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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 가수 전인권의 ‘록 페스티벌’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조희숙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6.10 14:06:00

도올 김용옥과 록의 황제 전인권이 만났다. 지난 5월3일 중앙대에서 강연과 콘서트를 결합한 퓨전강의 형식의 ‘록 페스티벌’을 연 것. 방송국 복도에서 만나 즉흥적으로 만남을 약속하고 ‘도올과 안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긴급 밴드를 결성한 도올과 전인권.
두 거장의 파격적인 자유로운 성향이 고스란히 녹아난 2시간 동안의 생생한 현장을 그대로 지상중계한다.
도올 김용옥 & 가수 전인권의 ‘록 페스티벌’

“도올 김용옥과 밴드 ‘도올과 안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지난 5월3일 오후 2시 중앙대에서 열린 도올 김용옥(56)과 가수 전인권(50)의 ‘록 페스티벌’. 아트센터 대강당 안은 도올 김용옥의 수업을 듣는 수강생에 청강생, 취재진까지 6백여 명이 넘는 청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잠시 후 전인권이 자신과 밴드를 ‘도올 김용옥과 안 싸우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하자 객석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록 페스티벌’은 전인권이 들국화 시절 히트곡을 부르면서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록 페스티벌’은 중앙대 석좌교수인 도올 김용옥의 ‘전통과 사유’라는 정규수업의 일환. 지난해 가수 장나라와의 콘서트 강의에 이어 두 번째 진행되는 이색강의 ‘록 페스티벌’은 도올 김용옥과 전인권이 MBC 방송국 복도에서 우연히 만나 즉흥적으로 결정하면서 이루어졌다. 전인권은 “15여 년 전부터 신문에서 도올의 글을 읽고 도올 선생을 만나고 싶었다”며 도올과 한 무대에 선 소감을 밝혔다.
도올 김용옥(이하 도올) 전인권씨와 강단에 선다는 게 저에게도 큰 영광입니다. 전인권씨가 노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나 내가 강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똑같다고 봐요. 전인권씨의 메시지는 애타는 남녀의 사랑보다는 좀더 그랜드한 스케일로, 내면적인 고민이 잔기교 없이 파워풀하게 표현되는 게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전인권(이하 전) 저도 도올 선생님 강의를 보면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일동 웃음). 특히 강의를 하실 때 쓰시는 비성에서는 꼭 피리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정치가~(도올 특유의 억양으로)’ 할 때 비트는 것은 일종의 랩 스타일이에요. 어떻게 보면 국악 분위기가 나기도 하고요.
전인권 “도올이 강의할 때 쓰는 비성은 랩 스타일”
도올 김용옥 & 가수 전인권의 ‘록 페스티벌’

이날 도올은 학생들에게 록의 역사와 젊음에 관한 열강을 펼쳤다. 도올은 저항정신을 표방한 록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며 “록은 미국에서 출발한 음악으로 젊은이의 저항정신과 반항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인권은 도올의 강의 중간중간에 비틀스의 ‘Imagine’과 ‘Let it be’ 등을 차례로 불러 객석을 다시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도올 록은 전쟁문화에 대한 반항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동양사상으로 회귀되는 원초적 인간의 모습이 바로 평화라는 뜻이기도 하죠. 비틀스의 ‘Let it be’라는 노래를 보세요. 그대로 두라는 뜻 아닙니까. 이것은 동양의 노자사상인 무위자연 사상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자연스럽다는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이거든요.
존 레넌이 한국에 예쁜 여자가 있는지 모르고 일본 오노 요코와 결혼하긴 했지만, 동양사상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맞는 것 같아요(일동 웃음).
도올 비틀스의 ‘Let it be’는 소유가 없는 세상을 강조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문화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록은 신중현씨로부터 싹이 돋아났습니다. 쉽게 들으실지 몰라도 록은 그냥 부르는 게 아닙니다. 저도 록을 하면서 창과 블루스를 따로 공부했거든요.
도올 록도 우리화되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발전해 우리화되어 우리 리듬과 독특한 맛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우리의 독특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야 하고요.

도올 김용옥 & 가수 전인권의 ‘록 페스티벌’

파격과 자유로운 성향이 공통점인 도올 김용옥과 가수 전인권. 두 사람은 앞으로 ‘도올과 안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밴드를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강의 열기가 한창 달아오를 때 도올은 객석에 앉아 있던 현대 아산 김윤규 사장을 단상으로 불러올렸다. 지난해 장나라와의 특별 공연 때에도 초대되었을 만큼 김윤규 사장과 도올의 친분은 두터운 사이. 김 사장은 당일 아침에 도올이 전화를 걸어 “오늘 좋은 공연이 있으니 오라”는 즉흥적인 제안으로 참석하게 되었다고 했다. 김윤규 사장은 자신이 무대에 올라오자 일제히 객석에서 터지는 함성 소리에 “두 사람보다 함성이 적을까봐 겁이 났지만 뜻밖에 더 커서 만족스럽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윤규(이하 김) 도올 선생과 저는 금강산에서의 강연을 계기로 알게 됐는데, 도올 선생은 고려대학교를 비롯해 대만, 동경, 미국 하버드를 졸업하고 그것도 모자라 원광대 한의학과를 나와 한의사를 6년이나 하신 대단한 분이십니다. 전인권씨도 남북사업에 관심이 많은 분이죠. 지난해 8·15 광복절에도 금강산에서 공연을 하고 돈도 안 받았을 정도예요(일동 웃음).
도올 김윤규 사장은 남북교류의 황제이시고요(일동 환호). 여러분은 통일의 시대에 살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분단의 시대에 산 사람들이고 통일의 시대를 준비할 사람이에요. 통일이 되면 빨갱이, 파랭이, 노랭이도 모두 없어지는 시대가 될 겁니다.
도올 선생은 몸으로 열정으로 강의를 하다 생각이 안 나면 특유의 “으으이…”를 하시잖습니까. 제 생각에 이것은 대단히 뛰어난 순발력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소리를 지르는 동안 다음 얘기를 생각하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죠?(일동 환호) 올라온 김에 돌아가신 정 명예회장님에 관계된 일화 한 토막 소개하고 내려가겠습니다. 회장님께선 새벽 4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셔서 정확히 5시30분에 사무실로 나오시는데 어느 날 4시30분에 사무실에 나오신 거예요. 부리나케 달려 나갔더니 “젊은 놈이 왜 이렇게 잠이 많아?”라고 호통을 치시더군요. “아직 깜깜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왜 해가 안 떠!” 하시길래 “해를 끌어다 드릴까요?”라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은 15년 동안 같은 시계를 차고 다니셨지만 한 번도 시간을 보신 적은 없었어요. 그래도 단 한번 시간이 틀린 적이 없었죠. 배고프다 하셔서 시계를 보면 정확히 점심시간이었을 만큼 정확하셨어요. 여러분도 자신이 정한 시간대로 움직이시기를 바랍니다.

우직하게 공부한 도올과 지독하게 공부 안 한 전인권은 서로 통하는 사이
이날 전인권은 대상포진으로 전날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더불어 목 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도올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온 것. 그는 2시간 내내 자리에 앉지 않고 꼬박 서서 무대를 지켰으며 도올과 함께 자작곡 ‘늦지 않았습니다’를 부를 때도 멋진 하모니를 보여줘 객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도올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한 교수가 젊음에 관해 해준 말이 기억납니다. ‘젊음은 모든 게 결정되어 있지 않고 빠르게 웃고 빠르게 운다. 젊음은 아름답지 않고 젊음의 추억만이 아름다운 것이다…(중략) 젊음은 망각할 줄 안다. 사랑했던 여인을 잊을 줄도 안다. 사랑에 빠질 줄 안다. 그게 아니면 젊음이 아니다.’ 하지만 늙으면 사랑하면 안 되겠죠? 마누라가 다 결정되어 있으니까(일동 웃음). 전인권 선생의 ‘행진’이란 노래는 83~85년 암울했던 시기에 나온 노래인데, 거기에는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한 시대의식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참, 전인권씨는 대학을 안 나오셨고, (전인권을 보며) 고 1때…?
고 1때 그만뒀죠.
도올 일찍부터 선각자적인 반항정신의 삶을 살게 됐다는 거죠(일동 웃음). 나와 전인권씨는 우직하게 공부만 한 사람과 공부를 지독하게 안 하는 사람이군요. 그러고 보면 반대의 사람은 서로 통하는 것 같아요. 머리 속에 엄청난 언어로 가득찬 것을 음악적으로 표출하는 전인권씨의 음악이야말로 전세계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20세기 최고의 음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올과 전인권, 그리고 학생들은 들국화 시절 히트곡인 ‘그것만이 내 세상’을 합창하는 것으로 강의를 마쳤다. 전인권은 도올이 강의가 끝난 후 “도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며 “앞으로 ‘도올 김용옥과 안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밴드를 계속 만들어가고 싶고 여기에 서태지도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의를 마친 후 도올은 “앞으로도 강의와 콘서트, 페스티벌 등이 섞인 장르와 문화를 계속 개발해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4년 6월 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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