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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부부의 삶

조순형 민주당 대표와 연극인 김금지 부부

‘얌전한 정치인 남편과 활달한 연극인 아내의 35년 결혼생활 첫공개’

■ 글·이영래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1.09 13:14:00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민주당 대표로 뽑혀 정치가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조순형 대표와 연극 인생 40주년을 기념해 ‘선셋대로’ 무대에 오른 연극계의 대모 김금지씨 부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결혼생활 35년의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와 연극인 김금지 부부

새까만 모자를 꽉 눌러쓴 채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뭇사람들을 내려다보는 표독한 시선. 새까만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한껏 세워올려 더욱 커보이는 눈을 부라리며 치켜뜨고 있기까지 하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눈빛이 차갑다. 연극인 김금지(62). 극단 김금지 대표인 그는 자신의 연극인생 40주년을 기념해 ‘선셋대로’를 무대에 올리고 자신의 그로테스크한 초상을 극장 입구에 내걸었다. 그 눈빛 아래로 접어드는 순간 주눅이 든다.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포스터의 인상만큼이나 강렬한 이미지의 여배우가 무대 중앙에 놓인 소파에 앉아 있다. 그리고 두손을 무릎 위에 단정하게 모아놓고 앉아 있는 이가 바로 민주당 대표 조순형 의원(68)이다. 채 분장을 지우지 못한 탓일까? 김금지씨에게선 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차마 눈빛을 마주 하고 있기 힘든 강렬함.
“연애할 때 저는 ‘조선생님’이라고 불렀고 남편은 저를 ‘김양’이라고 불렀어요. 그때도 저는 모자를 쓰고 화려하게 하고 다니니까 명동 같은 데 나가면 사람들이 쳐다보고 그랬죠. 그러면 이이는 ‘아니, 김양. 왜 이렇게 사람들이 쳐다봅니까? 저는 아무래도 안되겠으니까 제 앞으로 먼저 가십시오. 조금 뒤로 처져서 따라가겠습니다’ 하면서 5m쯤 뒤떨어져 따라왔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시선 받을 정도는 하고 다녀야 한다는 타입이었고 남편은 남 시선 받는 걸 꺼려했고…. 연애할 때부터 그랬어요.”
‘따라왔다’는 말에 강세가 들어갔다. 무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일까? 김금지씨는 높낮이에서 생기는 우리말의 의미차를 강조하는 말투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이가 5선 의원이긴 하지만 사실 연극인 김금지 남편이란 걸로 더 유명했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사실 제가 40주년 기념 공연을 하는데 남편이 당대표가 돼서, 이래저래 이슈가 된 게 아닐까요? 제 덕을 또 보는 거죠, 남편이(웃음). 참 우리 남편 결혼 잘했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그래요. 명문가에 시집 와서 어쩌구 저쩌구…. 우리 둘이 처음 만날 때 이이는 실업자였고, 저는 국립극단의 가장 촉망받는, 정말 꽃 같은 신인 여배우였어요. 저는 그때 조박사(조순형 대표의 선친인 조병옥 박사)께서 어떤 분인지도 잘 몰랐어요. 이이가 하도 좋다고 쫓아다니고 해서 결혼한 거지(웃음). 그런데 한 10년 전만 해도 인터뷰를 하면 남편이 연극을 하게 해줘서 너무 고맙지 않으냐는 둥 이런 말을 해요. 아니 제가 연극하면서 이이가 득본 게 많으면 많지, 뭐 해를 끼쳤답니까? 그리고 제가 누가 시켜줘서 연극을 하고, 못하게 해서 못한대요?”
사진 보고 첫눈에 반한 조대표 구애로 연애 5년 만에 결혼
60대 노부부와 하는 인터뷰건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연애 시절로 돌아갔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1963년. 취미로 사진을 찍던 조대표는 후배인 사진작가 주명덕씨의 작업실에 들렀다가 인화액 위로 떠오르는 사진 한장을 발견했다. 여성지 ‘여원’의 포토스토리 주인공으로 찍힌 ‘연극계의 신성’ 김금지씨였다. 한눈에 반한 그는 주씨를 졸라 김씨와 첫대면을 했다. 이후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잦은 만남을 가졌다.
“이이는 사실 연극에 큰 관심이 없어요. 연애시절에 제 연극을 한번인가 보러 왔을 거예요. 몰래 보러와서는 그러더라고요. 진짜 잘하더라고. 그때 제가 연극상을 받았는데 화환을 보내기도 하고 그랬어요. 이름 써서 보내면 스캔들 나니까 그냥 ‘순’이라고만 적어서 보냈더라고요. 그렇게 정성을 들이니까 뭐…. 결혼하자고 할 때는 연극을 하려면 나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둥, 마치 제작이라도 할 것처럼 말해놓고 막상 연극할 때 도움준 적 전혀 없어요. 제가 이이하고 결혼해서 행복했던 건 착하고 좋은 사람이어서였어요.”

조순형 민주당 대표와 연극인 김금지 부부

자료 사진을 보며 자신이 출연했던 연극에 대해 조대표에게 설명해주던 김금지씨는 “그땐 꽃처럼 예뻤는데…” 하며 웃었다.


이때 조순형 대표가 조심스레 말을 끊고는 “아니, 그러지말고 무슨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하며 끼어들었다. 김금씨가 “이런 인터뷰는 이렇게 하는 거예요. 내가 인터뷰를 얼마나 많이 하고, 글도 얼마나 많이 썼는데…” 하며 강경하게 나서자 조순형 대표는 “아니, 그럼 뭐…” 하면서 다시 반듯하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폭소를 참기 힘들었지만 이 부부의 태도가 너무나 자연스러워 살짝 미소만 짓고 말았다.
사실 김금지씨는 연극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수필가로서 또 문화계 칼럼니스트로서도 유명하다. 그는 2001년 연극배우협회장을 지내기도 했고, 모두 5권의 에세이집을 낸 바 있다. 잡지에 나온 화보 칼럼을 모아놓은 것만 ‘한 박스’라고 한다. 또 그는 구두 디자이너로, 사업가로도 유명하다.
“당시 남편이 삼성물산에 다녔는데, 월급만 가지고는 좀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연극 해선 돈이 안 생기고. 그래서 부업을 하기로 한 거죠. 제가 패션 쪽에 워낙 자신이 있어서 구두 가게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잘 안됐어요. 그래도 여기저기 인사장 보낸 게 있으니까 창피해서라도 금방 접지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잘 되더라고요. 연극을 해도 돈에서 자유롭지 않으면 한계가 있어요. 자존심도 굽혀야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부업을 시작한 건 참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최근 각 대기업들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정치권에 전달했다는 뉴스를 보다 보면 ‘정치인이, 그것도 5선 의원이 설마 돈에 쪼들리겠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조순형 의원은 예외다. 그는 1996년 15대 총선 직전, 그리고 1999년 16대 총선 직전 두번의 후원회를 열었는데 당시 모금액은 각각 1억2천만원, 1억5천여만원에 불과했다.
“제가 한번은 아파트를 사두면 돈이 된다는 말을 듣고 이웃 아주머니하고 선착순 분양을 받으러 갔는데 그날 밤에 난리가 났어요. 이 온순하고 점잖은 양반이 집안 살림을 다 던져서 집안을 아주 난장판으로 만들어놨더라고요. 제가 돌아왔더니 ‘당신! 돈이 그렇게 좋아? 그렇게 돈 벌면 행복해?’하면서 난리를 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그는 대표 경선에 나갈 기탁금을 마련하는 데조차 곤란을 겪었다. 대표 경선에 나설 때 당에 내야 하는 경선 기탁금은 6천만원으로, 당선이 되든 안되든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라고 한다. 그가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는 소문은 비자금 파문 속 정계에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실 여부를 묻자 김금지씨는 쑥스럽게 말을 얼버무리다 결국 입을 열었다.
“우리 딸이 자기 얘기를 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해요. 이런 이야기하면 딸아이한테 혼날 텐데…. 알리려고 한 게 아니라 어떻게 보좌관들 통해 말이 샜나 봐요. 딸 혼수비용을 가져다 낸 게 아니라 그 돈 마련하느라 애를 먹으니까 딸아이가 적금 탄 돈 있다고 준 거예요. 이이가 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없겠냐고 하길래 제가 그랬죠. 당 대표 선거 나가라고 옆에서 부추기던 사람들 뭐래냐? 돈은 안 대준대냐? 그랬더니 말이 없대요(웃음). 그러니 어떡해요. 딸 적금 탄 돈 2천만원하고 제 ‘피~같은’ 돈 4천만원을 털어서 낸 거죠. 이이가 후원회를 열어서라도 꼭 갚겠다더니 막상 당선되고 나서는 말이 바뀌대요. 지금 정계 분위기상 후원회는 도저히 못 열 것 같대나, 뭐래나. 그래도 뭐 되고 나니까 좋긴 좋네요(웃음).”

사실 조순형 대표는 욕심이 없는 인물로 통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지만 사시에 응시해본 적도 없다. 그는 1966년 삼성물산에 취업해 12년간 근무했다. 그가 정계에 입문하게 된 것은 형인 조윤형 전 의원 때문이다. 형이 80년 정치규제법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되자 그가 대신 나선 것. 그는 훗날 정치를 하겠다는 아들 성덕씨에 대해 만류의 뜻을 밝힌다. 현재 성덕씨는 한양대 영화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대학강사로 일하고 있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와 연극인 김금지 부부

이 부부는 슬하에 1남1녀를 두었는데, 딸은 시나리오 작가로, 아들은 대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권하고 싶지 않아요. 정치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안 좋습니다. 자기 일 충실히 하면서 연륜을 쌓은 후에, 그리고 제가 은퇴한 후에 정치를 하겠다면 끝까지 말릴 수는 없겠지만…. 어찌됐건 제가 정치를 하는 중에 정계에 들어오게 하진 않을 겁니다.”
자녀 교육에 대해 묻자 김금지씨가 “교육철학이란 거 간단해요. 지킬 것을 지키면서, 무리한 욕심 내지 않으면서 사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는 거죠. 정치하면서도 선거법 위반한 적 없고, 선거비용 초과해본 적도 없어요. 아이들 가르칠 때도 과외도 안시키고 학원도 안보내고 키웠죠. 그래도 다 대학 가고 잘 컸어요. 우리 아들은 장가 가서 건강하고 멋진 딸아이도 두었답니다(웃음). 아이들 공부 노예 만드는 거, 그거 너무 안 좋아요. 가만 보면 요즘 젊은 주부들이 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면 안되죠. 그건 안되는 거예요” 하며 과열된 교육열풍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대선 나간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영부인이 되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교육이건 뭐건 전 상식 선에서 생각해요. 그런 상식으로 남편에게도 가감없이 조언을 해요. 그러면 이이가 그걸 잘 알아들어요. 이이가‘Mr.바른말’로 통한다는데,‘집에서는 제가 쓴소리를 많이 해서 별명이‘Mrs. 쓴소리’예요. 근데 지금 민주당이고 어디고 다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공천한다고 하면서 어디 명망가가 어떻고, 명문가가 어떻고…. 국민들 그런 사람들 안 좋아해요. 근데 서로 그런 사람 데려 가려고 난리고. 그렇게 해서 정치개혁이 된답니까? 혹시라도 나 뭐 시켜준다고 한다면 제가 영입위원 같은 거 해보고 싶어요. 그럼 민주당 확 일어날 텐데…(웃음).”
조순형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된 후 민주당은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혹 대선까지 밀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난색을 표하는 이는 김금지씨다.
“이이가 지금 나이로 봐서 그건 힘들지 않겠어요? 그리고 제가 영부인 되면 이렇게 모자 쓰고 다니지도 못할 거고. 당 대표는 모르겠는데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그리고 그게 그래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나 개인적으로 저하고 인연이 깊은데, 지금 좋은 소리는 못 듣잖아요? 워낙 우리사회가 이해관계의 충돌이 크고 조율이 힘들기 때문에 그런 거죠. 근데 우리 남편이라고 마술사처럼 술술 풀 수 있을까요? 역시 일등 국회의원으로 끝내는 게 좋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저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조대표가 노무현 대통령과 현재 정치적으로 대립관계에 서있음에도 김금지씨의 말에는 거침이 없다. 심지어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의 소박한 성품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조순형 대표에게 부인 김금지씨에 대해 물었다. 조대표가 잠시 숨을 고르자 김금지씨가 옆에서 “이제 당신도 내 칭찬하래요”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제 결점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저는 성격상 사람을 잘 못 사귑니다. 근데 하느님이 제 배필은 활달한 사람을 구해주셨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리 집사람의 솔직 담백한 성품이 좋았습니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고 열정과 의지가 느껴졌죠. 전 연극은 잘 모르지만 연극에 전 생애를 거는 그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연극을 40여 년 동안이나 해오고 그리고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가정을 지켜줬고, 인생을 풀(full)로 산 집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사실 저하곤 성격이 정반대인 사람인데, 배우자를 찾을 때 닮은 사람을 찾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정반대, 안 맞는 사람끼리 살아야 조화를 이루지 않나 생각합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 힘있게 다가오는 김금지씨의 발성과는 정반대로 그의 목소리는 작고 나지막했다. 그래서인지 “안 맞는 사람끼리 살아야 조화를 이룬다”는 그의 말이 더 묵직하게 들렸다.

여성동아 2004년 1월 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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