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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당당한 주장

한국판 ‘섹스 & 시티’ ‘싱글즈 인 서울’에 출연하는 유미나

“성 트러블 등으 로 인한 이혼 막기 위해 결혼 전 동거 나쁘지 않다고 봐요”

■ 글·김순희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04.12 11:28:00

여성들이 등 떠밀려 결혼하던 시대가 차츰 막을 내리고 있다.
결혼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
전문직 독신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담은 ‘섹스 & 시티’ 한국판 ‘싱글즈 인 서울’에 출연중인 유미나씨가 털어놓은 일과 사랑 & 결혼에 대한 단상.
한국판 ‘섹스 & 시티’ ‘싱글즈 인 서울’에 출연하는 유미나

쫙뻗은 몸매에 당당한 걸음걸이, 어깨에 걸친 빨간 핸드백이 잘 어울리는 유미나씨의 첫인상은 ‘자유로움’ 그 자체다. 우리나라 나이로 스물아홉. 사회적인 분위기상 ‘결혼은?’ 이란 질문을 수없이 들었겠지만 그는 ‘화려한 싱글’이다.
그는 지난 3월19일부터 케이블 TV의 여성채널 온스타일에서 방영을 시작한 10부작 리얼리티 프로그램 ‘싱글즈 인 서울’에 출연하는 4명의 독신여성 가운데 한명. 이 프로그램은 ‘싱글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특히 미국의 인기 미니시리즈 ‘섹스 & 시티’처럼 전문직 독신 여성들의 일과 사랑, 결혼에 관한 생각을 가감없이 보여주겠다고 밝혀 방영 전부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섹스 & 시티’에서는 성 칼럼니스트와 홍보대행사의 이사, 변호사, 큐레이터 등 뉴욕의 전문직 여성 네명의 성생활을 다뤄 화제를 뿌렸다. ‘싱글즈 인 서울’도 명문대 출신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번듯한 직업을 가진 소위 ‘잘 나가는’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이들은 나이키 스포츠코리아 마케팅팀 대리 유미나씨를 비롯해 여성지 ‘엘르’의 뷰티 팀장 피현정씨(33), 다국적 헤드헌팅 회사에 다니는 배혜진씨(30), 수의사 홍연정씨(29)다.
“직장 동료로부터 ‘한번 출연해 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은 게 계기가 됐어요.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섹스 & 시티’처럼 우리나라 싱글들, 특히 전문직 독신여성의 삶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한국 독신여성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겁니다.”
그의 일과는 아침 6시부터 시작된다. 8시까지 출근하려면 7시에 집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은 퇴근 후 직장 근처의 피트니스 클럽으로 향한다. 2시간 정도 운동하고 집에 돌아가면 밤 9시.
“평일은 보통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주말이 좀 남다를 뿐이죠. 주말엔 친구들과 놀러가거나 혼자 여행을 떠나요. 해외 배낭여행도 자주 떠나고요. 겨울철에는 스키장에 많이 갔어요. 스노보드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는 이화여대 사회체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지난 2000년 외국계 회사에 취직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생과 직장인이라는 두 가지 신분을 가지고 있던 그 당시에 회원제 사교파티에 많이 참석했어요. 2주일에 한번은 와인바나 카페에서, 한달에 한번은 호텔에서 대규모 파티가 열렸어요. 그것도 한 일년 정도 참석하니까 식상하더라고요. 자신을 최대한 ‘포장’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의미 없게 느껴졌고, 유부남들이 ‘작업’하기 위해 오는 경우도 많아서 싫었어요. 나이트클럽과 크게 다를 게 없었어요. 일종의 고급 부킹이었다고나 할까.”
만나는 사람마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묻지만 그는 아직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나는 남자는 없다. 그는 “사귀던 남자친구가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관계를 청산했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은데다 아직 결혼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그의 인생에 있어 ‘결혼은 옵션이고 일은 필수’라는 것.
“남자들은 여자를 보고 ‘저 여자 참 섹시하고 멋있다’고 말하곤 뒤돌아서서 ‘쟤 완전히 갈 데까지 간 애 아냐?’ 하잖아요. 자기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으면 ‘여자가 왜 그렇게…’ 하고 딴지를 걸어요. 자신의 여자만큼은 조신하기를 원하는 게 우리나라 남자예요.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여자를) 구속하려 들고. 결혼한 선후배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남녀평등’을 주장하던 남자도 결혼해 보니 권위적이라는 한탄이 이어지더라고요. 여자에게 결혼은 손해 보는 장사임이 확실해요.”
결혼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결혼 전 동거’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동거가) 나쁘진 않다고 봐요. 우리나라는 이혼율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는 추세잖아요. 집안 좋고, 조건 좋고, 학벌 좋은 남자와 결혼한 제 선배는 성적인 트러블로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하는 중이에요. 결혼 전 동거를 통해 평생을 같이해도 될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충분히 갖고 싶은 거죠.”

한국판 ‘섹스 & 시티’ ‘싱글즈 인 서울’에 출연하는 유미나

유미나씨는 나이키 스포츠코리아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29세 전문직 여성이다.


그는 두 사람의 성격이 맞는지, 서로의 가치관이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데 충돌하지는 않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동거가 필요하지만 또다른 이유는 성적인 트러블로 이혼에 이르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부부의 성생활은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거잖아요. 결혼 전에 모든 것이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해 보는 게 좋잖아요. 어떻게 (섹스가) 안 맞는 남자랑 수십년을 살아요. 제가 주장하는 동거는 요즘 대학가에서 맘에 드는 남녀 대학생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미성숙한 동거가 아니라, 결혼을 전제로 양가 부모님께 허락을 받은 이후 하는 동거예요.”
“부모님께 결혼 전 동거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냐”고 묻자 그는 “엄마에게 ‘동거해 보고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가 아주 혼났다”며 웃었다. 어머니를 통해 한국에서는 결혼 전 동거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고.
“엄마가 놀라시기에, ‘아니, 지금 당장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 그렇다는 이야기지’하고 말았지만 실제로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있으면 정식으로 말씀드리고 동의를 구해야죠. 결혼식은 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1년 동안 살다가 헤어지는 부부를 보니까 동거하다 헤어지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더라고요. 사전에 충분히 상대방을 알고 결혼했더라면 이혼에 이르지 않을 확률이 높잖아요. 이혼하지 않기 위해 동거를 거쳐 결혼하려는 거예요.”
그가 혼전 동거에 대한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은 20대 중반에 프랑스계 회사에 다니면서부터라고 한다. 프랑스는 혼전동거가 ‘당연시’ 될 만큼 사회적인 현상으로 오래전에 자리 잡은 상태다.
“프랑스의 연인들은 3년에서 5년 정도 진지하게 사귀든지, 동거를 한 이후에 결혼을 결정해요. 동거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헤어지고요. 그 나라는 이혼하면 남자가 경제적인 손실이 크기 때문에 남자가 더 신중한 편이죠. 우리나라의 결혼은 한마디로 여자가 ‘손해 보는 비즈니스’예요. 아이 낳고, 몸 망가지고. 슈퍼우먼이 되어야 결혼생활에서 인정받고…. 저에게 있어 결혼은 옵션이고 일은 필수예요. 결혼해도 일은 놓지 않을 거예요.”
날렵한 스포츠카의 ‘주인’이자 오토바이를 타고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싶은 꿈을 간직한 그의 고향은 양반의 고장인 전라북도 전주다. 그는 입을 벌리고 하품만 해도 아버지로부터 ‘여자가 어디서 함부로 하품을…’ 하는 잔소리를 듣고 자랐다고 한다.
“미국에 있을 때 노랑머리로 염색한 제 모습을 본 엄마친구가 그 소식을 전하기가 무섭게 아버지가 엄마를 미국으로 보내셨더라고요.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 때문인지 한편으로는 굉장히 자유로운 면이 많은 사람 같지만 보수적인 면이 강하기도 해요.”
그는 여지껏 민소매 옷을 입고 고향집을 찾은 적이 없다고 한다. 아직도 ‘여자가 그런 옷을…’ 하고 혀를 끌끌 차는 부모님 때문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현재의 직업이 무척 매력적이고 즐겁다”는 그의 휴대전화가 수차례 ‘부르르’ 떨렸다. 대부분 업무상 걸려오는 전화였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그는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싶어 ‘남자’ 생각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를 총총 걸어나갔다.

여성동아 2004년 4월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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