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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 여성 아나운서로 공중파방송 메인뉴스 첫 앵커 발탁된 ‘SBS 8뉴스’ 김소원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서민들이 공감하는 뉴스 전할 거예요”

■ 글·최호열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4.09 16:34:00

메인뉴스 여성앵커는 지적인 미모를 겸비한 20대 미혼이어야 한다는 불문율을 깨고 방송사상 처음으로 기혼 여성이 기용돼 화제다. 평일 ‘SBS 8뉴스’의 새 여성앵커가 된 김소원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 “예쁘지 않아서 일찍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은 것이 아나운서로서의 생명력을 키워주었다”고 말하는 그의 각오 & 가족사랑.
기혼 여성 아나운서로 공중파방송 메인뉴스 첫 앵커 발탁된 ‘SBS 8뉴스’ 김소원

최근 공중파방송의 메인뉴스 여성 앵커는 젊고 예쁜데다 미혼이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깨어졌다. SBS 메인뉴스인 ‘SBS 8뉴스’의 평일 여성앵커로 다섯살 된 아이를 둔 주부인 김소원 아나운서(31)가 발탁된 것.
“방송 개편을 위해 지난 1월 여자 아나운서와 기자 중에서 5명을 추려 오디션을 봤어요. 그중에 제 이름도 있더라고요. 사실 그때까지 2년 넘게 주말 8시뉴스를 진행했는데, 그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어요. 기혼 여성이, 그것도 아이가 있는 주부가 메인뉴스 앵커를 한 전례가 없어서 생각도 안했어요. 그냥 양념으로 절 끼워넣은 거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봤어요. 그런데 2월초에 제가 최고점을 받았다고 연락이 왔어요.”
평일 메인뉴스의 앵커 자리에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과 함께 모든 아나운서들이 이루고 싶은 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현실을 잘 알기에 반 체념상태였다고 한다. 그저 그런 현실이 조금씩 바뀌어가길 바라는 마음만 있었지 자기가 그 벽을 허문 첫번째 인물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처음이었기 때문일까, 그의 기용을 놓고 언론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니 회사 내부적으로는 더욱 말이 많았을 것이다. 시청률을 중시하는 상업방송으로서는 큰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왜 없었겠어요. 위로부터 좀더 참신하고 젊고 예쁜 앵커를 기용하자는 이야기가 있었겠죠. 그런데 그런 유혹을 뿌리칠 만큼 저의 장점을 보아주신 것 같아요.”
그는 역설적이게도 살림하고 아이를 키우는 생활인이라는 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기혼 여성 아나운서로 공중파방송 메인뉴스 첫 앵커 발탁된 ‘SBS 8뉴스’ 김소원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저를 낙점한 것은 좀더 생활과 밀착된 멘트와 진행을 원해서였다고 생각해요. 서민의 실상을 모르고 곱게 자란 앵커가 하는 말보다는 저처럼 평범한 회사원을 남편으로 둔, 육아 때문에 발 동동 구르는, 가계부를 보며 한숨짓는 사람이 하는 말이 서민들에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신용불량자 관련 기사를 보도할 때도 1백만원짜리 옷을 척척 사는 앵커와 저처럼 ‘어휴, 이달은 적자를 어떻게 메우나’ 고민하는 사람의 멘트는 분명 다르지 않을까요?”
그는 일부 뉴스앵커들의 멘트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전 앵커들이 잘난 척하는 게 불만이에요. 자기도 모르는 한자성어를 시청자들에게 툭툭 던지는 경우가 많아요. 집안일에, 회사일에 하루 종일 치이고 겨우 소파에 기대 편안한 마음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들에게 ‘너 이 한자성어 알아? 모르면 바보야’하는 식으로 멘트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의 뉴스 멘트를 직접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누가 ‘아나운서는 남이 써준 것을 그대로 읽는 앵무새가 아니냐’고 하더군요. 전 처음 뉴스를 진행할 때부터 제 멘트는 직접 썼어요. 처음엔 수위조절을 못해서 많이 혼나기도 했어요. 특히 예민한 정치기사는 더했죠. 하지만 방송이 끝난 후 혼나더라도 제가 하는 말은 온전히 제 재량이니까 지금도 직접 쓰고 있어요.”

기혼 여성 아나운서로 공중파방송 메인뉴스 첫 앵커 발탁된 ‘SBS 8뉴스’ 김소원

95년 SBS 아나운서 공채 5기로 입사한 그의 출발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제일 우렁차다는 이유로 동기들 중에서 제일 먼저 ‘오늘의 날씨’ 보도를 맡기도 했지만 다른 동료·후배 아나운서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그에겐 리포터만 주어졌다.
“돼지 키우는 곳, 장애인 마라톤, 수중결혼식 같은 데 취재를 많이 나갔어요. 그래서 돼지 똥도 치우고, 비를 맞으며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도 하고, 수영도 못하는데 스킨스쿠버 복을 입고 무작정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가 기절한 적도 있어요. 그런 게 힘은 들어도 재미있었어요. 물론 예쁜 옷 입고 따뜻한 스튜디오에서 그럴듯하게 방송을 하는 예쁜 선배·동료들을 보면 부러웠죠. ‘아, 나는 언제 비 안 맞고 방송해보나’ 싶고.”
마음고생이 심했을 법도 하건만 그는 오히려 오늘의 김소원을 있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사회 분위기가 여자 아나운서들도 연예인처럼 젊고 싱싱할 때 많이 찾아요. 그래서 방송사에서도 그들을 스타로 만들어주는 시스템이 있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는 그 대열에 끼지 못했어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다른 아나운서들이 외모를 치장할 때 저는 오디오연습을 했어요. 요즘 영어발음을 잘하기 위해 혀 수술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 못지않게 볼펜, 젓가락을 입에 물고 발음연습을 하는 등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 결과 지금은 내용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 아나운서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다보니 리포터는 물론 라디오 DJ, 스포츠중계, 오락프로그램 사회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아나운서들은 대부분 입사 초부터 예능 오락프로와 뉴스 진행으로 길이 갈리기 마련인데 김씨는 양쪽을 다 경험해본 드문 케이스에 속한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늦깎이라고 말을 해요. 전 그렇게 생각 안해요. 10년 전에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고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는 프로그램을 맡을 때 높은 사람으로부터 낙점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 모두 오디션이라는 경쟁을 뚫어야 했다.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한 날씨 보도도 그랬고, 처음으로 사회를 맡은 프로인 ‘특급 연예통신’도 그랬다. 주말 8시 뉴스를 맡을 때는 모든 여기자와 아나운서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을 통과했다.
“잡초처럼 아나운서의 길을 걸어서일까요? 제 신조가 냉면 면발처럼 가늘고 길게, 질기게 버티자는 거예요(웃음).”
아나운서로서 그에게 잊지 못할 사건이 있다면 페루 주재 일본대사관 인질사건 보도일 것이다. 그는 이 보도로 특종상 수상까지 했는데, 기자가 아닌 아나운서가 특종상을 받은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
“97년에 리포터로 페루에 풍물기행 취재를 갔어요. 식당에서 밥 먹고 있는데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바로 길 옆에 있던 일본대사관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는 거예요. 가이드에게 물어보니까 방송을 보며 이야기를 해주는데 한국대사도 일본대사관 안에 억류되어 있다는 거예요. 전 단순히 그 사실을 알려주려고 보도국에 전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보도국장이 ‘뭐해, 빨리 취재해야지’하면서 취재지시를 내리는 거예요. 있지도 않았던 페루 주재 특파원이 되어버렸어요. 취재라고는 한번도 안 해봤는데 뭘 알겠어요. 보고 듣는 대로 무조건 다 보고를 했죠. 정말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꼴이었어요.”

기혼 여성 아나운서로 공중파방송 메인뉴스 첫 앵커 발탁된 ‘SBS 8뉴스’ 김소원

김소원 아나운서는 교양·오락과 뉴스진행을 다 체험한 몇 안 되는 아나운서다.


“서민들과 호흡하는 앵커가 되겠다”는 그는 98년 대학 동기동창인 김준기씨(31)와 결혼했다.
“신입생 예비소집 때 남편이 제 뒤에 서 있었는데, 그때부터 저를 찍었대요. 처음엔 그냥 ‘인마 점마’ 하는 과친구였어요. 그런데 군대에 가더니 어느 날 제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싫지는 않았고요. 그래서 연애를 시작했어요.”
남편은 현재 SK텔레콤에서 일하고 있다. 부부가 모두 고연봉을 받고 있으니 서민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자 “그렇긴 한데 나갈 데도 많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열심히 벌어야 해요. 남편은 집안의 9대 종손이고, 저는 아들이 없는 딸부잣집이라 양가에 모두 살림을 보태야 돼요. 동생들 결혼할 때마다 도와주어야 하고…. 그래서 솔직히 모아놓은 게 별로 없어요.”
올해 다섯살 된 아이 양육비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기는데, 월 1백2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액수가 들어간다는 것.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남들은 다섯살 땐 천재라고 생각들을 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아닌 것 같아요. 많은 부분이 늦은 것 같아요. 한글은커녕 숫자도 잘 모르고, 그림책도 안 읽어요(웃음). 한가지 장점이 있다면 남자아이 치고 언어구사력이 뛰어나다는 거죠. 예를 들어 ‘엄마, 나 불안했어요’ 하기에 ‘불안한 게 뭔지 알어?’ 하고 물어봤더니 ‘무섭고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가 아픈 것’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문어를 보더니 ‘검은 먹물을 쏘고는 잽싸게 도망쳤어요’ 하는 등 나름대로 조리있게 말을 해요.”
조기교육 열풍으로 강남에선 오래 전부터 서너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게 유행이다. 이것저것 조기교육을 시키지 않느냐고 하자 뜻밖에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유치원 때부터 친구들을 잘 사귀어야 한다며 소위 말하는 엘리트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자리에 오른다고 해서 행복할까요? 그보다는 아이가 그냥 재미있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계속 놀게 할 생각이에요.”
‘우리 아이만 뒤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불안하지 않으냐고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이다 보니 순간순간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아이는 아이답게 놀아야 한다는 신조엔 변함이 없다고 한다.
보통 맞벌이 주부들은 평일에 아이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대신 주말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는 2년 넘게 주말 뉴스를 하느라 그럴 시간도 없었다.
“버린 자식처럼 키웠어요(웃음). 정말 아이와 함께 어디를 가고 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아주고, 아이 혼자 놀 때도 팔이라도 하나 잡고 있는 식으로 스킨십을 해서 애정표현을 했어요. 같이 놀아줄 시간이 없으니까 엄마 아빠가 볼일이 있어 나갈 때라도 항상 데리고 갔어요. 공기청정기를 사러 용산에 갈 때도 데리고 가고, 결혼식장에 갈 때도 같이 가고요.”
그는 가정부를 두지 않고 직접 살림을 한다. 장은 일주일치 먹을 것과 필요한 살림살이를 한꺼번에 봐서 해결한다. 그래서 눈을 감아도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한눈에 그려질 정도로 장을 보는 노하우도 생겼다고 하는데, 그래도 썩혀서 버리는 게 많다며 일하는 주부로서의 고충을 토로한다.
“제가 일을 하니까 남편도 불편한 부분이 있을 거예요. 왜 없겠어요. 저희도 부부싸움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부부싸움을 할 때 제가 큰소리를 내기보다는 조근조근 따지고 들어가는 편이거든요. 그러다 보면 결국 남편이 잘못한 게 되죠. 처음엔 남편이 제 페이스에 말리곤 했는데 이젠 ‘네가 그러면 숨 막혀’ 하는 거예요(웃음).”

기혼 여성 아나운서로 공중파방송 메인뉴스 첫 앵커 발탁된 ‘SBS 8뉴스’ 김소원

김소원은 대학 동기 동창인 남편과 98년 결혼해 다섯살 된 아들을 둔 주부다.


일하는 주부로서의 어려움은 집안에서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회에서도 ‘유부녀’라는 이유로 당하는 불이익에 마음고생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여자 아나운서처럼 감가상각이 확실한 직업도 없어요. 알게 모르게 불이익도 많죠. 그것 때문에 못 견디고 나간 사람도 많아요. 제가 올해로 서른한살인데 위로 선배가 세명밖에 없어요. 기형적인 구조인 셈이죠. 왜 그렇겠어요. 그만큼 결혼한 여자가 아나운서를 하기란 힘들어요. 그래서 전 가늘고 길게 직장생활을 할 거예요. 질기게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여자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부인병 수술 후 요가 배워 건강 회복하고 5kg 다이어트
그의 하루 일과는 아침 8시에 시작된다. 일어나자마자 아이를 깨워 밥을 먹이면서 중간중간 자기도 한술 뜬 후 옷을 입혀 질질 끌고 유치원에 데리고 간다. 그리고 돌아와 흙을 개서 얼굴에 바른다.
“전에는 피부관리를 받으러 다녔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못해요. 그래서 이것마저 안하면 내 피부가 어떻게 될까 불안해서 매일 팩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얼굴에 트러블이 생겨서 속상해요.”
팩이 마를 때까지 설거지하고 신문과 주간지를 대충 훑고나면 12시가 넘는다. 그러면 유치원에 가서 아이를 데려와 베이비시터에게 맡긴 후 회사로 출근한다. 오후 1시까지만 출근하면 되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쯤. 그때부터 아이랑 놀아주다보면 새벽 1시. 엄마 아빠의 퇴근이 늦으니까 아이도 잠을 늦게 자는 편이라고 한다. 아이를 재운 후 청소 빨래 등 못다한 집안일을 하고 나서 요가를 한다.
“30분 동안 열심히 허리를 꺾고 목도 비틀고 하면서 요가를 하고 나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요. 그때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어요.”
그가 요가에 빠진 것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해 1월 부인병과 관련해 수술을 했는데, 후유증으로 몸도 안 좋고 체중도 5kg이나 늘었다고 한다.
“몸이 회복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에 출근하고 방송을 하는데도 체중이 줄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수술한 상태라 달리기를 할 수도 없고, 먹는 게 중요한데 그걸 줄일 수도 없고….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요가를 시작했어요. 학원을 다닌 것은 아니고 인터넷 요가사이트에서 하는 방법을 다운받아 그대로 따라했어요. 그랬더니 한달이 지나니까 몸이 유연해지는 게 느껴지고 또 한달이 지나니까 5kg이 쑥 빠지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유연했었나 싶을 정도로 몸이 부드러워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만나는 사람마다 요가를 권하고 있어요.”
그는 요가가 뱃살과 허벅지살, 엉덩이살을 빼는데 특히 좋다며 요가예찬을 늘어놓았다. 게다가 요가호흡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도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것.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욕심 부리지 않고 자기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면 결국 인정을 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여성동아 2004년 4월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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