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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타 재테크

식당 운영 수익 활용해 35억원 모은 탤런트 김종결

“수입의 80% 이상 저축해 채권, 부동산에 투자했어요”

■ 글·최은성 ■ 사진·정경택 기자

2004. 04. 12

음식점 창업의 성공주자로 소문이 자자한 중견탤런트 김종결. 그는 한때 화재로 평생 모은 재산을 잃기도 했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인간승리를 보여주었다. 음식점에서 모은 돈을 저축하는 한편, 부동산 투자로 부를 축적한 그의 성공 노하우와 투자비결.

식당 운영 수익 활용해 35억원 모은 탤런트 김종결

연기자 생활을 하며 부업으로 음식점을 시작해 35억원을 모은 중견탤런트 김종결씨(58). 그래서 그는 별명도 ‘여의도 김재벌’ ‘장사의 신’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생고기전문점 ‘주신정’은 여의도 샐러리맨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음식점으로 손꼽힐 정도. 이렇듯 음식점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그는 99년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신정을 찾은 시각은 점심 무렵.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붐볐다.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문밖까지 길게 늘어서 있을 정도.
김종결은 음식점을 운영하면서도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며 관록 있는 중후한 연기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까지 KBS 대하사극 ‘무인시대’에서 지조 있는 문신 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3년 전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는 희락당 대감 김안로 역할로 인기를 얻으며 인터넷에 팬카페가 생기기도 했다.
“대학(연세대)에서 연희극예술연구회 활동을 하며 연극에 빠져들었어요. 그게 인연이 되어 67년 TBC 4기 탤런트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으니 벌써 연기인생 35년이 넘었네요.”
그를 스타로 만든 드라마는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견 여자 탤런트 김창숙과 출연한 ‘연화’. 이후 ‘결혼행진곡’ ‘마부’ ‘아씨’ 등 70년대 초반을 수놓은 인기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으며 TBC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당시 자가용, 가정부까지 두고 살았어요. 돈을 마구 써도 부족함이 없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인기는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연기자들이 등장하면서 그는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려났다. 그러면서 비로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재테크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79년 3천만원을 들여 여의도 종합상가에 30평 규모로 ‘신정’이란 로스구이 전문점을 개업했다. 당시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아파트 베란다에서 점심시간에 샐러리맨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걸 보다 ‘음식점을 하면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하지만 장사는 쉽지 않았다. ‘신정’을 시작으로 15년 동안 만두집, 오락실, 커피숍 등으로 점점 사업영역을 확장했지만 돈을 빌려 시작한 사업이라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로 남는 것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89년엔 그동안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하고 4억원을 들여 용산 전자랜드 상가에 80평 규모로 햄버거 가게와 설렁탕집을 열었어요. 하지만 1년 만에 1억원의 적자를 보았어요. 게다가 90년 여름에는 주식에 뛰어들었다가 1억원을 잃었죠. 정말 제 인생의 IMF였어요.”
그는 3년 동안 드라마와 밤업소에 출연하며 돈을 모아 적자를 메워나갔다. 그 사이 식당도 조금씩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93년 5월, 용산 전자랜드 상가에 큰 화재가 났고, 그는 6억원의 재산피해를 봤다. 집만 빼고 그동안 번 돈이 다 사라진 것이다.
“나이 오십을 코앞에 두고 평생 힘겹게 일궈놓은 것들을 한번에 잃어버린 것이었어요. 그때는 정말 ‘이제 끝이구나’ 싶었습니다.”

식당 운영 수익 활용해 35억원 모은 탤런트 김종결

김종결은 지금도 촬영이 없는 날은 식당에 나가 손님을 맞는다.


이때 그는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체험했다고 한다. 그가 전 재산을 잃고 어려움에 처하자 친구, 방송계 선후배들이 앞다투어 돈을 빌려주며 재기를 도와준 것이다. 이렇게 해서 화재가 난지 4개월만인 93년 9월, 3억여원을 투자해 여의도 증권가에 90평 규모로 ‘주신정’을 차릴 수 있었다.
“동료 선후배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방송국 PD나 탤런트들이 자주 찾아주면서 금방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으니까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3년 후에는 점포를 2백평으로 넓혔고 종업원도 40명으로 늘렸다. 점포를 두배로 늘리면서 매출도 두배인 하루 평균 8백만원으로 늘었다. 순수익이 월 2천만∼3천만원에 이르렀다. 덕분에 창업 1년만에 지인들로부터 빌린 돈을 다 갚을 수 있었다.
빚을 갚은 후 그는 본격적으로 저축을 시작했다. 순수익의 80%를 저축했는데, 비과세저축 중에서도 가장 이자가 높은 상품을 골라 가입했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통장만 30개, 저축액은 10억원에 이른다. 매월 1천6백만원 정도를 저금해 지난 2000년 저축의 날에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정기적금으로 일정액의 목돈을 마련한 후 신탁예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동금리형 예금과 확정금리형 예금을 3:7로 가입할 만큼 보수적인 투자를 한다. 이제 노년을 본격적으로 대비해야하는 나이인 만큼 다소 금리가 낮더라도 안정적인 자산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징이라면 신탁예금을 할 때 반드시 마이너스통장을 만든다는 점이다. 이는 사업을 하기 때문에 유동자금을 미리 확보해 두기 위해서다.
“처음엔 단골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저축을 시작했어요. 음식점이 은행, 증권, 투신사들이 몰려 있는 여의도 증권가에 있다보니 이곳 직원들을 단골로 확보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 저축을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점점 돈 모으는 재미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는 지금도 수입의 70∼80%를 저축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아내와 자녀들이 부르는 별명이 ‘짠돌이’다. 하지만 힘든 시절을 보내면서 ‘있을 때 아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은 그이기에 아직도 2만∼3만원짜리 티셔츠 한장을 사는 것도 아까워한다.
98년은 그에게 도약의 해였다. 창업 후 5년 동안 모은 5억원으로 삼성 및 현대의 회사채를 구입해 연 25%의 이자 수익을 올리면서 6억2천5백만원으로 재산이 불어난 것. 당시 IMF사태가 터지면서 채권금리가 오르기 시작하자 이를 놓치지 않고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둔 것이다.
그는 다시 은행 공매로 나온 상가 2백평을 5억원에 샀다. 공매는 은행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경매의 단점인 사기를 당할 염려가 없는 안전한 투자방법이다. 상가는 이후 가격이 오르면서 현재 시가가 10억원, 여기서 거둬들이는 임대수익만 월 1천만원에 이른다.
그가 현재 음식점 경영, 출연료, 상가임차료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평균 2천만∼3천만원. 전체 재산 규모는 저축 10억원, 부동산 15억원, 식당 10억원으로 총 35억원 규모다.

식당 운영 수익 활용해 35억원 모은 탤런트 김종결

연기와 재테크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김종결.


처음 3억여원을 투자해 자산을 10배가 넘는 규모로 키우는 원동력이 된 생고기전문점 ‘주신정’의 성공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안창살과 갈비살을 주 메뉴로 하는 평범해 보이는 음식점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크게 ‘맛의 노하우’ ‘고객관리’ ‘종업원관리’라는 세가지 핵심요소에 있다.
드라마에서는 근엄한 모습의 김종결이지만 식당에서는 손님 한사람 한사람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테이블을 오가며 직접 서빙을 하고, 신발정리를 하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사장이라고 폼만 잡으면 망한다는 게 제 지론이에요. 현장에서 직접 손님들의 요구사항을 챙겨야 손님이 만족하고 다시 음식점을 찾지요. 그래서 드라마 촬영이 없을 땐 무조건 오전 11시에 나오고, 촬영이 있는 날에도 시간을 쪼개 식당에 꼭 들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친절해도 맛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음식점이다. 비결은 질 좋은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박리다매 전략. 생고기전문점인 만큼 신선한 고기를 산지에서 직접 가져올 수 있는 거래처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좋은 고기맛을 내기 위해 주방장과 함께 특색있는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맛을 보고 레시피를 분석해 차별화된 맛과 메뉴를 개발했다.
또한 강원도 한계령 오색약수로 지은 파란 빛깔의 밥과 1년 동안 묵은 김치에 얼음을 듬뿍 얹어 내놓은 얼음김치, 집에서 담은 간장게장 등으로 식단을 구성했다. 특히 1천원을 추가하면 공기밥에 열무김치, 된장찌개, 고추장이 곁들여져 나와 밥을 맛있게 비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성공비결은 종업원 관리에 있다. ‘주신정’을 2000년에 법인으로 전환해 종업원들이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고용의 안정을 불러오면서 종업원들이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케하는 지렛대 구실을 했고, 자연히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활발한 방송활동과 성공적인 재테크로 연기와 사업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그의 소망은 의외로 소박하다. 건강이 받쳐주는 그날까지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을 직접 만나고 또 브라운관에서 다시 한번 기억에 남는 연기를 펼쳤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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