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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성녀와 마녀’로 1년 만에 방송활동 재개한 탤런트 유혜리

■ 기획·이영래 기자 ■ 글·조희숙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4.12 14:00:00

중견 탤런트 유혜리가 지난해 방영된 KBS 아침드라마 ‘새엄마’ 이후 1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박경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MBC 아침드라마 ‘성녀와 마녀’의 중반부에 투입된 것.
어느새 마흔이 넘었지만 여전히 섹시 스타로서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유혜리를 만나보았다.
MBC ‘성녀와 마녀’로 1년 만에 방송활동 재개한 탤런트 유혜리

최근 MBC 아침드라마 ‘성녀와 마녀’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중견 탤런트 유혜리(40)가 비중있는 인물인 국주역을 맡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것. ‘성녀와 마녀’는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1960년 한 여성월간지에 연재했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성녀’와 ‘마녀’로 대비되는 두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사랑이란 주제를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가 맡은 국주란 인물은 유부남과의 불륜 끝에 딸까지 낳은 여배우로 성녀와 마녀에 이은 또 하나의 문제적 여성상.
“국주는 천성적으로 요부예요. 여배우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신분상승을 노리고 재벌 2세와의 사이에 아이까지 낳지만 복잡했던 남자관계를 이유로 버림받죠. 사생아를 낳았다는 스캔들로 배우 생명까지 끝나자 위로금으로 받았던 돈과 함께 아이를 남동생 내외에게 맡기고 본격적으로 남자를 이용해 요정을 차린 뒤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인물이에요. 그의 삶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남자(재벌2세)에 대한 감정 속엔 진실한 사랑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제가 국주를 연기할 수 있죠(웃음).”
유혜리는 지난해 KBS 아침드라마 ‘새엄마’ 이후 1년 만에 출연하는 복귀작인데다 극의 중반부터 투입돼 극 흐름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장성한 딸을 둔 엄마역할을 하게 됐어요. 솔직히 말하면 연기자로서 지금이 고비인 것 같아요. 빨리 이 시기를 넘고 싶어요. 연기를 하려면 편견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한테 사극은 맞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몇년 전 ‘홍국영’이라는 드라마를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배우는 악역이든 착한역이든 시도하고 도전하면서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햇수로 따져 벌써 연기 생활 16년째. 88년 데뷔작 ‘파리애마’로 섹시 스타의 대명사가 됐던 그는 이후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 ‘아담이 눈뜰 때’, 드라마 ‘적색지대’ ‘간이역’ ‘사랑 그리고 이별’ 등을 통해 다양한 색깔을 선보이며 ‘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

세상 돌아가는 것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에 젖어 살아
한때는 겹치기 출연도 해봤고 자연스럽게 일이 끊어진 적도 있었다. 덕분에 그는 잘 쉬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수영과 헬스를 꾸준히 하고, 골프에 재미를 붙였으며, 일요일에는 꼬박꼬박 교회에 나가고, 틈틈이 친구들을 만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고.
농담처럼 ‘다모’로 스타덤에 오른 탤런트 이서진이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스타가 이보희와 유혜리였다”고 말한 기사 내용을 전하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머, 그래요” 하고 환히 웃었다. 하지만 잠시 뜸을 들인 후 그는 “근데 이서진이 누구죠?” 하고 되물었다. 정말 이서진이 누군지 모르는 눈치다.
“제가 그래요. 일 없으면 별로 돌아다니지도 않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조금 동떨어져 산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그런 것도 잘 모르고 그래요. 집에서 남들처럼 집안일 하고 요리도 만들어 먹으면서 그냥 지내죠. 잘은 못하는데 게장, 꽃게찜, 잡채 같은 거 만들어서 친한 사람들하고 나눠먹는 게 좋더라고요.”

MBC ‘성녀와 마녀’로 1년 만에 방송활동 재개한 탤런트 유혜리

일과 집, 교회만 오가는 사이 번잡한 세상 일들과는 자신도 모르게 거리를 두게 됐다고 한다. 평온이 가득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에 대한 무관심’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맨 처음에 일(연기)을 시작할 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어요. 촬영장에 나갔다가 ‘끝났어요’하면 집에 가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아니에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소중한 것인지 알아요. 연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이제야 다양한 인물의 삶을 표현하는 게 얼마나 매력있고 멋진 일인지 알 것 같아요. 연기도 숙성되어야 좋은 연기가 나오잖아요.”
3남2녀 중 셋째인 그는 딸 중에서는 장녀다. 그와 열살 터울인 막내 동생은 SBS 전문MC 출신의 연기자 최수린. 황수정과 MC 동기생이기도 한 최수린은 지난 2001년 SBS 아침 드라마 ‘이별없는 아침’에서 선배 연기자 송채환과 연기대결을 펼쳐 주목받기도 했다.
“아무래도 제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막내 동생은 새침한 편인데 연기자가 되고 싶어하는 줄은 정말 몰랐어요. 지금은 결혼해서 남편따라 제주도에 가 살고 있는데 조금 있으면 아기 엄마가 돼요.”
현재 그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지난 98년 동료 연기자 이근희와 이혼한 뒤로 아직까지 싱글이다. 이제는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해졌다는 그는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혼은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고 덧붙인다.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이혼한 것을 특별히 의식하고 살지 않아요. 많이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상처를 입기보다 주변 사람을 둘러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해야 할까요. 그동안 저는 편식하듯 살아왔던 것 같아요. 일하고 저밖에 몰랐거든요. 그런데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게 된 거죠.”
현재 사귀는 사람은 없지만 독신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는 유혜리. 대신 결혼 상대자에 필수조건이 하나 붙었다. 같은 기독교인일 것. 이혼 후, 독실한 크리스천인 어머니의 권유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신앙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은 터라 배우자도 같은 신앙인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머닌 항상 저한테 결혼하라고 말씀하세요. ‘젊은데 왜 혼자 사냐, 다시 좋은 가정 만들어’라고요. 저도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할 생각이에요. 상대요? 상식이 통하고 느낌이 통하는 사람이면 돼요. 저는 아직도 첫느낌이 중요하거든요. 그게 없으면 삭막하잖아요.”
드라마 ‘성녀와 마녀’는 4월말 종영할 예정이다. 그는 드라마가 끝나는 대로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라고 한다.

여성동아 2004년 4월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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