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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장애의 몸으로 보험 영업 나선 김영주씨의 당찬 도전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이영래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4.07.12 11:00:00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26세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고 만 김영주씨. 그가 5년여 와병 생활을 뒤로 하고 휠체어에 의지해 문 밖으로 나섰다. 활동보조인의 도움 없이는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그는 “나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육체적 장애를 이겨낸 그를 만났다.
전신마비 장애의 몸으로 보험 영업 나선 김영주씨의 당찬 도전

지난 2003년 8월,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김영주씨(31)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한 보험회사를 찾았다. 그의 손에는 간단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들려 있었다.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싶습니다. 저는 교통사고를 당해 보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습니다. 이런 제가 보험 영업을 하면 누구라도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질 겁니다.”
김영주씨는 목 아래 신체부위의 모든 기능이 마비된 상태. 왼쪽 엄지손가락 하나만 조금 움직일 수 있다. 그가 장애를 입은 건 99년 1월. 군대에서 제대한 후 다니던 서울의 작은 벤처회사가 IMF 여파로 부도가 난 뒤 고향인 경기도 이천으로 내려와 물류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퇴근한 그는 동료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 깜박 잠이 들었다. 그가 굉음에 놀라 눈을 떴을 때 자동차는 이미 나무를 들이받고 전복된 상태였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잠시 정신이 들었지만 눈동자만 움직일 뿐 손도 발도 꼼짝할 수 없었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무려 석달 남짓을 기계로 숨을 쉬었는데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중환자실에서 나와 제 힘으로 숨을 쉬게 되니까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더라고요.”
퇴원을 하기까지는 7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그때부터 또 다른 악몽이 시작됐다. 퇴근길 사고라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동료가 무보험 상태라 아무런 보험 혜택도 받지 못했다. 책임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의 최고 액수는 5천6백만원. 병원비를 내기도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보험회사 취업이었다. ‘보험 혜택만 제대로 받았던들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자신이 보험 영업을 하면 오히려 더 쉽게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보험회사의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 “나를 활용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새로운 마케팅도 개척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자신을 고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피력했지만 담당자들은 매번 곤혹스런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집 근처에 있는 삼성화재 이천지부를 찾았다. 그는 그곳 담당자에게 거듭 세 번을 찾아간 끝에 취업에 성공했다.
인터뷰가 있던 날 그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그는 입에 막대를 물고 고객 정보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었다. 글자 하나하나, 숫자 하나하나를 입에 문 막대로 차근차근 자판을 찍어 입력하는 모습이 꽤 능숙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종종 입력을 멈추고 계속 배를 두들겨댔다. 활동보조인 권순철씨(34)에게 배를 두들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나는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온몸으로 시위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전신마비 장애의 몸으로 보험 영업 나선 김영주씨의 당찬 도전

목 아래 신체부위의 모든 기능이 마비된 김영주씨는 입에 막대를 물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씨.


“기립성 저혈압이에요. 계속 누워만 있다가 이렇게 돌아다니니까 오래 앉아 있으면 저혈압이 생겨요. 방광이 비면 특히 심해지는데 조금 전에 차 안에서 소변을 호스로 뽑아낸 터라 많이 어지럽네요. 그래도 이렇게 배를 두드려주면 금방 나아져요.”
그는 활동보조인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그의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는 권순철씨는 하루 종일 그와 행동을 같이 한다. 고객 전화를 받게 되면 대신 메모를 해주고 업무상 이동을 하게 되면 운전을 하고, 화장실 뒤처리까지도 도와준다.
김씨가 버는 월급은 1백20만원에서 1백30만원 사이. 매달 받는 장애연금 40만원을 포함해도 2백만원이 안 된다. 자동차 유지비 30만원, 식비 20만원, 활동보조인 권씨의 월급 90만원 등을 제외하고 나면 과연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할까 회의가 생길 것도 같다.

전신마비 장애의 몸으로 보험 영업 나선 김영주씨의 당찬 도전

“오래도록 방 안에서 누워만 지냈어요. 그렇게 누워서 TV만 보고 살다가 가끔 창 밖을 보면 하늘이 파래요. 나도 창문 너머로 나가고 싶은데, 나도 하늘을 볼 권리가 있는데 그럴 수가 없잖아요. 이렇게 나와서 차를 타고 가다 가끔 생각해요. 정말 행복하다고.”
사고 이후 집에서 지내는 동안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마음에 시청과 보건소에 연락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인터넷으로 장애인 복지 관련 정보를 조사했던 그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더군다나 지방에 사는 경우, 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이나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고 한다. 그는 그 뒤로 장애인이동권연대 버스 점거시위, 국가인권위원회 단식농성, 지하철 점거농성 등에 참여하며 장애인에게도 인권이 있음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이런 상태로 일을 한다는 게 무의미해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제 온몸으로 시위를 하는 건지도 몰라요. 중증장애인도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배려만 있으면 충분히 직업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오래 앉아 있으면 욕창이 생기고 가끔 소변과 대변이 저절로 나와 곤란할 때도 있지만 일을 하고 있기에 행복하다는 그는 지난 6월3일, 삼성화재 이천지부가 속한 평택지점 관내 신입사원 중 자동차 보험 신규계약을 가장 많이 해 표창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 “꼭 보험왕이 되고 싶다”며 “그래서 회사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성동아 2004년 7월 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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