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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토요문화여행

태평무·줄타기·안성유기… 전통문화에 푹 빠져요~

■ 기획·김유림 기자 ■ 글·조득진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4.08.05 11:12:00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갈까?’ 하고 고민하던 부모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풍물놀이와 전통무용 공연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안성 토요문화여행’이 오는 10월 말까지 진행되는 것. 우리의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안성 토요문화여행’은 주말 가족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안성 토요문화여행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그는 서일농원. 2천여 개의 옹기와 수백 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어쩌다 TV에 전통공연이 나오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 역시 금세 다른 채널로 돌려버린다. 아이들에게 우리의 전통에 대해 이야기해주어야 할 부모들조차도 실제 전통공연을 접해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경기도 안성에서는 이런 세태를 바꾸기 위해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비싼 관람료를 내고도 보기 힘든 수준 높은 전통공연을 오는 10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무료로 열고 있는 것. 전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경기도 안성으로 아이와 함께 떠나보자.
‘안성 토요문화여행’은 일죽면에 자리한 서일농원에서 시작하면 좋다. 전통공연 관람에 앞서 든든히 요기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직접 재배한 콩으로 재래식 장 담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양지바른 장독대에 가지런히 놓인 2천여 개의 옹기와 수백 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눈길을 끌며 된장과 간장, 장아찌 등도 구입할 수 있고, 점심때에는 된장찌개 백반을 맛볼 수 있다.

전통방식으로 장 담그는 서일농원과 안성맞춤 유기 체험
안성 토요문화여행

서일농원의 된장찌개백반. 20여 가지의 무공해 반찬이 함께 나온다.


3만평 규모지만 콩과 고추를 심는 밭, 배과수원, 매실원 등이 30분 정도 산책을 즐길 만큼 아담하게 가꿔져 있다. 잔디와 배나무, 매실나무, 소나무가 어우러져 운치있다.
된장농원으로 유명한 이곳은 견학이나 관람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하루 평균 3백~4백명 정도. 방문객들의 대부분은 나들이 가족들이지만 식품관련 공부를 하는 학생, 발효식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 등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농원 안내소에 요청하면 농원안내와 함께 장맛,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웰빙푸드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평일보다 단체관람이 적은 토요일에 방문하면 차분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다. 문의 031-673-3171, www.seoilfarm.com
안성은 세계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안성 유기(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놋쇠로 만든 그릇)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예부터 안성에서 유기 제품을 맞추면 모두가 만족한다고 해, ‘안성맞춤’이란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안성 유기의 품질은 우수하다. ‘안성맞춤박물관’에 가면 안성의 특산물인 유기의 역사, 제작과정, 다양한 제품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상 2층, 지하 1층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유기 전시실, 영상실, 기획 전시실, 농업 역사실, 향토 사료실, 세미나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기 전시실에는 제기, 반상기, 무구, 불기 등 생활 속에 쓰이는 다양한 유기가 전시되어 있고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물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특히 터치스크린을 통해 안성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또한 농업 역사실에는 안성의 특산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안성 유기로 만든 꽹과리, 징 등의 모형 앞을 지나면 저절로 소리가 나 아이들이 무척 흥미로워한다. 입장료는 20세 미만은 무료이며 어른은 5백원. 문의 031-676-4352
박물관 속 안성 유기들을 밖으로 꺼내놓은 곳이 바로 안성 시내에 자리한 ‘안성맞춤유기공방’이다. 제기용품, 생활용품, 반상기용품, 혼수용품, 절에서 사용하는 용품 외에도 중요무형문화재 김근수 옹이 만들어놓은 학, 사슴, 황소, 재떨이, 마패, 범종 등 장식품이나 관광용품이 많아 구경꾼의 눈을 즐겁게 한다. 문의 031-675-2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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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성맞춤박물관에서는 안성의 특산물인 유기의 역사, 제작과정, 유기 제품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 안성맞춤박물관의 주인이자 중요무형문화재 김근수옹.
3 유기 기획 전시실에서는 유기의 역사와 제작방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고 있다.



안성 토요문화여행

안성시립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의 공연 중 가장 인기 있는 줄타기 공연.


사곡동에 자리한 태평무전수관에서는 오후 4시부터 태평무 공연이 펼쳐진다. 태평무는 왕실의 번영과 태평성대를 축원하기 위해 추던 춤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되어 있다. 화려한 당의와 다양한 무속장단, 그 장단에 맞춘 발짓춤이 일품으로 우리나라 춤 중에서 가장 기교적이라 할 수 있다.
공연은 1시간 남짓 이어지고 수백 회의 해외공연을 통해 한국 춤의 진수를 알리고 기량을 인정받은 무용단 출신 무용수들이 태평무를 비롯해 검무, 북춤, 장구춤 등 비교적 익숙한 춤부터 향발무, 무당춤, 한량무 등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춤까지 선보인다. 단원들 모두 지금은 무용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공연이 있는 날이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무대에 오른다고. 발에 스프링을 단 듯 탄력 있게 튀어 오르는 무당춤, 북 장단에 맞춰 아름다운 춤사위를 선보이는 북춤 등을 관람하면서 진정한 한국 춤의 멋을 되새길 수 있다. 문의 031-676-0141
태평무 공연이 끝나면 보개면 복령리에 자리한 ‘안성시립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 전수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공연은 오후 6시반부터 시작되지만 이미 4~5시부터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5백 석을 수용하는 행사장에서 조금이라도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그만큼 최근 들어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공연장 한편에선 떡볶이와 파전 등도 팔아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다.
안성 토요문화여행

태평무는 화려한 당의와 장단에 맞춘 발짓춤이 일품이다.


‘바우덕이’ 김암덕은 조선시대 남사당패를 통틀어 유일무이하게 꼭두쇠(단장) 자리에 오른 여성. 천부적인 미모와 재주로 1860년대 경복궁 중건 현장에서 신기의 기예를 뽐내 흥선 대원군으로부터 정3품이나 다는 옥 장식품을 하사받기도 했다. 바우덕이는 그의 이름 암덕에서 나온 어릴 적 한글 이름. 그는 23세 때 요절했지만 바우덕이의 기예는 이곳 안성에서 매주 토요일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의 풍물놀이는 모두 여섯 마당. 사물놀이가 분위기를 돋우면 어릿광대와 재주꾼이 재미있는 재담과 묘기를 주고받는 살판, 가죽으로 만든 둥글고 넓적한 접시인 버나를 돌리는 버나놀이, 가면극, 꼭두각시놀음, 줄타기, 풍물놀이 등 여섯 마당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그 중 단연 인기가 높은 것은 줄타기 공연.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세계의 최고 기록 : 줄타기’ 부문에서 우승한 권원태씨(38)가 줄 위에서 뛰고 도는 모습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보기에도 아찔한 3m 높이에 걸린 외줄에 부채 하나 들고 올라선 그는 처음에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는 간단한(?) 묘기를 선보이다가 점차 난이도를 높인다. 외줄의 장력을 이용해 2~3m 높이까지 점프를 하는데 한쪽 무릎을 꿇고 줄을 타거나 점프 후 한 바퀴를 돌고, 양발을 점프해 코를 차는 묘기를 보여준다. 공연 내내 관객들의 박수와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화려한 외국 서커스단의 묘기보다 훨씬 생동감 있고 매력적이다.


안성 토요문화여행

전통예술을 잘 모르는 아이들도 흥겨운 공연에 빠져든다.


2시간반 동안 이어지는 흥겨운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도 무대에 나와 함께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어우러지는 뒤풀이가 준비되어 있다. 12자짜리 상모가 돌아가고, 아이 세 명을 어깨에 태우는 삼무동, 다섯명을 태우는 오무동도 신기하다. 남사당놀이의 가장 큰 특징은 관람이 아닌 함께 어우러지는 ‘놀이’라는 것. 우리 장단에 맞춰 어설픈 어깨춤을 추는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문의 031-678-2064, www.baudeogi.com
공연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토요문화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관객들에게 “태평무와 남사당놀이 중 어느 것이 더 재미있었죠?” 하는 질문을 던지는데, 대답에 따라 그 사람의 전생을 일러줘 더욱 재미있다. 태평무가 재미있었다고 대답하는 사람에게는 전생에 태평무를 많이 보았던 왕족이나 고관, 또는 그 곁에 있던 내시나 궁녀였다는 답이 돌아오고, 남사당놀이라고 답하는 사람에게는 지금처럼 그냥 평범한 서민이었다는 우스갯소리를 해준다. 공연이 끝나면 모처럼 흥겨운 전통놀이에 빠졌던 관객들은 아쉬움과 동시에 흐뭇한 미소를 보인다.





여성동아 2004년 8월 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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