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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인물화

시녀들을 대동한 공주의 재롱

■ 글·이주헌‘미술평론가’

2004. 09. 02

시녀들을 대동한 공주의 재롱

벨라스케스(1599~1660), 시녀들, 1656~57년경, 캔버스에 유채, 318×276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왕의 딸인 공주는 주위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할 뿐만 아니라 지극한 보살핌을 받지요. 공주가 행차하는 곳이면 시녀와 유모 등 여러 사람이 수행합니다. 스페인 궁궐의 마르가리타 공주도 항상 시녀들을 대동하고 다녔습니다. 17세기 유럽 최고의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화실에도 수행원을 데리고 방문했지요. 그림 한가운데 있는 작고 귀여운 아이가 바로 마르가리타 공주입니다. 주위에는 시녀들과 유모, 난쟁이 곡예사, 강아지가 병풍처럼 두르고 있습니다. 화가는 화면 맨 왼쪽에 커다란 캔버스를 세워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귀여운 공주를 그리는 걸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화가의 위치로 보아 공주를 그린다면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그리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화가는 누구를 그리고 있는 것일까요? 바로 왕과 왕비를 그리고 있습니다. 왕과 왕비는 지금 그림을 보는 우리의 위치에 있는 까닭에 이 그림에는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렴풋하게 왕과 왕비를 볼 수 있지요. 벽에 걸려 있는 거울을 보면 거기에 왕과 왕비의 모습이 비치고 있습니다. 공주는 지금 모델 서느라 힘든 엄마, 아빠에게 자신의 재롱을 선사하려고 이곳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따뜻한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그림입니다.
한 가지 더∼
서양화에서는 세 사람 이상이 등장하는 초상화를 집단초상화라고 부릅니다. 집단초상화는 특히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활발히 제작됐는데, 이 무렵 네덜란드는 왕이나 귀족이 아니라 시민이 다스리는 나라여서 힘을 가진 시민들이 서로 모여 집단초상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유명한 렘브란트의 ‘야경’도 그런 집단초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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