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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안타까운 사연

최근 수감생활로 한쪽 눈마저 실명 위기 처한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4.06.10 14:15:00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었던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현재 현대그룹으로부터 1백5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중인 그가 건강 악화로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그의 몸 상태와 부인 이씨의 심경을 취재했다.
최근 수감생활로 한쪽 눈마저 실명 위기 처한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

지난 5월17일 오후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박지원씨가 병실을 나서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최고의 실세로 불렸던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62).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었지만 정권이 바뀐 후 현대그룹으로부터 대북사업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뇌물 1백50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되는 비운을 맞았다.
구속 당시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구치소로 향했던 그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진행중이다. 그런데 최근 수감생활로 인해 실명 위기에 처하는 등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권력의 무상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씨는 지난해부터 오른쪽 눈에 녹내장이 발생해 총 4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 4월26일 열린 재판엔 흰색 거즈로 두 눈을 모두 가린 채 휠체어에 앉아 법정에 들어왔을 정도. 그는 이날 판사를 향해 “죄값은 피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제 하나 남은 눈은 살려주십시오” 하며 읍소하기도 했다.
그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방송에 모습을 비칠 때부터 그의 눈이 약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두 눈의 크기가 달라 보이는데다 왼쪽 눈은 초점이 없고 깜빡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30년 전 녹내장으로 수술받은 후 의안(인공눈)을 해 넣었던 것. 하지만 그는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게 부끄러워 5~6년 전까지도 매년 미국에서 몰래 검사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공눈이 낡은데다 수감생활로 인해 제대로 관리를 할 수 없자 인공눈 뒷부분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오른쪽 눈마저 녹내장에 걸렸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보이지도 않는 왼쪽 인공눈을 빼 화장실 물에 씻어가며 약을 넣다 보니 눈 안쪽이 썩었다. 오른쪽 눈마저 실명하지 않도록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그는 허리 디스크와 협심증이 겹친 상태라고 했다.
“녹내장 치료를 위해 안압 강하제를 먹으면 하루 종일 몸이 뒤틀리고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또한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지만 수술을 하면 안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못 받고 있습니다. 협심증 또한 병원에선 심장을 위해 물을 많이 먹으라고 하지만 물을 많이 먹으면 안압이 올라가 물도 잘 못 먹습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하던 박씨는 “하루에 약을 18가지 먹고 있는데 고통 때문에 밥 먹기조차 힘들다. 그래서 식사를 거르니까 배식하는 교도관이 ‘그 많은 약을 먹으면서 밥을 안 먹으면 죽는다’며 빵을 갖다 줬다. 빵을 먹으며 많이 울었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의 이런 호소를 들은 재판부도 그의 건강이 심각한 상태임을 인정하고 통원치료 대신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도록 허락했다. 그는 지난 5월4일부터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박씨는 현재 현대에서 받았다는 1백50억원 뇌물수수혐의에 대해 “이익치와 김영완이 중간에 가로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받은 적이 없다”며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내가 두 눈을 잃으면 뇌물 혐의를 벗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건강 때문에 크게 낙담하고 있는 상태라고 측근은 전했다.

최근 수감생활로 한쪽 눈마저 실명 위기 처한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의 박지원과 김대중 대통령.


박씨의 병환에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한 사람은 부인 이선자씨(61)일 것이다. 두 사람은 박씨가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광주에 나와 재수를 할 때 만나 7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으니 40년 가까운 삶의 동반자이다. 미스 전남 출신의 미인으로 알려진 이씨는 박씨가 정권의 실세로 활동할 때도 언론에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내조를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일선 기자들 중에 이씨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
실명 위기에 처한 남편을 지켜보는 부인의 기막힌 심경을 듣기 위해 두세 차례 박씨의 병실을 찾았지만 병실을 지키는 비서가 방문객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어 부인 이씨를 만날 수는 없었다. 오랜 시간 병실 앞에 있었지만 이씨가 드나드는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이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완곡하게 거절의사를 밝혀왔다. 재판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할말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병원 관계자로부터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사모님은 거의 매일 아침 병원으로 와 남편 간호를 하다가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가세요. 제가 볼 때는 병실 밖에 기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면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이씨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옥바라지와 병간호를 하느라 고생을 해서인지 얼굴이 많이 핼쑥하고,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고 한다. 박씨를 문병간 지인에 따르면 이씨는 남편의 처지가 너무 가슴이 아파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푸념을 할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한다.
한편, 그동안 안정적인 치료를 받아서일까, 6월11일 선고를 앞두고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5월17일 휠체어를 타고 재판정에 들어선 박씨의 모습은 지난 공판 때에 비해 건강해 보였다. 이날은 왼쪽에만 안대를 하고 있었고, 휠체어에 앉아 두시간이 넘는 재판과정 내내 변호사의 질문에 또렷이 답했다. 하지만 감기에 걸린 듯 기침을 심하게 했다. 검찰은 이날 그에게 징역 20년, 1백48억5천2백만원의 추징금을 구형했다.

여성동아 2004년 6월 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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