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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솔직한 고백

‘리타 길들이기’로 연극 무대 나들이하는 이태란 프라이버시 인터뷰

“좋은 느낌 주는 남자 만나 다시 사랑하고 싶어요”

■ 글·조득진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4.04.01 19:18:00

요즘 탤런트 이태란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일일드라마 ‘노란 손수건’이 끝나자마자 주말드라마 ‘애정만세’에 연속 출연하는가 하면 5월초엔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다.
올해로 연기생활 8년째. 이제야 연기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다는 그는 ‘좋은 느낌 주는 남자’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봄바람이 상쾌한 강화도에서 그를 만났다.
‘리타 길들이기’로 연극 무대 나들이하는 이태란 프라이버시 인터뷰

“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돌아 굴다리를 지나세요. 그럼 해안순환도로가 나타나는데 그 길 따라 한 1㎞만 오시면 작은 포구가 나타나거든요.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매니저의 설명대로 포구에 도착하니 흰 밴 승용차 앞에 그가 서 있었다. 이태란(29). SBS 주말드라마 ‘애정만세’ 촬영을 하다 달려왔다는 그는 70년대를 연상시키는 노란 원피스 차림이었다.
“야외 녹화장이 이곳에 있거든요. 일주일에 한두 번 오게 되는데 길도 예쁘고 또 나름대로 생각할 여유도 가질 수 있어 참 좋아요. 그런데 이거 어쩌죠? 옷이 이래서 70년대 잡지 화보 같겠는데요(웃음). 사진 찍기에 참 좋은 날씨인데 아쉽다.”
“그래도 예쁘고 멋있다”고 하자 그제야 옷에 대한 아쉬움이 가시는가 보다.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가는 그만의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현재 출연중인 드라마 ‘애정만세’는 60년대말∼70년대를 배경으로 젊은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드라마. 시대극 출연은 97년 데뷔작인 SBS ‘지평선 너머로’ 이후 처음으로 그는 시청자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옷차림을 하기 위해 꽤 신경을 썼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멋쟁이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촌스러워 보이는 스타일을 컨셉트로 정했어요. 적당한 옷과 액세서리를 찾느라 옷장에서 옛날 물건을 죄다 꺼내 걸쳐보고, 코디네이터와 함께 동대문 시장을 샅샅이 뒤졌죠. 그렇게 골라온 물건들은 최종적으로 ‘당시를 살았던’ 어머니의 검사를 받았어요.”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대학은 안중에도 없었던 학창시절
드라마는 기획 단계부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인숙 사건’을 연상시키며 화제를 모았지만 이후 작가가 바뀌는 혼란을 겪으며 시청률이 다소 주춤했다. 그래도 ‘노란 손수건’에서 한숨과 눈물만 흘린 것이 억울(?)했던지 전형적인 ‘말괄량이 부잣집 딸’의 모습으로 좌충우돌, 펄펄 나는 그의 연기는 돋보이고 있다.
그는 5월5일부터 6월6일까지 대학로 창조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리타 길들이기’의 주인공 리타를 맡아 난생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도전한다. ‘리타…’는 미용사와 교수가 만나서 벌이는 해프닝을 다룬 이야기로, 갈등과 변화 속에서 싹트는 남녀의 사랑을 그린 연극. 여배우들의 연기력과 개성을 잘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작품으로 그간 ‘리타’ 역으로 최화정, 전도연 등이 출연했다.
“교수 역으로 배우이자 연출가인 신철진 선생님이 나와요. 얼마 전 신 선생님의 연극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차를 한잔하게 됐는데, ‘무대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없느냐’고 물어오시더군요. 리타 역할에 대한 욕심도 있고, 또 평소 연극을 꼭 한번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속으론 환호성을 질렀지만 ‘잘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생겼어요.”
그러나 데뷔 이후 늘 연극무대에 오르고 싶었던 열망을 참지 못하고 출연을 결정했다. 이제 연습 3일째. 소극장이라고는 하지만 처음 무대에 서는 그에겐 관객석이 세종문화회관보다 더 커 보이더라고.
“첫 드라마를 찍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얼마나 떨리던지. 카메라 앞에서와는 달리 연극무대에선 호흡과 발음이 중요하잖아요. 그게 어렵더군요. 2인극이라 대사도 많은데 그 많은 걸 언제 다 외우나 싶고….”

‘리타 길들이기’로 연극 무대 나들이하는 이태란 프라이버시 인터뷰

그는 학창시절 한 CF에 출연한 김지호를 보며 연예인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돌아보면 최근 몇 년간 자신의 인생은 드라마와 비슷했다는 그.


데뷔 후 연기 활동을 하면서 그는 많은 연극배우들을 보았다고 한다. 그들 앞에 서면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더라고. 카메라 앞에서 만들어지는 자신의 이미지에 비해 그들의 땀과 호흡이 무척 소중해 보였다고 한다. 연극무대에 진출하는 동료 탤런트들의 모습도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첫 연극이 2인극이라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연기수업으로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최화정 선배나 전도연 선배와 비교될까봐 걱정돼요. 그분들 공연을 못 봐서 아쉽지만 차라리 그게 잘된 일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어설프게 흉내를 내는 것보다 제 색깔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극중 리타와 현실의 이태란 사이엔 공통점이 굉장히 많다. 그가 이번 연극 출연을 결심하고 또 연기에 얼마만큼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괄량이 리타는 대학에 가지 않고 일찌감치 미용사의 길로 들어선 아가씨죠. 뒤늦게 개방대학에 가게 돼요. 저도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느라 대학은 안중에 없었죠. 중학교 때는 공부를 곧잘 했는데 성적이 한번 떨어지더니 회복불능이더군요.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3년쯤 하다가 뜻한 바가 있어 이화여대 사회교육원에 들어갔어요. 연예계에 뛰어들고 나서 충실하지는 못했지만….”
젊은 시기를 비슷하게 보냈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리타를 이해하며 연습하고 있다고.

‘노란 손수건’으로 말괄량이 이미지 벗어서 다행
97년 데뷔했으니 올해로 8년차 연기자. 베테랑이라고 할 만도 한데 그는 “할수록 더 어렵다”며 손사래를 친다. 욕심이 많아서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편이라고. 그래서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면 일부러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고 산다고 한다.
“제 성격 중에 지나치게 진지한 면이 있어요. 그래서 창조성이 좀 부족하죠. 대본을 주면 그 안에 있는 지문과 대사를 그대로 따라하는 경향이 있어요. 벗어나고 싶었죠. 이번 연극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해요.”
데뷔 후 ‘사랑은 아무나 하나’ ‘순풍 산부인과’ ‘내 사랑 누굴까’ 등을 통해 활달하며 감칠맛 나는 연기를 보여온 그. 그런 그를 주연급 연기자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은 누가 뭐래도 지난해 폭발적인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노란 손수건’이다. 호주제 문제를 다뤄 지난해 말 여성부가 주는 남녀평등 방송상 대상까지 수상한 이 드라마에서 그는 결혼을 약속하고 만난 남자에게 버림받은 후 홀로 아이를 낳아 키워내는 미혼모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캐스팅 과정에서 논란이 좀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전 드라마에서 보여온 활달한 이미지가 고통을 극복하는 미혼모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였죠. 한마디로 ‘멜로가 될까’였죠. ‘노란 손수건’을 통해서 그런 걱정을 깰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그는 드라마 ‘노란 손수건’을 끝내고 ‘애정만세’ 첫 녹화까지 딱 1주일의 휴식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 사이 친한 친구와 함께 1박3일로 일본으로 ‘밤도깨비 투어’를 다녀왔다고.
“그동안 동료 연기자들이 ‘재충전’을 명분으로 연기 활동을 쉴 때 ‘오버한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요즘은 몸도 마음도 좀 쉬고 싶어요. 쉬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보고 또 새로운 내용으로 채워야 하는데…. 그것이 대중의 사랑으로 먹고사는 연기자의 책임인 것도 같아요.”

‘리타 길들이기’로 연극 무대 나들이하는 이태란 프라이버시 인터뷰

그러나 그런 바람은 한동안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월초 오르는 연극 연습 와중에 차기 출연작이 정해진 것. 오는 4월말부터 ‘사랑한다 말해줘’ 후속으로 방영되는 MBC 새 수목 드라마 ‘서른살 일기’(가제)에서 그는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읜 후 병든 아버지와 계모, 노처녀 고모 등을 부양하는 터프걸로, 바람 피우는 남자친구를 공개석상에서 두들겨패다 스튜어디스를 그만둔 뒤 우연히 만난 대장항문 외과의사 준호(유준상)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역할을 맡는다.
이로써 그는 2002년 3월 ‘내 사랑 누굴까’를 시작으로 ‘노란 손수건’, ‘애정만세’, ‘서른살 일기’까지 2년 동안 네 편의 드라마에 연속 출연하게 됐다.
그는 극중에서 웨딩드레스를 많이 입은 배우로도 유명하다. 최근 몇 년간 출연한 드라마에서 항상 결혼장면을 찍었던 것.
“드라마뿐만 아니라 웨딩잡지 화보 찍느라 웨딩드레스를 많이 입었어요. 그러다보니 무감각해지고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드라마에서도 강성진 선배와 결혼식 장면이 있었는데 기분이 이상한 거예요. 약간 슬퍼지는 게 ‘어머, 내가 왜 이러지’ 하며 놀랐어요. 결혼할 나이가 되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 소원은 빨리 돈 벌어 방 여러 칸 있는 집으로 이사가는 것
하지만 결혼은 서른 아홉이나 마흔 살에 할 것 같은 막연한 예감이 든다고. 그때 결혼하면 더 잘살 수 있을 것 같고,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리타 길들이기’로 연극 무대 나들이하는 이태란 프라이버시 인터뷰

그는 학창시절 한 CF에 출연한 김지호를 보며 연예인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나이만 먹었지 아이나 다름없어요. 너무 이기적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죠. 또 저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많이 기대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하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소개팅이나 미팅 등 인위적인 만남보다는 우연을 가장한 인연을 기다렸다는 그. 하지만 연예계에 있다보니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어 당분간은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제 삶을 돌아보면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드라마 속의 배우처럼 행복과 아픔이 교차했죠. 단순한 성격이라 아픔을 빨리 잊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사람을 만나 힘겨운 일도 있었지만 요즘 다시 ‘좋은 느낌을 주는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교 시절 한 음료 CF에 출연한 탤런트 김지호를 보면서 ‘나도 지호 언니처럼 예쁘게 사각사각 할 수 있는데…’ 하며 스타의 꿈을 키워왔다는 그. 요즘은 주목받는 스타보다는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는 게 목표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빨리 해결해야 할 게 있어요. 일산집이 원룸이라 어머니와 한 방을 쓰다보니 잔소리를 무지 많이 들어요. 빨리 돈 벌어 방 여러 칸 있는 집으로 이사 가야겠어요. ‘내 방을 갖고 싶다’ 이거 중학교 입학할 때 갖는 소망 아닌가요?”
장난스럽게 이야기했지만 “늘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어머니 생각이 났는지 잠시 입을 다문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여성동아 2004년 4월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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