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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넉넉한 인심과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곳∼

■ 기획·조득진 기자 ■ 글·이윤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4.01.07 11:20:00

계획을 세웠다가 멀다는 이유로, 차가 막힌다는 핑계로 늘 포기했던 남도 여행.
아이들 겨울방학을 맞아 한가로운 여정을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징허디 징헌’ 삶이 질펀하게 녹아 있고, 때묻지 않은 넉넉한 인심과 사무치게 푸른 바다가 있는 곳.
겨울철이면 더욱 많은 먹을거리들이 기다리고 있는 남도로 떠나보자.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해남 보길도에 해가 지고 있다.


시인 김지하는 ‘바람이거나 구름이거나 귀신이거나 간에 변하지 않고는 도리 없는 땅’이라고 해남을 노래했다. 해남을 떠올리면 땅끝이라는 절망감과 함께 다시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된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어도 깊은 사색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곳 해남.
그 여정의 시작은 두륜산 대둔사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 4㎞에 달하는 수림 터널을 걸어보자. 하늘을 가리는 풍성함은 없지만 11월부터 개화를 시작한 동백꽃이 점점이 붉고, 겨우내 그 모진 땅을 뚫고 파랗게 모습을 드러낸 배추밭 옆으로 한뼘쯤 자란 마늘이 귀엽다.
대둔사의 해탈문을 들어서면 1천개의 불상이 모인 천불전이 있다. 불상 각각의 모습도 관찰하고 정말 1천개가 맞는지 세어보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천불전을 돌아가면 표충사와 벽화 심우도를 감상할 수 있다.
대둔사에서 해남읍 방향으로 약 6㎞ 떨어진 지점에 고산 윤선도 유적지가 있다. 해남은 시인의 고장이라 했던가? 윤선도의 맥은 80년대 저항 시인 김남주, 황지우로 이어진다. 시비와 함께 ‘고산사당’ ‘어초은 사당’ 등이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들러 옛 문인들의 발자취를 느껴보자.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두륜산 대둔사에서는 한겨울에도 동백꽃을 볼 수 있다.


다음 코스는 기암절벽이 장관인 달마산. 달마산으로 향하기 전에 시장기가 돈다면 ‘해남 물감자’로 점심을 대신해보는 것도 좋다. 물감자는 물고구마를 일컫는 말로 꿀맛처럼 달고 물렁한 맛이 좋다. 남쪽의 작은 금강산이라는 달마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미황사를 지나 도솔봉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의 아기자기한 섬들이 한눈에 펼쳐지는데 자신 또한 그 섬들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묘한 일체감을 경험한다. 오고 가는 길에 마산 약수터에 들러서 목때까지 씻어낼 듯한 청량감을 맛보는 것도 잊지 말 것.
드디어 땅끝에 서면 보길도행 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겨울바다의 운치를 기대한다면 완도 방향으로 돌려 바닷가 마을을 찾을 것. 문명의 혜택(?)을 이미 받을 대로 받아버린 땅끝의 밤은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느라 정신이 없다.
남은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보길도행 배를 타자. 배는 하루 8차례 있으며 승용차를 싣고 갈 수 있다.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 → 대불공단 → 해남
[맛집] 해남 장수통닭(닭가슴살 육회, 모래집회. 백숙과 녹두죽은 서비스. 토종닭 3만원, 오리 3만원. 061-536-4410), 용궁해물탕(30여 가지의 싱싱한 해물이 들어간 원조 해물탕으로 대 5만원, 중 4만원, 소 3만원. 061-535-5161), 해남 한성정(떡갈비, 생선회, 삼합까지 상에 오르며 2인상 3만원, 4인상 6만원. 061-533-1060), 해남시장식당(해남 사람들도 잘 모르는 귀한 젓갈이 오른다. 백반 1인 5천원. 061-536-3812)
[숙박] 숙박업소 대부분이 객실수가 많지 않으므로 주말엔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땅끝콘도(송호리 해수욕장, 061-533-5551), 해남관광호텔(해남읍, 061-533-9002), 푸른모텔(땅끝마을, 061-534-4985), 아름다운 모텔(우수영, 061-535-0790)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진도 앞바다에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고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문구가 가장 어울리는 곳. 진도대교에 들어서면 ‘득음’이라도 한 듯 ‘진도 아리랑’ 한 자락이 목에서 터져나올 것 같다. 충무공의 역사가 서려 있으면서 동시에 예술 혼이 살아 있는 보석 같은 곳이 바로 진도다. 진도대교 아래의 명량해협은 바다의 폭이 고작 295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힘찬 물살에서 충무공의 기개가 느껴진다.
조선 후기 화가 소치 허유의 혼이 깃들었다는 운림산방은 전통 남화의 맥을 이어온 그의 흔적들이 곳곳에 배어 있다. 특히 단아한 조경이 돋보이는 작은 연못의 배롱나무가 사람 모습을 하고 있어 소치 선생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운림산방 오른편에는 소치 기념관이 있어 아이들과 둘러보기에 좋다.
운림산방 인근에는 볼 것도 많다. 고즈넉한 산사 쌍계사를 보는 것도 좋고, 영등제가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로 향하는 것도 좋다. 바다가 갈리는 시점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눈을 감으면 파도소리가 마치 씻김굿에 파고드는 당골(무당)들의 구슬픈 가락처럼 들려온다.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과 군내도에서 만나는 철새떼, 수면 위를 유영하는 백조 무리들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섬 속의 섬인 진도군 남단의 조도나 관매도까지 가보고 싶다면 팽목항으로 내려가서 여객선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에는 흑미 홍주 구기자 돌미역 돌김 등 진도의 특산품을 형편대로 구입하는 것도 좋다.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진도에는 고려시대 삼별초와 관련된 유적이 유난히 많다. 남도석성은 고려 삼별초군이 몽골군과 항쟁을 벌였던 곳 중 하나. 고군면 용장산성에는 건물자리가 12개 남아 있고 주변에는 토성(길이 420m)이 둘러싸고 있다. 지난 11월초에 개관한 진도역사관은 삼별초실, 유배문화실, 기획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그밖에 벽파진접첩비와 전두마을, 해남 우수영 관광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진도는 해안 풍광이 절경이고 한겨울에도 월동배추 대파 등이 재배되어 싱싱한 초록빛 향연이 줄줄이 펼쳐진다. 간재미회와 바지락회, 전라도 한정식은 이곳이 얼마나 풍요롭고 윤택한 땅인지를 잘 보여준다.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 → 영산호 → 하구둑 영암 방조제 → 77번 국도 → 해남군 문내면 진도대교 → 진도읍
[맛집] 사랑방식당(진도 토박이 부부의 손맛이 느껴지는 바지락회 2만원, 간재미회 2만원, 간재미탕 2만원. 061-544-4117∼8), 옥천식당(밑반찬으로 나오는 각종 젓갈이 일품으로 한정식 1상에 10만원, 전복비빔밥 2만원, 전복회 20만원. 061-543-5664), 별장식당(쑥국백반 5천원. 061-543-7749), 제일음식점(곰탕 5천원. 061-543-4107), 제진관(간재미회 2만원. 061-544-2419), 푸른등식당(토종닭 3만원. 061-542-1255)
[숙박] 마린빌리지(진도읍 061-544-7999), 태평모텔(진도읍 061-542-7000), 프린스모텔(진도읍 061-542-2251), 대동모텔(진도읍 061-543-5188)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강진 백련사 주변은 동백수림이 울창하게 퍼져있다.


‘남도 답사 1번지’로 꼽히는 강진은 종교와 문화의 자취가 곳곳에 배어 있다. ‘편안한 나루’라는 이름 그대로 조용하고 풍요로운 곳에서 잠시 쉬어가자. 북쪽에 자리잡은 ‘호남의 제1산’ 월출산은 공룡의 이빨 같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서 있어 마치 들판을 감싸고 있는 듯 하다.
그런 기암 괴석들을 비집고 풍요와 생명의 원천처럼 흐르는 강이 있는데, 이는 하류의 너른 벌판을 풍요롭고 알차게 가꿔주는 근원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강진은 ‘맛답사 1번지’로 꼽히기도 한다. 대표 음식은 한정식으로 다양한 반찬이 담긴 접시가 2~3층씩 쌓여 한상을 그득 메운다. 이뿐만 아니라 풍천장어는 숯불에서 두벌구이를 하여 독특한 양념 맛과 함께 관광객들의 미각을 자극한다. 또한 짱뚱어탕은 망둥엇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못생겼지만 보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첫 여정은 강진만 입구의 무위사. 월출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곳으로 국보와 보물이 빼곡하여 아이들과 둘러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국보 13호인 극락보전이 그 대표격.
산에서 내려와 강진읍으로 들어서 ‘영랑생가’를 찾는다. 생가인 이곳에서 영랑 김윤식은 60여편의 시를 지었다고 하니 강진은 몸과 마음도 살찌우지만 정신도 살찌우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당의 모란이 6월을 다시 기약하게 만든다.
서쪽으로 가면 ‘다산초당’이 있다. 이곳에서 다산 정약용은 를 저술했고, 후학을 양성했다고 한다. ‘정다산유물관’이 다산초당에서 700m 떨어진 거리에 있으니 여유가 있다면 함께 보고 공부해보는 것도 좋을 듯.
다산초당에서 약 1km를 가면 ‘백련사’가 나온다. 고려후기의 여러 국사를 배출해낸 천태종 사찰로서 4월이면 동백축제가 열릴 만큼 동백수림이 울창한 만덕산에 터를 잡고 있다.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끝으로 ‘청자 도요지’를 빼놓을 수 없다. 가는 길목에 볼 수 있는 드넓은 강진만은 잔잔한 바다와 질척이는 갯벌이 멋진 조화를 이뤄내고 있는 곳이다. 잠시 멈춰서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강진만을 배경으로 사진에 담아 가자. 청자 도요지에 도착하면 청자자료박물관인 고려청자 도요지를 만나게 된다. 엄선된 청자조각 3백여점과 청자 재현 작업장이 있어 체험학습에 효과적이다(입장료 어른 1천원, 청소년 5백원, 어린이 4백원).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 → 2번 국도 → 대불대학 → 독천(영암) → 강진
[맛집] 목리 장어센터(지역 주민들도 최고로 꼽는 맛으로 장어속젓은 덤. 1인분 1만2천원, 자연산장어 1kg 10만원. 061-432-9292), 동해식당(방광염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고단백 보양식 짱뚱어탕 1인분 5천원, 각종 야채와 짱뚱어를 통째로 끓여낸 전골 한 냄비 2만원. 061-433-1180), 장흥 바다하우스(바지락회, 키조개구이가 주메뉴. 바지락회 3만원, 키조개구이 3만원. 매생이국은 기본. 061-862-1021), 강진 청자골 종갓집(생고기, 육회, 송어회, 토하젓 등 40여 가지 차림상 4인 8만원, 2인 6만원. 061-433-1100)
[숙박] 강진읍과 마량면에 장급 여관이 밀집해 있다. 등대정(마량면 061-434-9006), 벨라지오 모텔(강진읍 061-433-0570), 플라워모텔(강진읍 061-434-6606), 바다모텔(마량면 061-432-8818)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흑산도에서 바라본 일출 광경. 섬에서 맞는 신비한 정취가 가득하다.


그곳에 가면 정말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를 만날 수 있을까? 노랫말을 아는 사람이라면 흑산도행 짐을 꾸리면서 한번쯤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신비감을 기대하게 하는 곳. 무미건조한 삶 속에 몸보다 마음이 지친 도시인들에게 깊고 검푸른 바다는 막막함보다는 어머니의 품속처럼 다가온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예리항에 내려서는 순간 배에서 해풍으로 말린 ‘배오징어’가 사람을 반긴다. 목포에서 흑산도까지는 쾌속선으로 1시간50분 소요. 바이킹 같은 놀이기구에 거부 반응이 있다면 반드시 멀미약을 챙기도록 한다. 흑산도에서는 육로관광 위주로 하는 것이 좋은데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신라말 해상왕 장보고가 왜구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쌓았다는 ‘반월성’을 둘러보고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를 남긴 정약전 생가를 돌아본다. 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 학술지로 이를 비롯하여 16년 동안의 유배 생활을 보여주는 많은 행적과 기록이 남아 있으니 자녀들을 동반했다면 꼭 들러보자.
여기까지 와서 그 유명한 ‘흑산 홍어’를 안 먹어볼 수 없다. 톡 쏘는 홍어 한점에 잘 삶은 돼지고기, 여기에 전라도 배추김치를 곁들인 이것이 바로 ‘홍어 삼합’이다. 별미 중에 별미이고 배탈이 나도 먹는다는 이 홍어의 맛을 흑산도의 검푸른 파도와 함께 즐겨보자. 맛난 음식 한입 가득 물고, 파도소리 들으면서 잠시 세상 시름을 잊어볼 일이다.
다시 쾌속선에 올라 30여분을 더 가면 ‘남도의 소금강’ 홍도가 바다 위로 떠오른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170호)이며 다도해상국립공원으로 풍란의 향기가 진동하는 태고의 신비가 오롯이 남아 있다.
육로에 올라 홍도초등학교 앞을 지나 내연발전소 쪽으로 나있는 절벽 위 오솔길을 따라가면서 보는 항구 전경, 선착장 반대편 빠돌해수욕장의 일몰도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만약 유람선을 타거나 또는 도보로 겉핥기식 구경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속살여행은 등대에서 해보기로 하자. 등대에서는 무료로 묵을 수 있게끔 내부에 기본적인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마음 좋은 등대지기 아저씨들과 조금 친해지면 시커먼 바다를 비추는 등대 위에서 소주 한잔과 진솔한 대화를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등대에서 무료로 1박할 수 있으나 사전에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문의 061-246-3888). 쾌속선이 정박하는 홍도 1구에서 등대가 있는 2구까지 가려면 유람선이나 어선을 이용한다.
밤을 맞기 전에 한가지 놓칠 수 없는 감상 포인트는 바로 홍도 등대의 낙조. 섬을 에워싼 바위산만큼이나 기묘한 형상의 구름 덩어리들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등대의 불이 밝혀진다. 시뻘건 해를 바다가 서서히 집어삼는 광경에 어쩌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일이리라.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목포역 → 목포여객선터미널 → 쾌속선(홍도, 흑산도)
[맛집] 우리음식점(홍어 전문식당. 061-275-9030), 대한횟집(일몰을 감상하며 먹는 자연산 회. 061-246-3757), 선창횟집(준치회 전문점. 061-244-3708)
[숙박] 숙박료는 각 2만원. 홍도2구에도 여관이 있으나 비수기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유성여관(흑산면 061-246-3723), 낙도장(흑산면 061-275-9003), 홍도여관(흑산면 061-246-2500), 유정장(흑산면 061-275-9324)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통영대교를 건너면 드라이브 하기에 좋은 해안도로가 나타난다.


한여름의 번잡함이 사라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통영은 더 아름다워진다. 가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 투명한 하늘, 나폴리보다 더 매혹적인 통영운하, 다도해를 안고 달리는 환상적인 산양 일주도로 드라이브, 그리고 독특한 먹을거리들. 통영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는 항구다.
통영시로 들어서면 어디로 갈까 고민하지 말고 남망산공원으로 향한다. 더러는 볼 것이 없다고도 하고 더러는 너무나 아름답다고 한다. 이곳에 와서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유치환 시비, 둘째는 국제조각공원으로 세계 유명 조각가 15명의 작품이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셋째는 충무공 동상으로 임진왜란 대승첩지인 한산 앞바다를 보고 서있다. 인근에 세병관, 향토역사관 등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들러보기에 좋다.
뚱보 할매김밥이 있고, 남망산공원과 놀이마당이 있어 꼭 찾게 되는 곳이 바로 통영 중앙시장이다. 낮에 장이 서는데 싱싱한 횟감들을 노점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농어, 뽈락, 감성돔은 자연산이라니, 비싼 값을 치르고도 그다지 만족스런 회를 맛 볼 수 없었던 도시인들에게는 눈이 번쩍 뜨일 만하다.
해안도로를 따라 통영대교까지 승용차로 드라이브를 해도 좋으나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으면서 오랜만에 상념에 젖어보는 것도 좋다. 해가 지는 통영운하의 모습은 여행길에 만나는 행운이다.
이튿날은 서호시장을 구경하면서 ‘시락국’으로 아침식사를 해보자. 40년 동안이나 통영 서민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었던 시락국은 시래기와 장어 등 싱싱하고 다양한 생선을 갈아 넣어 가마솥에서 진하게 끓여낸 통영의 향토음식이다.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통영에는 옛 선조의 자취도 많다. 충무공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세병관의 모습.


시장기를 해결하고 나면 소매물도로 향한다. 가족 단위라면 미륵도 유로 가두리 낚시도 좋다. 부담 없이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회로 저녁 만찬을 즐길 수도 있다. 23km의 해안 도로. 양편 가로수 길엔 동백나무가 촘촘히 늘어서 있고 그 너머로 그림같이 작고 예쁜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산양 일주도로 또한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인근에 수산과학관이 있어 해양 생태계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루 여유가 있다면 1박을 더하고 아침에 조금 부지런을 떨어서 용화사 산책에 나서보자. 주차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의 숲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통영시내와 미륵도 해상 국립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용화사 주변에 소나무숲이 울창하고 인근 약수터는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찾아가는 길] 진주 → 사천(남해고속도로 이용해 사천 IC 방면으로 나감) → 고성 → 통영(14번 국도 이용)
[맛집] 통영은 독특한 먹을거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특히 겨울철에 맛보면 두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계절 특미가 있다. 쑤기미탕, 털게, 메기탕, 광어, 뽈락, 굴, 전복 등. 분소식당(20년 전통의 장어국과 졸복국, 055-644-0495), 원조시락국(통영 서민들의 속풀이 일등공신. 055-646-5973), 혜원횟집(바다 경치가 잘 보이는 집. 055-648-2580)
[숙박] 마리나리조트(통영의 대표적인 해상종합리조트로 전망이 뛰어나고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을 자랑한다. 도남동 055-646-7001), 통영펜션(용남면 055-645-6405), 수국작가촌(임평리 055-643-4000), 통영별장(용남면 055-648-9413)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금산 보리암에서 맞는 일출 광경은 역동적이며 감동적이다.(좌) 금산 보리암 전경.(우)


쪽빛 바다가 눈부시고 그 바다와 어우러져 푸른 마늘밭이 절경을 이루는 곳. 한겨울에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남해도다.
통영 한산도에서 여수로 이어지는 한려수도의 중심. 남해도는 ‘주저앉으면 그곳이 바로 명승지’란 말이 있을 정도로 볼거리가 빼곡하게 들어찬 곳이다. 겨울 남해도를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안 드라이브다. 제주, 거제, 진도, 강화에 이어 다섯번째로 큰 섬 남해도는 특히 도로가 잘 닦여있다. 섬을 한바퀴 도는 데는 약 5시간 걸리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한 구비 한 구비 돌 때마다 비경들이 펼쳐진다.
남해도에 들어서자마자 남해대교를 만난다. 동양 최대의 현수교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 모습이 위풍당당하다. 특히 해질녘에 도착한다면 광양제철소를 배경으로 한 야경이 일품이니 놓치지 말자. 또한 길이 600m의 남해대교 아래 노량나루에는 해군에서 기증한 거북선이 있으니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자.
남해대교를 지나 4km 거리에 ‘이락사’라는 이 충무공 전몰유허가 있다. 이순신 장군의 시신이 처음 안치되었던 곳으로 유허비와 이 충무공 유언비가 있다.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며 죽음 앞에서 호령하던 기개가 느껴지는 곳이다. 그곳에 서서 관음포와 크고 작은 섬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보며 잠시 노량대첩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좀 이색적인 곳으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수종말처리장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위생(분뇨)처리장 등 이른바 ‘혐오시설’을 한곳에 모아둔 곳. 바로 ‘에코파크’다. 이제는 필수여행 코스가 되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데 각종 환경기초 시설에다 수초, 골재를 이용한 자연 습지 학습장 등 마치 환경생태공원처럼 꾸며놓았다. 국내 최초로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또한 재밌다. 교육효과 만점인 곳이다.
남해도에 오면 반드시 금산 보리암에서 아침을 맞을 일이다. 이곳의 일출은 동해의 그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수평선이 토해내는 해가 아니라 섬 뒤에서 떠올라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힘있는 해돋이. 보리암까지는 약 500m인데,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르면 된다(입장료 2천3백원, 주차료 3천원, 문의 055-863-3521).
겨울 정취에 어느 정도 취했다면 겨울 속 봄을 만나러 가는 길을 제안하다. ‘가천마을’은 45도 경사의 비탈에 100층이 넘는 계단식 논을 일구어놓은 마을로 다랑논에 겨울임에도 파릇파릇한 마늘 이파리들이 그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해안 풍광이 좋은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생겼다는 암수 미륵바위도 있다. 수미륵 바위는 남자의 성기 모양을 하고 있고, 암미륵 바위는 아이를 밴 여인의 모습이다. 그밖에 남해도를 더 알고 싶다면 용문사, 화방사, 충렬사에 들러보자.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 구마고속도로 → 남해고속도로 진교 나들목(하동 나들목) → 19번 국도 → 남해대교
[맛집] 남해별곡(바다 풍경과 저녁놀이 아름다운 집. 산낙지 가마솥볶음 대 3만원, 낙곰탕 1만2천원, 055-862-5001), 금호횟집(매년 12월~이듬해 2월까지만 맛볼 수 있는 물메기국. 055-863-3019), 공주식당(은빛 갈치를 뼈째 씹어먹는 감칠맛이 그만이다. 갈치회 2만원, 멸치회 2만원, 055-867-6728)
[숙박] 가족휴양촌(남면 055-863-0548), 남해민박휴양림(삼동면 055-867-7881)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거제도 몽돌해안에 서면 파도에 부딪히는 돌멩이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거제도엔 수려한 경관의 해금강과 사람이 만들어낸 자연 속의 걸작품 외도가 있다. 아름답고 낭만적인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거제는 꿈같은 곳이다. 그러나 이런 감상주의에 반기라도 드는 듯 충무공의 옥포대첩과 한산대첩지, 그리고 분단의 현대사를 보여주는 포로수용소가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섬들 중에 특히 ‘지심도’는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힌다. 특히 섬 전체 면적의 60~70%를 차지하는 동백나무가 겨울에도 수줍게 꽃망울을 터뜨리며 모진 삭풍을 견뎌내고 있다. 쪽빛 바다를 내려다보며 제법 가파른 절벽으로 이뤄진 해안과 듬성듬성 자리잡은 작은 민가들, 평탄한 오솔길은 삶에 지치고 찌든 우리네 마음에 기꺼이 고향이 되기를 자처한다.
다음은 거제의 꽃 해금강과 외도 유람. 장승포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 코스가 있는데 일명 ‘환타지 코스’(해금강-외도 3시간 1만원, 해금강-매물도 3시간 1만원, 해금강-외도-매물도 5시간 1만7천원)라고 한다.
해금강은 해금강 마을에서 동쪽으로 600m 해상 위에 위치한 갈곶섬을 뜻한다. 바다의 금강산으로 불릴 만큼 그 절경이 빼어나다. 사자바위, 십자동굴, 천년송, 촛대바위 등이 저마다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해금강에 빠져서 눈이 멀 때 즈음에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외도에 당도한다. 외도에 도착하면 주어진 시간(1시간20분)이 그리 많지 않으니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눌러야 한다. 아래쪽에는 지중해 느낌의 멋진 조경과 길목이 조성되어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짙푸른 바다가 벅찬 감동을 준다. 날이 좋으면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고. 조각공원, 교회 ‘천국의 계단’도 큰 볼거리다(입장료 어른 1천2백원, 어린이 6백원).
유람선 코스를 마치고 나면 ‘학동 몽돌해변’으로 향하자. 어제 보았던 명산인 가라산과 노자산을 뒤로하고 천연기념물 제 233호인 학동 동백림과 팔색조 도래지가 가까이에 있다. 특히 달밤에 몽돌이 파도에 부딪히는 소리는 스트레스에 찌들었던 일상을 말끔히 잊게 해준다.
南都 멋&맛기행  베스트 7

거제도 여행의 필수품은 바로 승용차다. 승용차로 천천히 움직여야 거제도의 모든 비경을 빼놓지 않고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여차-홍포 드라이브 코스는 그야말로 환상이다. 남은 추억거리를 사진에 좀더 담아두고 싶다면 ‘자연예술랜드’로 향한다. 동부면 구천리 5천여평의 공간에 야외분재, 수석공원, 민속관, 수석전시관, 상설전시장 등이 자리잡은 최고 수준의 자연예술 전시관이다.
눈과 마음의 즐거움을 찾았다면 역사의 흔적 하나쯤 마음속에 새겨보는 건 어떨까? 고현에 위치한 포로수용소는 여행으로 들뜬 마음을 가라앉게 해주는 곳이다. 한국전쟁 후 약 17만명의 포로를 수용했으며 이들 간의 유혈 참극은 비극의 상흔으로 남아 있다. 전쟁 당시의 막사 재현, 사진, 의복과 영화도 부분적으로 제작하여 상영한다. 연담 사거리와 구천 삼거리 중간에 자리잡은 구천분교에도 영화 촬영 당시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진주 분기점 → 남해고속도로 사천IC → 통영 → 거제
[맛집] 현대횟집(해금강 선착장 부근에 있어 횟감이 싱싱하다. 도미 8만원, 농어 5만원, 돌돔 17만원, 모둠회 4만원. 055-633-1771), 항만식당(뚝배기 속 싱싱한 해물 맛이 그만이다. 해물뚝배기 2만5천원. 055-682-3416), 해송횟집( 055-636-2878), 혜원식당(055-681-5021)
[숙박] 동백하우스(장승포동 055-681-6007), 그린비취장(학동리 055-636-2129), 해금강장(갈곶리 055-633-1530), 만골관광농원(동부면 055-633-0700), 학동몽돌펜션(동부면 055-688-2623), 문화관광농원(동부면 055-632-5955)

여성동아 2004년 1월 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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