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가족이 다 함께 일산의 집을 나서서 광화문에 도착한 이들은 근처 직장에 다니는 아빠와 오후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진 뒤, 먼저 사간동 갤러리 거리로 향했다. 처음에는 경복궁부터 들르려 했으나 넓은 곳을 마지막에 보는 편이 여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코스를 바꿨다.
마침 금호미술관에서는 책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에는 종종 갔었지만 미술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를 찾기는 이번이 처음. 전시라 해서 다소 부담스러웠는지 시큰둥한 표정으로 들어서던 종현이와 주은이의 얼굴이 입구에 높이 쌓인 책더미를 보더니 이내 환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신나는 놀이터 같은 전시장에서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려 공짜 책을 챙기고 벽에 낙서를 하며 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점심식사는 삼청동의 별미 수제비로 뚝딱 해결. 라면 대장인 남매의 입맛에도 잘 맞았는지 평소에 비해 많이 먹었다. 하지만 삼청동은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은데다 좁은 골목을 따라 이색 상점들과 갤러리가 즐비해 거리를 걸으며 구경하다 보면 금세 출출해지게 마련. 청와대 춘추관쪽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진선 북카페까지 내려온 이들은 다시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서재처럼 꾸며진 카페에서 아이들은 다시 한 권씩 책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했다. 평소 그리 책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책을 주제로 한 전시도 보고 책에 둘러싸인 카페의 분위기에 한껏 고무되었는지 종현이는 공룡 책을, 주은이는 둘리 그림책을 다 읽은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 걸음을 재촉한 이들이 도착한 곳은 조선의 대표 궁궐 경복궁. 오랜 보수 끝에 새단장하고 모습을 드러낸 근정전이 시야에 들어왔다. 조정 관료들의 서품이 표시된 비석 사이를 뛰어다녀서인지 주은이의 뽀얗던 볼이 조금씩 붉어졌다. 아이들이 피로할까 서둘러 경복궁 방문을 끝으로 일정을 마친 엄마 곽숙희씨(38)는 경복궁의 일부만 보고 돌아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아이들이 정말 신나는 문화체험을 했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환하게 웃었다.
전통과 역사의 체험장
경복궁
역사를 익히며 정취까지 제대로 감상하려면 한나절을 꼬박 들여도 부족한 것이 바로 궁궐 나들이. 그중에서도 조선 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이 가장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비슷한 한옥 건물로만 여겨지는 궁궐 나들이를 지루해하기 일쑤. 이럴 땐 요즘 인기를 끄는 TV 사극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도해 사전에 정보를 직접 찾아보게 하고 곳곳에 얽힌 재미난 일화 등을 들려주면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나들이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새로 단장해 일반에게 공개된 근정전은 왕의 즉위식이 거행되고 외국 사신을 접견했던 장소. 이외에도 왕이 국정을 돌보던 수정전, 해달별을 의미하는 세개의 다리를 건너 다다르는 연회 장소인 경회루, 왕비가 거처하던 교태전, 나무 구름다리가 있는 향원정, 왕의 침소와 일상 생활이 주로 행해지던 강녕전 등은 경복궁의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
동절기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료는 어른(만 25~64세) 1천원, 청소년(만 19~24세) 5백원, 나머지는 무료. 화요일 휴관. 문의 02-732-1931
얼마 전 새로 단장해 일반인에게 공개된 경복궁 근정전은 왕의 즉위식이 거행되던 곳이다.
。경복궁 겨울방학 프로그램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궁궐 체험 교실’을 열고 있다. 2월14일까지 매주 월, 수, 금, 토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자세한 안내를 들으며 경복궁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경복궁 나들이 전에 먼저 읽으면 좋은 책
부모들은 ‘이야기가 있는 경복궁 나들이’(강경선 등 지음, 역사넷)와 ‘우리 궁궐 이야기’(홍순민 지음, 청년사), 배롱나무, 화살나무 등 경복궁에 있는 나무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궁궐의 우리나무’(박상진 지음, 눌와) 등이 좋으며, 아이들은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청동말굽 지음, 문학동네)가 적당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선조들의 문화유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오는 10월부터 1년 동안 휴관하고 이후 용산으로 옮겨 재개관하므로 경복궁과 박물관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문자가 없는 선사시대의 유물을 전시한 선사실부터 조선백자실까지 18개의 상설전시관과 2개의 기획전시실이 있으며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관람객을 위해 가족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동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료는 어른(만 25~64세) 7백원, 청소년(만 19~24세) 3백원, 나머지는 무료다. 월요일 휴관. 문의 02-398-5000, www.museum.go.kr
국립민속박물관
방학이면 다양한 내용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박물관. 현재는 ‘신나는 겨울 민속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제2기획전시관에서 2월9일까지 열리는 ‘갑신년 잔나비띠’ 전에서는 원숭이 관련 유물 40여 점을 만날 수 있으며 십이지와 문화 속의 원숭이를 살펴볼 수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2월16일까지 산골 사람들의 생활상을 경험할 수 있는 ‘산촌’전이 열린다. 또한 주말에는 가족들이 함께 참여하는 ‘가족 박물관 문화 체험’이 마련되는데 민화 그리기와 옛날 책 만들기, 풍물 배우기 등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동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며 입장료는 어른(만 25~64세) 1천원, 청소년(만 19~24세) 5백원이며 나머지는 무료다. 화요일 휴관. 매월 첫째 일요일은 무료 관람할 수 있으며 직접 민속 생활상을 체험해볼 수 있는 어린이박물관은 미리 인터넷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문의 02-734-1341, www.nfm.go.kr
부엉이 박물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 포터가 가는 마술거리의 부엉이 가게를 옮겨온 듯한 곳이다. 나무, 쇠, 크리스털, 유리, 돌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부엉이를 비롯해, 부엉이 그림이 담긴 우표와 넥타이, 인형까지 부엉이에 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일명 ‘부엉이 엄마’라고 불리는 배명희 관장이 30년간 수집한 2천여점의 부엉이 미술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 삼청동 좁은 골목길 안에 자리잡은 아담한 개인 박물관으로 이국적인 외관과 카페 분위기의 아늑한 실내가 매우 인상 깊다. 입장료는 어른 5천원, 아이 3천원. 관람객에게는 차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2-3210-2902, www.owlmuseum.co.kr
티벳 박물관
티베트의 전통 문화와 예술,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곳. 불교가 꽃피운 티베트 특유의 화려한 종교 예술을 비롯해 자연에 밀착해 살아온 티베트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들이 즐기는 마니 차, 버터 등잔, 야크 털로 만든 민속의상 등도 볼거리. 신영수 관장이 30여년간 여행을 다니며 모은 소장품 1천2백여 점 가운데 3백점 가량을 순환 전시하고 있다.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 입장료 어른 5천원, 학생 3천원. 문의 02-735-8149, www.tibetmuseum.co.kr
사람을 닮은 책 책을 닮은 사람 전
책을 주제로 한 상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 어렵고 딱딱한 미술 전시에 대한 선입견을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로봇 모양으로 만든 책장 안을 가득 채우는 책들, 책을 오려서 만든 의자와 테이블 등 44명의 아티스트와 13명의 어린이가 참여해 책을 주제로 작업한 회화와 설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지하 전시장은 아이들 책세상. 오아시스 목욕탕에 누워 책을 보거나 두레박으로 책을 길어올리기도 하고 벽에 낙서를 해도 되며 바닥에 편히 앉아 맘껏 책을 읽을 수 있다. 입장객은 누구나 책을 한권씩 가져갈 수 있다. 금호미술관에서 2월28일까지 열린다. 관람료가 일반 5천원, 단체 4천원,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2-720-5114, www.kumhomuseum.com
칼더의 모빌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조형물은 바로 모빌일 것이다. 움직이는 조각 ‘모빌’의 창시자이자 움직이는 예술의 대표 아티스트로 꼽히는 알렉산더 칼더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나뭇잎, 치즈, 곤충 등이 연상되는 갖가지 형태와 화려한 컬러, 자유로운 움직임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친숙한 작품들이다. 국제갤러리에서 2월7일까지 열린다. 관람료 개인 5천원, 단체 3천원. 문의 02-735-8449, www.kukje.org,
진선 북카페는 음식을 먹으면서 책도 볼 수 있는 이색 카페다.(좌) 책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를 찾은 주은이네 가족.(우)
삼청동 수제비
식사 시간이면 도로변으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 뒤에 먹을 수 있는 곳. 20년 넘게 한자리에서 한결같은 맛으로 사랑받고 있는 삼청동의 명물이다. 실제 먹어 보면 왜 이토록 유명한지 다소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맛과 부담없는 가격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다. 전용 주차장이 있으며 가격은 항아리 수제비 5천원, 감자전 6천원. 문의 02- 735-2965
수와래
한식 위주의 삼청동에 처음 등장한 스파게티 전문점으로 특히 젊은층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전용 주차장이 있으며 인기 메뉴인 연어게살 크림 스파게티의 가격은 1만2천원.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맛볼 수 있다. 문의 02-739-2122
뺑 & 빵
한옥을 개조하고 붉게 녹슨 부식 철을 외관에 덧대 단연 눈길을 끄는 곳. 빵집이 아닌 파스타 집이다. 창가에 앉아 삼청동 거리를 내다보며 식사할 수도 있다. 토마토소스 스파게티 1만5천원, 샐러드 9천원∼1만1천원. 문의 02-722-5930
아루
눈으로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예쁜 케이크가 가득한 곳. 조각 케이크와 생과일 주스를 곁들인 디저트로 식사를 마무리 하면 아이들과 함꼐 한껏 행복한 표정을 짓게 될 듯. 망고 케이크와 티라미수, 과일 무스 등이 인기다. 문의 02-736-2390
진선 북카페
책이 있어 더욱 낭만적인 카페. 볶음밥, 스테이크 등의 식사나 차, 주스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책장에 꽂힌 책을 마음대로 꺼내볼 수 있다. 2층의 안쪽에는 어린이 그림책만 모아놓은 곳도 있다. 문의 02-723-5977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상호 때문에라도 한번쯤 유심히 보게 되는 곳. 십전대보탕, 수정과 등 한방차를 내놓는 작고 평범한 찻집이지만 단팥죽으로 유명해지면서 삼청동의 대표 맛집이 되었다. 단팥죽 가격은 4천5백원. 문의 02-734-5302
눈나무집
조그맣고 허름한 집이지만 감칠맛나는 음식으로 명성이 나 있다. 시원한 김치국물에 말아주는 김치말이국수(4천원)와 떡볶이가 함께 나오는 떡갈비(7천원)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 문의 02-739-6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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