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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재계 화제

출감 후 경영권 방어에 적극 나선 SK 최태원·노소영 부부

■ 글·이영래 기자 ■ 사진제공·연합통신

2004. 01. 09

SK 분식회계 사건으로 구속돼 7개월간 구치소에서 독방생활을 한 SK 최태원 회장이 최근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적극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선 것은 물론 회사에도 정식 출근하고 있다. 최회장 수감중 초췌한 모습으로 면회를 다녀 주변을 안타깝게 했던 노소영씨도 안정을 되찾고 편안한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궁금한 이들 부부의 근황.

출감 후 경영권 방어에 적극 나선 SK 최태원·노소영 부부

지난해 9월22일 보석으로 풀려난 SK(주) 최태원 회장(44)은 출감하자마자 경기도 수원 봉담읍에 있는 선친 고 최종현 회장의 선영부터 찾았다. 그는 선친의 5주기를 옥중에서 보내야 했다. 선친의 제사를 제대로 봉헌하지 못한 죄스러움도 있었을 것이고, 선대의 유산인 SK그룹이 자신대에 이르러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인 데 대한 죄스러움도 있었을 터인지라 그의 표정은 비장하기 그지없었다.
석방 당일 환한 모습이었지만 옥중에서 건강이 많이 상했다는 그는 곧 병원에 입원했다. 7개월 여 독방생활을 끝낸 뒤이므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간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의 입원 생활은 한달여 계속됐다. “특별한 병이 있는 것은 아니고 심신이 지쳐서 장기간 입원 가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설명. 그러나 그가 병원에서 단순히 휴식만 취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병원 안에서 그룹 관계자 등과 만나며 그룹 정상화 대책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보석 신청이 한번 기각된 터라 이번 보석으로 누구보다 기뻐했던 것은 부인 노소영씨(43)다. 한동안 불화설에 휘말리기도 했던 부부지만, 노씨는 최회장 구속 후 거의 매일 면회를 가며 애틋한 부부애를 과시했다. 평소 공개된 장소에 나서길 꺼려했던 노씨는 남편 최회장의 공판 때는 재판정에 모습을 꼬박꼬박 보였다. 그는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나 안타까운 표정으로 재판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곤 했다.
재판장에 드나드는 동안 가볍게 웃는 모습 한번 보여주지 않았던 그는 지난 9월22일 오후, 보석으로 풀려난 남편과 함께 승용차편으로 서울구치소를 떠나면서 모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별한 코멘트는 하지 않았지만 표정만으로도 그의 기쁜 심경을 알 수 있었다.
출감 후 경영권 방어에 적극 나선 SK 최태원·노소영 부부

SK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평전


“최회장이 입원해 계신 중에는 주로 병원에 와 계셨어요. 최회장이 특별히 어디가 아프다거나 움직이기 힘든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간병했다기보다는 와서 그냥 담소를 나눈 겁니다. 아트센터 나비 일은 일대로 하고, 평소처럼 생활하다가 오후에 병원에 들렸는데, 떨어져 있다 오랜만에 같이 있으니까 더 좋은것 같더라고요(웃음).”

측근은 시련을 겪으며 부부 사이가 전에 없이 화목해졌다고 했다. 한편 최회장은 부인 노씨의 정성에 화답하듯 옥중에서 노씨의 생일날 나이 수만큼의 장미를 선물로 보내 화제를 낳기도 했는데, 출소 후에는 그간의 마음고생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자상하게 가족을 챙긴다고 한다. 덕택에 노소영씨도 안정을 되찾고 편안한 일상생활로 되돌아왔다고.
한동안 두문불출하던 최태원 회장은 지난 11월부터 채권단 모임 등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운신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지난 11월10일 워커힐호텔 무궁화 볼룸에서 열렸던 고 최종건 회장의 평전 출판 기념회에도 참석, 가족 대표로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출감 후 경영권 방어에 적극 나선 SK 최태원·노소영 부부

SK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평전 출판 기념회에 나타난 최태원 회장은 가족대표로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SK 그룹의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은 자녀들이 채 성장하기 전인 지난 1973년 타계했다. 따라서 그의 동생이자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리고 지난 98년 최종현 회장마저 후계자를 낙점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타계했다. 최종건 회장의 자제로는 작고한 장남 최윤원씨, 최신원 SKC 회장, 최창원 SK글로벌 부사장이 있고, 최종현 회장의 자제로는 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SK 텔레콤 부사장 등이 있다. 과연 어느 쪽이 그룹의 적통을 이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SK 2세 다섯명은 별다른 충돌 없이 논의 끝에 최태원 회장을 추대했다.
하지만 한때 재계에서는 이들 2세간의 알력 싸움이 시작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최종건 회장 자제들이 그룹 경영 일선에서 밀려나면서 독립을 시도한다는 내용의 소문이었다.
세간의 소문은 단지 소문일 뿐이었을까, 아니면 위기상황 앞에서 뭉친 것일까? 분식회계 및 정치비자금 문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영국계 소버린 자산운용에 의해 경영권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최씨 일가는 단합을 외쳤다. 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아들인 SKC 최종원 회장은 이날 “모쪼록 금번 평전을 통해 SK 전 임직원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새 역사를 여는 비전을 공유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피력했고, 또 이날 가족대표로 나선 최태원 회장은 “창업자이신 최종건 회장님과 2대 회장이신 최종현 회장님의 유지를 받들어 SK그룹의 모든 가족은 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을 여러분 앞에 다짐하며 계속적인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화답했다.
만일 사촌간 분쟁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 이번 고난이 오히려 이를 극복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후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3월 분식회계 파문 직후, 2대 주주로 떠오른 소버린 자산운용은 그의 퇴임과 이사진 교체 등을 요구하며 경영권 확보 의지를 드러내왔다.이에 맞선 최회장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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