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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화제의 교육법

화학교사 출신 엄마 이명규씨가 일러주는 생활 속 놀이 수학

딸 호인이에게 시장놀이·빨래놀이 하며 재미있게 가르쳤어요~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승민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02.05 13:35:00

생각만 해도 어렵게 느껴지는 수학. 하지만 수학은 우리 생활 여기저기에 꼭 필요한 학문이다.
전직 화학교사인 이명규씨는 여덟살배기 딸 호인이에게 ‘수학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놀이를 통해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생활 속 놀이로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씨의 수학놀이법을 소개한다.
화학교사 출신 엄마 이명규씨가 일러주는 생활 속 놀이 수학

올봄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호인이는 숫자를 무척 좋아한다. 벌써 숫자와 양의 개념은 물론이고 비교와 덧셈·뺄셈의 개념까지 파악하고 있다. 호인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엄마와 함께 하는 수학놀이. 어렸을 때부터 인형이나 공을 가지고 수학놀이를 해온 호인이는 덧셈, 뺄셈 공부가 재미있기만 하다.
“아이들은 배우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한창 호기심이 많을 때라 무엇이든 알고 싶어하고 알려주면 오래 기억하고 나름대로 응용도 하죠. 그런데 커가면서 공부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결혼 전 고등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쳤던 이명규씨(32)는 수학이 재미있는 분야임에도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호인이를 낳아 키우면서 호인이에게 놀이처럼 수학을 익히도록 해주었다. 일명 놀이 수학법. 아이와 재미있게 놀면서 수학의 개념을 알려주는 방법이다.
그는 호인이가 두돌이 넘었을 무렵 숫자 1을 가르치는 놀이를 시작했다.

엄마 : 이 세상에서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가 있는데 누굴까?호인 : 호인이.엄마 : 그럼 호인이가 좋아하는 엄마는 어디 있지?호인 : (엄마를 가리키며) 여기.엄마 : 엄마도 하나, 호인이도 하나네.(아이와 함께 숫자놀이판이 붙은 벽으로 간다. 숫자 1을 보여주고 이야기한다.)엄마 : ‘호인이가 하나 있어요’ 하는 것을 사람들은 이렇게 써서 나타내요.(일어서서 아이와 손을 잡고 ‘일, 하나, 일, 하나…’를 리듬 넣어 이야기하며 춤을 춘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에게 숫자를 알려주면 아이는 재미있게 숫자와 그에 해당하는 양의 개념을 익히게 된다. 그 다음날은 숫자 2를 배우며 짝의 개념을 알게 하고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양말, 젓가락 등 짝을 이루는 물건들을 찾아냈다. 간식을 먹을 때도 수학놀이가 이어졌다. 과자를 줄 때 접시에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주고 “엄마가 하나 더 주면 몇 개지?” “하나보다 몇 개가 많은 거지?” 하며 덧셈을 알려주었다.
“호인이와 놀 때는 대부분 수학과 연결시켜서 놀았어요. 작은 곰인형을 여러 개 활용하기도 하고, 컵의 손잡이 모양을 보고 3이라는 숫자와 연결시키기도 하고요.”
세돌이 되었을 때는 시장놀이를 하며 돈의 개념을 알려주었다. 호인이는 1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 모양으로 만든 종이돈을 바닥에 펼쳐놓고 엄마는 생선가게, 슈퍼마켓, 과일가게, 야채가게라고 적은 종이와 물건을 펼쳐놓았다. 처음에는 아이의 돈을 살피면서 모든 물건을 사고도 돈이 남도록 싸게 팔았다.
두번째 놀이에서는 농사가 잘 안돼서 야채 가격이 올랐다며 값을 올려서 팔아보았다. 그 다음에는 아이가 원하는 것 중 한 가지만 살 수 있을 정도로 값을 올리고, 물건을 살 때는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살펴야 필요한 물건을 골라 살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정확히 돈 계산을 하지는 못해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의 개수가 줄어들면 물건을 살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든다는 비교의 개념을 알기 시작했다고 한다.

화학교사 출신 엄마 이명규씨가 일러주는 생활 속 놀이 수학

엄마와 어릴 때부터 수학놀이를 한 호인이는 덧셈, 뺄셈이 재미있기만 하다고.


이명규씨는 엄마가 아이와 함께 놀면서 숫자를 사용하고 숫자가 의미 있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면 굳이 수학이 왜 중요한지, 또는 어떻게 수학을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와 수학놀이를 하면 좋은 점이 또 있어요. 숫자나 양의 개념뿐 아니라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거든요. 수학은 논리적인 학문이잖아요. 어떤 일의 원인과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엮을 수 있는 능력은 사고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지요.”
그래서인지 호인이는 또래에 비해 논리적인 말솜씨로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할 때가 많다고 한다. 재작년 유치원 체육대회 때 엄마와 호인이가 서로 다른 팀으로 나뉘어 줄다리기를 했는데 결과는 엄마 팀의 우승. 호인이는 당시 “엄마는 못했는데 다른 사람이 잘해서 이겼다”고 말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호인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호인 : 엄마는 나한테 팔씨름도 지잖아.엄마 : 그래.(이명규씨는 늘 일부러 져주었다.)호인 : 그럼 엄마는 나보다 약한 거지?엄마 : 어.호인 : 나는 엄마보다 힘이 세고 정말로 열심히 줄다리기를 했거든.엄마 : 그래.호인 : 그런데 엄마 팀이 이겼으니 엄마가 잘한 것이 아니라 엄마 팀의 다른 사람들이 잘한 거잖아.엄마 : ….(이 대목에서 할 말을 잃었다.)



이명규씨가 아이와 함께 가장 자주 했던 놀이 중 하나는 빨래놀이다. 빨래를 널면서, 다 마른 빨래를 개면서 이명규씨의 수학놀이는 이어졌다. 비슷한 색깔의 빨래를 모아보게 하고, 양말을 쫙 펴서 하나씩 쌓아올리는 놀이도 시켰다. 양말 쌓기는 엄마 양말, 아빠 양말 따로, 엄마·아빠·호인이 양말 순으로 등 여러가지로 응용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색깔 인식은 물론, 크기에 대한 개념과 패턴도 인식하게 됐다.
이외에도 이명규씨가 호인이와 했던 수학놀이는 무수히 많다. 동그란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기도 하고, 뻐꾸기 시계가 울 때면 그 소리에 맞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씨는 이렇게 아이와 함께 했던 수학놀이를 모아 인터넷에 올렸고, 그의 글은 큰 인기를 모았다. 금세 엄마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진 그는 요즘 맘스쿨(www.momschool.co.kr) 게시판을 통해 아이들 수학공부로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있다.
“때때로 엄마들이 어떤 학습지를 하는 게 좋으냐고 물어보세요. 그럼 저는 학습지를 너무 빨리 시작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학습지는 특정한 유형만을 외우게 하거든요. 그런 유형에 익숙해지면 다양한 응용을 하지 못해 결국 수학에 흥미를 읽게 되지요.”
수학 공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접하는 모든 사물을 이용해 놀이처럼 가르쳐주는 것이다. 사물을 이용한 수학놀이는 비싼 교재 교구보다 더 큰 교육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노는 엄마도 즐거워야 함은 물론이다.
“수학은 참 재미있는 과목이에요. 생활 속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수학의 논리를 찾아낸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과정이지요. 게다가 수학은 답이 딱 하나잖아요. 아이들은 이런 단순 명료함을 좋아하죠.”
이명규씨는 올해 학교에 들어가는 호인이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수학을 좋아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7년 동안 엄마와 함께 했던 소중한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수학 사랑이 여전할 것이라 믿고 있다.

여성동아 2004년 2월 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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