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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한국아나운서 대상’ 수상자 손석희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고의 언론인으로 인기몰이

■ 글·조득진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4.01.09 11:07:00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청취자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있는 아나운서 손석희가 ‘2003 한국 아나운서 대상’을 받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꼽히며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그를 시상식장에서 만났다.
‘2003 한국아나운서 대상’ 수상자 손석희

지난 12월17일 서울 목동의 방송회관에서는 이색적인 시상식이 열렸다. 바로 한국 아나운서연합회가 주관한 ‘2003 한국 아나운서 대회’가 그것. 연말이면 열리는 각종 영화제 가요제 연기대상 등이 화려한 조명 속에서 치러지는 한편의 ‘이벤트’라면, 이 행사는 아나운서 스스로 주인이 되어 상을 주고받는 소박한 자리다.
이날 TV 진행부문에 주말 ‘SBS 8뉴스’ 김소원 아나운서, 라디오 진행부문에 불교방송 이선희 아나운서, 스포츠 캐스터 부문에 MBC 김창옥 아나운서가 수상을 했고, 선배 아나운서들이 뽑은 클럽상은 MBC 정혜정 아나운서와 KBS 성세정 아나운서에게 돌아갔다.
이어 진행된 이날의 하이라이트 ‘아나운서 대상’은 손석희 아나운서(48)가 수상했다. 아나운서 연합회 서기철 회장은 “아나운서 대상은 한해 동안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인 동료 아나운서에게 수상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아나운서의 이름을 빛낸 분에게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장의 수상 이유처럼 지난 한해 손씨는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TV ‘100분 토론’의 진행을 맡아 날카롭게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과 끈질긴 논쟁으로 인터뷰 당사자에게는 당혹감을, 시청자에겐 통쾌함을 선사했다. 그래서 지어진 별명이 ‘송곳 인터뷰’.
이런 영향력을 반영하듯 그는 최근 시사잡지 ‘시사저널’이 오피니언 리더 1천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설문조사에서 김대중 조선일보 기자, 정연주 KBS 사장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또 지난해 9월 네티즌이 선정한 ‘지성인 베스트 5’ 설문조사에서는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위는 동양철학자 도올 김용옥. 깔끔하고 매끈한 진행은 젊은층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2월 한국대학신문의 각계 인물 선호도 조사에서 대학생들은 그를 최고의 언론인으로 뽑았다.
후배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는 유머를 섞은 간단한 수상 소감을 남겼다.
“감사합니다. 흔한 말이긴 하지만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로부터 상을 받으니 그 의미가 크게 느껴집니다. 사실 수상은 끝까지 고사하고 싶었습니다. 아나운서로서 방송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조직(아나운서연합회)’에는 전혀 기여한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제게 상을 주는 것은 저를 두번 죽이는 일인데…(웃음). 앞으로라도 잘하라는 말씀으로 알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총선 출마설’은 100% 오보, 방송이 천직
여러 설문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등 방송을 통한 그의 영향력이 커지자 지난해 11월에는 ‘정계진출설’이 나돌기도 했다. 정가와 언론계에 ‘열린우리당이 그를 영입해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구에 출마시켜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이 팽배했고, 일부 신문은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얼마 전 그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종로 출마를 위한 예비작업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다.

‘2003 한국아나운서 대상’ 수상자 손석희

직설화법을 이용한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며 ‘송곳 인터뷰’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그러나 정작 인터뷰 요청에 대해선 점잖게 사양했다.


소문이 나름대로 근거를 들이대며 점점 커지자 그는 직접 해명에 나섰다. 지난 11월3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 끝부분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제가 내년 총선에서 특정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거나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러한 보도는 100% 오보입니다” 하며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그는 또 “개인적으로 총선출마라든가 그밖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이건 공개적으로 몇 차례에 걸쳐서 밝혀온 바다”라고 하면서 “정치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이 점에 대해선 ‘말바꾸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상발언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과 관련된 보도들로 자칫 청취자들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시사프로 진행자, 뉴스 앵커들이 방송을 정계진출의 교두보쯤으로 여기는 풍토 속에서 그의 이런 정치불참 선언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의 신상발언이 방송된 날 프로그램 인터넷 게시판에는 ‘잘했다. 그 말을 끝까지 지켜달라’ ‘아침마다 속이 후련했는데 하마터면 그 기회를 잃을 뻔했다’는 격려성 글들이 줄을 이었다.
그는 어느 당으로부터도 공식적인 출마 요청을 받은 적이 없고, 자신 또한 정계진출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다만 자신이 아무리 부인해도, 사람들은 그가 언젠가는 정치를 할 사람이라고 믿어버리는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이와 관련, 그는 “흔히 하는 말로 정치판이 더럽고 그 더러운 물에 손 담그기 싫어서도 아니고, 이미 정계에 진출한 선배 방송인들을 폄하할 생각도 전혀 없다. 그냥 나는 정치에 뜻이 없고 나랑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직업을 통해 사회적 봉사까지 할 수 있으면 운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좀더 큰일을 해야 한다? 정치가 좀더 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큰일 아닌가” 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 응하는 상대를 몰아붙이며 방송할 때 하도 집중하고 긴장하다 보니 일상에서는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좀처럼 집중이 안되는 직업병마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사람들로부터 무심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그는, 그러나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어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도록 여전히 ‘독하게’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다짐한다.

여성동아 2004년 1월 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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