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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주목할 만한 교육법

공짜로 책 읽어주며 한글 떼게 하고 감수성, 논리력 키워주는 이현씨의 도서관 교육법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승민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04.06 17:14:00

프랑스에서 미술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현재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현씨.
그는 딸 진아와 아들 시완이를 학습지 한번 시키지 않고 한글을 떼게 했다. 프랑스에서 그 곳 엄마들을 따라 하다 아이 교육에 톡톡히 효과를 보았다는 이현씨의 프랑스식 도서관 교육 노하우.
공짜로 책 읽어주며 한글 떼게 하고 감수성, 논리력 키워주는 이현씨의 도서관 교육법

“나를 키운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소프트 웨어계의 황제 빌 게이츠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어렸을 때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읽은 경험이 훗날 성공의 큰 디딤돌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딸 진아(10)와 아들 시완이(5)를 키우며 바로 이 도서관 교육법의 효과를 직접 체험한 이현씨(36).
“4년 전 큰 아이를 데리고 프랑스 유학을 갔어요. 그 곳에 가보니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주더군요. 또 엄마가 직접 못 가면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려갔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진아를 데리고 처음 도서관에 갔죠.”
당시 진아는 불어를 전혀 몰랐는데 도서관에서 알록달록 예쁜 그림이 그려진 동화책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불어를 익혔다고 한다. 공부로 바쁠 때는 이현씨도 다른 프랑스 엄마들처럼 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활용했다. 도서관 교육법의 효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진아가 불어를 자연스럽게 익힌 데 이어 말을 논리정연하게 하고 생각까지 조리있게 하게 된 것.
그 후 초등학교 2학년 때 귀국한 진아는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에 편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어가 문제였다. 말이 서툰 것은 물론 글읽기와 받아쓰기도 빵점이었다. 엄마 입장에서 조바심이 났지만 그는 서둘지 않고 프랑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도서관 교육법을 시작했다.
“거의 매일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면서 동화책을 읽어주었어요. 언어는 듣기가 우선이거든요. 열심히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말문이 트이고 글을 깨치게 되죠. 그렇게 두세달 하다 보니 금세 한글을 깨치더라고요. 글을 알고 나서는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는 큰딸 진아에게 했던 방법을 둘째 시완이에게도 그대로 적용했다. 만 세돌이 지났을 때부터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다. 강의 준비로 바쁠 때는 프랑스에서처럼 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활용했는데 우리나라에는 따로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에 광고를 내서 직접 구했다.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책과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채용 조건이었다. 그 후 1년 동안 그와 책 읽어주는 선생님과의 도서관 교육법이 이어졌다.
“도서관은 정말 좋은 교육장소예요. 아이들이 볼 만한 책이 아주 많은데다 빌려올 수도 있거든요. 책뿐만 아니라 CD와 비디오 자료도 많죠. 또 필요한 책은 주문하면 2주일 내에 비치해놓고요. 한 달에 한두 번씩 인형극 공연도 하고 글짓기나 구연동화 같은 무료 강좌도 있어서 부지런하기만 하면 돈 안들이고 얼마든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유아실이 마련돼 아이들에게 맘껏 책 읽어줄 수 있어
이현씨의 도서관 자랑은 끝없이 이어진다. 요즘에는 도서관마다 유아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다는 것. 그가 주로 이용하는 인천시립중앙도서관은 유아실을 온돌방처럼 꾸며놓았는데 다른 도서관은 푹신한 소파를 갖다 놓은 곳도 있다고 한다.
그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아이들의 사고 체계를 형성하는 데 좋다고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자기가 읽은 책의 내용을 중구난방으로 이야기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승전결을 갖춰 또박또박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교육의 효과를 실감한다고 한다. 또한 감수성도 풍부해지는 데 때로는 책 내용을 듣고 펑펑 울기도 해서 그를 깜짝 놀라게 한다고.

공짜로 책 읽어주며 한글 떼게 하고 감수성, 논리력 키워주는 이현씨의 도서관 교육법

큰딸 진아를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며 불어와 한글을 익히게 한 이현씨는 시완이에게도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그의 집에는 아이들 책이 별로 없다.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때문에 따로 사줄 필요가 없는 것. 하지만 아이들이 너무너무 갖고 싶어하는 책은 주저없이 사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현씨는 한가지 꾀를 내었다. 큰딸 진아한테 동생 시완이의 책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시킨 것.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면 한시간에 1천원을 주기로 했다. 그랬더니 아이에게 경제 개념이 생겨 전에는 1천원을 주면 문방구에 가서 한번에 다 쓰기도 했는데 자기가 직접 일을 해서 돈을 번 뒤로는 함부로 쓰지 않고 저축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처음에는 성의 없게 읽어주고 동생이 다시 읽어달라고 하면 신경질을 내기도 했어요. 그래서 하루는 제가 ‘시완이가 너의 고객’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지요. 시완이에게 잘못 보이면 일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으니 잘해줘야 한다면서요.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는 정말 정성껏 읽어주더라고요.”
원래 두 아이는 나이 차도 있고 어렸을 때 떨어져 지내 서먹서먹했는데 진아가 시완이에게 책 읽어주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뒤로는 사이도 좋아졌다고 한다.
그는 최근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을 저질렀다. 본격적으로 도서관 교육법 전파에 나서기로 하고 도서관 옆 신호등(www.도서관옆신호등.com)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을 개설한 것. 도서관 교육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책 읽어주는 선생님들과 엄마들을 연결해주는 사이트다.
“시완이를 도서관에 데리고 다닌 지 벌써 1년이 넘었어요. 시완이도 누나 못지 않게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지요. 주변에 시완이 이야기를 하니까 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소개해달라는 사람이 많았어요. 한두 명 연결해주다 아예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는 생각에 사이트를 열었어요.”
그는 자신의 두 아이가 학습지 한번 하지 않고도 책으로부터 모든 지식을 얻으며 잘 자라고 있듯 다른 부모들도 사교육비 부담 없이 아이들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여성동아 2004년 4월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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