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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부자로 키우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 꿈꾸는 ‘언니경제연구회’가 일러주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박윤희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4.04.12 13:24:00

딸 키우는 엄마들에게 ‘부자 바이러스’가 유포되고 있다.
바이러스의 진원지는 바로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과 행복한 경제활동을 추구하는 ‘언니경제연구회’.
연구회에서는 이 땅의 여성들에게 신데렐라처럼 운 좋게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는 ‘비법’을 연구해 알려주고 있다.
‘우리 딸 부자로 키우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

부자 엄마, 부자 딸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언니경제연구회’최광기 김현아 김재희 박정선 박진창아씨(왼쪽부터).


“우리 딸 부자로 만들어 잘 살아 보세!” 딸을 부자로 키우기 위해 뭉친 21세기형 여자 ‘큰손’들이 있다. 일명 ‘언니경제연구회(이하 언경련)’ 연구원들로 이들은 요즘 세간에 번지고 있는 ‘부자 아빠’ ‘부자 남편’ 신드롬에 반기를 들며 “21세기야말로 ‘부자 엄마’ ‘부자 딸’이 필요한 시대”라고 목청을 높인다. 그렇다고 이들이 뭉칫돈을 굴리는 ‘사모님’이나 땅 투기를 일삼는 ‘복부인’은 아니다. 이들이 목표로 삼는 부자는 남편 혹은 아버지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경제 활동을 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다.
지난 2000년 여섯 명의 연구원이 모여 첫발을 내디딘 언경련은 ‘경제적 자립 없이 정신적 자립 없다’는 기치 아래 여성 친화적 경제 모델을 연구하는 모임. 연구원은 대학강사, 전업주부, 학생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창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국내외를 돌며 여성들이 부자가 되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연구원들은 가장 먼저 14세에서 32세 사이의 여성 1백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답이 나왔다고 한다.
첫째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둘째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여가와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어서, 셋째 경제적, 정신적, 개인적 독립을 위해서, 넷째 자기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돈이 필수라고 대답한 것.
설문조사를 주도한 김현아 연구원(37)은 “요즘 신세대 여성들은 과거 어머니 세대와는 달리 돈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많은 딸들이 부자를 꿈꾸지만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의 주인’이 되기를 희망했고, ‘행복한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부자 아빠 신드롬’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내 딸을 부자로 만들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김재희 연구원(45)은 “가장 먼저 엄마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딸을 부자로 키우려면 엄마가 먼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부자 딸’의 모습을 제대로 꿈꿀 수 있어야 해요. 우선 요조숙녀, 현모양처라는 구시대적 여성상에서 벗어나야겠죠. 신데렐라의 기적 같은 허황된 욕망에 기대면 결코 딸을 부자로 키워낼 수 없어요.”
엄마와 딸이 ‘경제적 자립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다음은 딸이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게 ‘히딩크식 멀티플레이어 훈련’을 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딸이 최소한 10년 동안은 푹 빠질 수 있는 일을 함께 찾아보고, 또 딸이 그런 일을 찾을 수 있도록 평소 ‘호연지기’와 ‘상상력’을 키워주어야 해요. ‘여자라서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것을 일깨우는 일도 중요하죠. 가능하다면 능력 있는 부자 언니들을 역할 모델로 보여주면 더욱 좋아요.”
그래서 연구원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수십가지의 직업군을 추려냈다. 이 가운데 16명의 ‘부자 언니’들을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했고 연구원들은 지난 2년 동안 ‘부자 언니’들을 찾아다니며 ‘부자 딸 만들기 비법’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접근해 갔다. 이들이 최근 펴낸 ‘부자 엄마 부자 딸’에는 수의사, 육군소령, 댄서 등으로 일하는 전문직 여성 16명의 부자가 되는 비법이 담겨 있다. 이들의 연봉은 최소 3천만원에서 최대 5억원. 일반적인 직장 여성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돈을 벌고 있는 ‘부자’들이다.

‘우리 딸 부자로 키우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

언경련 연구원들은 딸을 부자로 키우기 위해서는 여행이나 유학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현아 연구원은 “부자 언니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벌어서 잘 먹고 잘 살며 자신이 꿈꿔온 목표를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거기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점”이라며 “부자 언니들은 자기 스스로 ‘나는 부자다’ 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자 엄마 부자 딸’에 소개된 부자 언니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관으로 근무하는 공무원 최이부자씨는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 주저없이 이렇게 말한다. “내 직업을 갖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 내 삶도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이 밖에도 마술사 오은영, 수의사 이미경, 여행사 대표 어성애, 한의사 이유명호씨 등이 자신의 꿈을 이룸으로써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특히 수의사인 이미경씨는 “어떤 일을 진정으로 좋아하면 그게 공부든 운동이든 실력 또한 저절로 향상된다”며 ‘튼튼한 체력’과 ‘배짱’이야말로 부자 딸이 될 기본 덕목이라고 귀띔한다. 김현아 연구원은 부자 언니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한결같이 ‘자기 삶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부자 언니들이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외형적인 조건일 뿐이고 아주 근본적인 공통점은 ‘자기 삶에 대한 긍지’가 높다는 점이었어요. 이런 긍지는 어렸을 적 엄마들이 심어준 것인데 딸의 일을 묵묵히 지켜봐 주고 믿어주는 엄마들의 딸이 부자가 된다는 것이죠. 엄마들이 ‘결혼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도 부자 언니들의 공통점이었어요.”
부자 딸을 키운 엄마들은 대부분 ‘여행’이나 ‘유학’에 인색하지 않았다는 점도 김재희 연구원이 부자 언니들을 만나면서 얻어낸 결론이다.
“부자 딸을 만들려면 무조건 밖으로 내보내야 해요. 그건 내가 살던 우물 밖으로 튀어나가라는 얘기죠.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는 길은 여행이고, 여행은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만들잖아요. 여행을 통해서 우리는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직접 보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게 되죠. 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수 있어요.”
그래서 언경련에서는 ‘부자 엄마 부자 딸’ ‘어! 딸 멋져’ 등의 출판 작업을 통해 국내외 여성들의 직업세계를 전파하는 한편 이색 창업과 여행에 관련된 일도 도모하고 있다. 특히 김재희 연구원을 주축으로 일종의 ‘우물 밖으로 튀어나가기 프로젝트’가 올 여름 언경련에서 진행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유럽 여행을 하며 살펴보니까 유럽 여성들도 ‘여성의 경제적 자립’에 관심이 많더군요.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만난 아줌마들에게 가장 큰 소망이 뭐냐고 묻고 다녔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늘 ‘내가 번 돈을 만지며 사는 일’이었어요. 현재 유럽에는 베를린의 여성경제특구를 비롯해 다양한 여성 친화적 경제 모델이 번창하고 있거든요. 올여름 많은 여성과 변화의 현장을 여행하면서 한국에서도 부자 엄마, 부자 딸의 꿈을 현실화시켜볼 생각이에요.”
우리는 60∼70년대의 버스 차장, 미용실 점원, 그리고 청계천 재봉사 등으로 일하는 여성들을 비하하는 심정으로 ‘언니’라고 불렀지 그들을 진정한 경제 주역으로 보는 혜안은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 연구원들의 지적. 하지만 한국경제 발전의 밑바탕에는 항상 이 ‘언니’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을 언경련은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언경련은 부자 엄마, 부자 딸이 더욱 많이 늘어나도록 ‘언니’들을 진정한 경제 주체로 세우고 차근차근 ‘언니경제’를 실현해나갈 계획이다.

여성동아 2004년 4월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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