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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인어공주’에서 엄마와 딸, 1인2역 열연한 전도연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조희숙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4.07.05 18:56:00

늘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변신의 귀재’로 불리는 전도연이 이번에는 제주 앞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로 변신했다. 새 영화 ‘인어공주’에서 해녀 엄마와 딸, 1인2역을 맡은 것.
영화를 보는 동안 엄마 생각이 나 눈물을 흘렸다는 그가 영화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들려줬다.
새 영화 ‘인어공주’에서 엄마와 딸, 1인2역 열연한 전도연

“보고 난 뒤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인어공주’ 촬영을 시작할 즈음 새 영화에 대한 바람을 이렇게 전했던 전도연(31). 지난 6월9일 열린 ‘인어공주’ 시사회장에서 다시 만난 그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상영관에서 나왔다.
“영화를 보는 동안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서 계속 울었어요.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운다는 게 조금 민망하긴 한데 이제는 부모님 생각만 하면 자꾸 눈물이 나네요.”
‘인어공주’는 20대의 딸이 지금은 나이가 든 엄마, 아빠의 젊은 시절을 찾아가는 판타지 영화. 우체국에서 일하는 나영이 우연히 엄마 연순의 스무살 시절로 돌아가 엄마의 꿈과 사랑을 엿보고 현재 엄마의 모습을 이해하게 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영화에서 전도연은 나영과 젊은 시절의 연순까지 1인 2역을 했고, 나이 든 엄마 연순 역은 고두심, 젊은 시절의 아빠 진국 역은 ‘국화꽃 향기’ ‘살인의 추억’의 박해일이 맡았다.
전도연은 얼마 전 SBS ‘일요일이 좋다’의 ‘사랑의 위탁모’ 코너에서 가족들과 함께 입양을 기다리는 어린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당시 연로한 어머니 아버지와 티격태격하면서도 다정하게 지내는 꾸밈없는 일상이 인상적이었는데 1남2녀 중 막내인 그는 어머니가 뒤늦게 본 늦둥이로 형제들 중에서도 어머니와의 관계가 특히 각별하다고 한다.

“아웅다웅하는 영화 속 엄마와 딸의 관계가 실제 제 모습과 꼭 닮아 영화 보는 내내 울었어요”
“저랑 엄마는 아이를 너무 좋아한다는 점이 꼭 닮았어요. 제가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것은 영화 속 나영과 연순의 관계가 실제 제 모습과 많이 비슷했기 때문이에요. 딸들은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하고 말하곤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다짐한 적이 있었고 보통의 딸들처럼 엄마와 마주치면 괜히 ‘툴툴’거리고 짜증낸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엄마도 저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영화 ‘인어공주’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연출한 박흥식 감독의 두번째 작품. 전도연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영이 20년 전 젊은 시절의 엄마 연순을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인어공주’에서 1인2역을 해야 한다는 점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엄마인 연순과 딸인 나영을 동시에 연기했는데 어느 한 인물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나영은 나영대로 연순은 연순대로 각자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싶었거든요.”
이번 영화에서 전도연이 소화한 1인2역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간혹 한두 컷 등장하는 1인2역이 아니다. 전체 1백14신 가운데 1백10신에 전도연이 나온다.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본격적인 1인2역 연기를 한 셈.
나영과 연순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나영의 모습을 먼저 촬영하고, 1시간 동안 연순으로 분장을 다시 한 뒤 연순의 모습을 촬영해 컴퓨터로 합성해 만들었다. 혼자서 두 사람 몫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 배우가 없는데도 마치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는데 시선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눈높이에 맞게 테니스공을 매달아놓고 연기를 했다고 한다.

새 영화 ‘인어공주’에서 엄마와 딸, 1인2역 열연한 전도연

전도연이 1인2역으로 출연한 ‘인어공주’. 나이 든 엄마 역은 고두심, 젊은 시절의 아빠 역은 박해일이 맡았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갈래머리를 한 연순을 보고 있으면 그가 ‘내 마음의 풍금’에서 연기한 ‘홍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전도연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이 점을 가장 우려했다고 털어놓았다.
“솔직히 말하면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그런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혹시 홍연과 비슷한 게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은 제가 연기했던 ‘홍연’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캐스팅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홍연이 아이의 감정을 보여준다면 연순은 여자의 감정을 연기한다는 점이 다를 거예요. 두 작품 모두 지금보다 과거라는 시점은 같지만 인물의 감정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지난해 늦가을부터 제주도 우도와 필리핀 세부 등지에서 촬영된 ‘인어공주’에서 전도연은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 역할을 무난히 소화했다. 추운 날씨에 물 속에 뛰어들어 헤엄치는 연기가 쉽지 않았을 듯한데 그는 스태프들의 고생이 더 컸다며 자신이 힘들었던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촬영 때문에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제주도에서 보냈다는 그는 촬영 기간 동안 아침마다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눌러쓴 채 조깅을 했는데 이를 동네 주민들이 간첩으로 오인해 경찰의 불신검문을 받는 웃지 못할 일을 겪었다고.
서른한살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직도 상큼한 매력이 돋보이는 전도연. 그는 당분간 ‘인어공주’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기 위해 차기작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여성동아 2004년 7월 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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