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5년 된 주부 박은경씨(29)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 4월 자신의 토피어리 매장을 문 연 후 외부강의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을 했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씨는 자신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무엇보다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든든한 후원자는 여성창업 동호회 ‘이·창·모’(www.2cm.co.kr) 회원들.
이·창·모의 정식이름은 ‘이형석과 함께하는 여성창업모임’. 2년 전 부천시여성회관과 서울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었던 여성창업특강의 후속모임에서 시작된 동호회다. 30, 40대 주부들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오프라인 회원만 1백여 명에 이른다.
여기서는 온라인은 물론 매달 정기모임을 통해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을 주고받는다. 또한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초청해 실전경험을 전수받는 창업멘토링과 숍 매니저 교육, 창업관련 기술교육 등을 배우는 다양한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창업전문가 이형석씨는 물론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 숍 컬러니스트 박수진씨, 장한성·임영화 변호사, 김가네김밥의 김용만 사장 등 12명의 자문위원들도 함께하고 있다.
박씨는 우연한 기회에 이 동호회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혼 후 잡지에 글을 기고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이·창·모에서 만드는 창업실용서 제작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게 너무 어렵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아이가 있어도 의지만 있으면 가능했어요.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교류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오프라인 모임을 할 때도 모임장소를 꼭 놀이방이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잡아 아이를 데리고 가도 놀이방에 맡기고 회의에 열중할 수가 있었어요.”
이·창·모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회원가입을 하면 처음 15일간 매일 창업과 관련된 새로운 지식을 올려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이 올린 내용과도 중복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 하나씩 새로운 지식을 찾다 보면 상당한 공부가 된다고 한다.
“매일 글을 올리고, 남들이 올린 글을 읽다 보면 처음엔 막연했던 창업에 대한 생각이 점점 구체화 돼요. 또한 프랜차이즈 설명회를 다녀온 후 직접 매장까지 확인한 회원이 올린 체험기는 귀중한 정보가 되죠.”
더구나 그는 1년여에 걸쳐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며 창업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상권분석 부분을 집필했던 터라, 나중에 매장 입지를 결정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같은 패스트푸드점이라고 해도 직장인이나 대학생이 많은 지역은 A브랜드가, 유아나 초등학생이 많은 지역은 B브랜드가 매출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렇게 창업동호회를 통하면 창업 관련 서적에도 나와 있지 않은 생생한 정보를 배울 수 있어요.”
회원들의 조언과 지원 성공 창업의 밑거름 돼
하지만 그가 말하는 동호회의 가장 큰 자산은 바로 함께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전문가가 들려주는 내용도 도움이 되지만 회원들이 서로에게 좋은 조언자가 된다는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평범한 아줌마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마케팅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쇼핑몰을 운영해본 사람도 있고, 영업 경험이 많아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그래서 창업 아이템이 결정되면 심도있는 모니터링을 해준다. 그는 오래전부터 토피어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킨 데는 회원들의 도움이 컸다. 식물로 다양한 조형물을 만들어 장식을 하는 토피어리는 그동안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여서 박씨는 단순한 부업이나 취미거리로만 생각했었다.
박은경씨의 창업에 큰 도움을 준 이·창·모 회원들.
“제가 아는 토피어리는 조그만 실내장식용 소품들이 대부분이어서 창업을 하기엔 무리가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회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대형 토피어리도 있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아파트정원이나 테마공원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응용할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박씨는 매장에서 소품용 토피어리를 판매하는 한편 매장 디스플레이, 펜션과 주택 등의 조경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특히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처럼 스토리가 있는 테마작품도 다양하게 개발해 선보일 예정.
박씨는 매장을 오픈하면서도 이·창·모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흔히 창업을 할 때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게 마련이지만 회원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디스플레이 등 사소한 잘못을 꼼꼼히 지적해주고 인테리어, 홍보와 관련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었다고 한다. 박씨 역시 다른 회원들의 창업에 최대한의 관심과 지원을 보낸다. 최근에는 그가 어린이도서관을 창업하면 적용하려고 구상했던 마케팅 아이디어를 다른 회원에게 전수해주었다.
그는 이제 창업의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꿈은 원대하다. 동호회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수강생들이 아이를 데리고 와서 편안하게 배울 수 있게 매장 안에 놀이방을 만들고 싶어요. 또 앞으로 열심히 돈 벌어 주부들이 육아에 매달리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우먼비즈니스센터 같은 걸 만드는 게 장기적인 저의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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