성동아 2004년 9월 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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