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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Fashion interview

야무지고 유쾌한 여자 허수경의 패션 감각 & 살림센스

■ 진행·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의상협찬·박술녀 한복 ■ 헤어&메이크업·지영, 김경화(이경민 포레) ■ 장소협찬·고려정

입력 2004.01.05 15:16:00

선한 인상과 편안한 진행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인기 방송인 허수경.
단아한 한복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모습은 다소 낯설었지만 단아하고 아름다웠다.
집에서든 밖에서든 즐겁게 신명을 다해 일하는 허수경의 모처럼만의 화려한 외출.
야무지고 유쾌한 여자 허수경의 패션 감각 & 살림센스

진한 카키색 양단 치마와 꽃자주색 저고리에 같은 색 고름을 단 화려한 한복. 잔잔한 꽃프린트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 결혼생활 3년6개월
남편과 저는 결혼 후 성격이 좀 뒤바뀌었어요. 애교 많고 싹싹하던 저는 시큰둥해졌고, 무뚝뚝하고 과묵한 백종학씨는 위기의식을 느낀 듯 말도 많아지고, 장난도 늘었어요. 얼마 전에는 CD에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해서 “사랑하는 수경이에게” 하며 주더라고요. 어찌나 닭살이던지, “당신이 사랑을 알아” 하고 한마디해줬어요. 신혼초를 생각하면 정말 많이 바뀌었다니까요(웃음).

돌이켜보면 연애할 때부터 남편은 사랑 표현에 인색한 편이었어요. 그때는 사랑에 목맬 때라 남편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남편을 시험했어요.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았고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단계를 벗어나 남편이 사랑하는 상대이기보다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동지이기를 바라지요.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동지요. 그렇게 마음먹으니 저도 포장을 안하게 돼요. 대신 아기자기한 재미는 없어졌지만 조용한 가운데 단단하게 굳어지는 뭔가가 있더군요.
야무지고 유쾌한 여자 허수경의 패션 감각 & 살림센스

가짓빛 양단 치마에 연보라색 명주 저고리를 입은 모습이 단아해 보인다. 양단 소재의 청색 털 배자가 멋스러움을 더한다.


남편은 우리의 이런 변화가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요. 제 모습 속에 ‘저건 내 거였는데…’ 싶은 게 있다나요? 실은 저도 문득문득 느낀답니다. 우리가 서서히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요.

# 살림 즐기는 여자
똑 소리나는 살림꾼이라고요? 실상은 달라요. 집안일도, 바깥일도 수퍼우먼처럼 잘 해내는 여자가 아니거든요. 그저 집안일에 도움이 되는 취미생활을 많이 갖고 있는 것뿐이에요. 꼼꼼한 성격이라 바느질이나 집안 꾸미기를 즐기고, 밖에서 사먹는 것을 싫어해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거죠. 밖에서 식사를 할 때도 그냥 맛있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런 맛이 날까 신기해하고, 궁금해하며 집에서 다시 만들어봐요. 저는 밖에서 사람 만나는 일이 거의 없어요. 모임에도 잘 안 나가고요. 대신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 해먹이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살림 잘하는 여자’라는 부담스러운 수식어가 붙었는데, 취미가 없었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거예요.

야무지고 유쾌한 여자 허수경의 패션 감각 & 살림센스

고운 분홍 양단 치마에 말기를 넓게 하여 가슴을 여민 뒤 청색 양단 저고리로 마무리했다. 저고리의 길이가 짧고, 동정이 넓은 것이 특징으로 짧고 가는 고름이 앙증맞다.


우리집은 단독주택이에요. 둘다 아파트를 싫어해서 단독주택을 구입했어요. 남편은 어릴 때부터 30년 이상 단독주택에서 살았고, 저는 아파트에서 잠깐 산 적이 있지만 콘크리트 벽에 갇힌 듯한 느낌이 싫어서 주로 빌라에서 살았어요. 그것도 꼭 아래층에서만요. 창밖으로 나무가 보이는 게 좋고, 높은 데를 싫어하거든요.
투자가치로 보면 아파트가 훨씬 낫지만 평생 살 집이라는 생각으로 구했어요. 이전까지는 전세, 월세로 살았는데 만약 집을 장만한다면 평생 살 수 있는 단독주택을 사야지 했거든요. 그 꿈을 이룬 셈이죠. 인테리어 공사는 부분부분 나눠 했어요. 집 사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 욕실, 침실, 부엌 등을 하나씩 고쳤죠.

# 생활 에피소드
나름대로 성실한 주부라 자부하지만 남편은 저에게 불평을 해요. 어떨 때는 제가 “밥 먹으려고 결혼했냐”고 물어볼 정도로 밥에 목숨을 걸어요. 한동안은 아침밥 가지고 제 목을 얼마나 졸랐는지 몰라요. 아침밥을 2,3일 거르면 꼭 부부싸움이 나는 거예요. 무슨 마누라가 아침밥을 안 차려주냐고 시비를 걸거든요. 말만 들으면 제가 천벌 받을 사람인 거예요. 그래서 한동안 그것 때문에 자주 싸웠어요. 저도 “당신은 혼자 오래 살았고, 연애할 때는 굉장히 쿨하게 봤는데 이런 조선사람이 어디 있느냐. 내가 놀다가 못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당신은 손가락이 없어? 발가락이 없어? 걸어가서 꺼내 먹으면 되지” 하며 쏘아붙였고요.
야무지고 유쾌한 여자 허수경의 패션 감각 & 살림센스

양단 소재의 청보라색 치마에 홍색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분홍색 반두루마기를 걸쳤다. 앞보다 뒤의 길이가 더 긴 두루마기와 머리에 쓴 조바위가 우아함과 세련미를 더한다.


결국에는 해결책으로 도우미 아줌마를 불렀는데 제 손맛에 길들어서 아줌마가 해준 반찬이 맛이 없다는 거예요. 아줌마가 밥 차릴 때 옆에서 저더러 코치를 하라면서요. 저도 그렇게는 못한다고 했죠. “내가 나가서 움직이지 않아도 될 만큼 열심히 벌어다주고, 내가 일에 만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만큼 기쁨을 줘. 못하겠으면 아침밥 포기해” 했더니 이후부터는 아침밥 얘기는 안해요. 대신 이제는 부부가 왜 이렇게 저녁 같이 먹기가 힘드냐고 하더군요. 저도 저녁식사만큼은 같이 하려고 방송이 끝나자마자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가고요. 하지만 남편은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한두 번 정도 마주 보며 식사하고, 대신 주말에 꼭 같이 먹어요. 그야말로 요리의 날이 되는 거죠.
지난 주말에는 제 동생들이 놀러왔길래 큼지막한 양동이 하나 가득 불고기를 재웠어요. 근데 그것을 한끼에 다먹더라고요. 3분의 1은 그 자리에서 먹고 나머지는 저 없을 때 먹으라고 얼려놓으려고 했는데…. 여름 내내 그렇게 사람들을 불러서 주말마다 바비큐 파티를 열었는데 요즘에는 날이 추워서 못하고 있죠. 이런 게 사는 재미가 아닌가 싶어요.



야무지고 유쾌한 여자 허수경의 패션 감각 & 살림센스

자연 염색한 짙은 보랏빛 치마에, 진달래색 저고리가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갈색이 도는 먹자주 빛깔로 깃, 고름, 끝동을 처리하여 단아하고 지적인 매력을 한층 살려준다.


# 새해 계획
제가 시어머니처럼 따랐던 시이모가 계세요. 시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시집 식구들이 모두 미국에서 살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얼마전에 이모님이 암으로 돌아가셔서 이제는 부부싸움을 해도, 명절이 돼도 갈 데가 없어요. 다들 연로하셔서 한분, 두분 돌아가시니까 더 늦기 전에 찾아뵈야겠다 싶어요. 그래서 새해에는 시간을 길게 잡아 미국에 다녀올 계획이에요.
바람이 있다면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하는 거예요. 지난 한해 동안 남편이 많이 아프고 약해졌거든요. 저는 원래 건강을 돌보는 타입이 아닌데 이제는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려고요. 그동안은 장을 볼 때 해산물이나 생선 위주로 샀지, 고기는 거의 사지 않았어요. 고기요리는 곰국, 갈비탕 정도가 전부였으니까요. 그래도 나름대로는 몸에 좋은 음식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번에 건강 검진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고기 섭취를 너무 안해서 영양 불균형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들어 갑자기 고기를 즐겨 먹고 있어요. 집에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정성 들여 해먹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잡곡밥을 먹는데 남편은 한번씩 흰밥이 당긴다며 식당에 가요.

# 2세 계획
철없던 시절 저는 참 좋은 엄마가 될 거라 호언장담했어요. 주변에서도 아이 낳으면 정말 잘 키울 거라고 했고요. 지금도 그렇게 말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제가 바랐던 아이는 하나의 인격을 가진 가족 개념의 아이가 아니라 말 잘 듣고 인형처럼 예쁜 아이가 아니었나 싶어요. 아이를 낳아 기르고 부대끼면서 사는 친구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지금은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요.
더욱이 남편은 아이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부모가 자식을 간절하게 바랐어도 잘 키울지 장담할 수 없는 법인데 아이에 대한 애착이 없는 상태에서는 낳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아요. 어른들은 아이 낳으면 무조건 아이가 예쁘다지만 아이들은 세살까지만 효도한다잖아요. 그 기쁨을 맛보려고 무턱대고 낳고 싶진 않아요. 아이는 남편과 제가 모두 간절하게 원할 때 낳으려고 해요.

야무지고 유쾌한 여자 허수경의 패션 감각 & 살림센스

꽃분홍 치마에 짙은 풀색의 누비 저고리를 입고 홍대추색의 가는 고름으로 여밈 처리를 했다. 담 너머로 얼굴을 내민 모습이 새색시마냥 수줍어 보인다.


# 패션 & 뷰티 노하우
저는 다이어트, 피부미용 등 여자들이 예뻐지려고 하는 것들을 거의 안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얼굴에 나이가 묻어나니 신경 좀 쓰라”고 충고를 해주지만 나이를 감추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싫어요. 물론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노력하는 만큼 예뻐진다는 건 알아요. 전에 화려하게 메이크업을 하고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하나같이 너무 예뻐졌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늙으면 늙은 대로 내추럴하고 꾸미지 않은 모습이 좋아 평소 화장을 거의 안해요.
제가 생각하는 미용은 다이어트보다 건강관리에 가까워요. 오미자차, 구기자차, 유자차를 즐겨 마시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살이 찌든, 안 찌든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요. 고맙게도 먹는 것에 비해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기도 하고, 마른 것보다는 통통한 모습이 보기 좋거든요. 먹고 싶을 때는 밤늦게라도 먹지만 대신 식탐을 내지는 않아요.
집에 러닝머신이 있어서 가끔 뛰는데, 저한테 가장 잘 맞는 운동은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해온 스트레칭 체조예요. 전에 어떤 프로에서 요가 선생님의 동작을 제가 그대로 따라 해서 사람들이 어쩜 그렇게 몸이 유연하냐며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다 체조를 꾸준히 해온 덕분이에요. 무용할 때 배운 윗몸일으키기, 옆몸일으키기, 다리뒤로차기 등 몇 가지 동작들이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주었어요. 그 동작들을 한꺼번에 다 하는 게 아니라 그날 그날 서너 가지를 골라서 해요. 밥을 좀 과하게 먹었다 싶으면 윗몸일으키기와 옆몸일으키기를, 오래 앉아 있었다 싶으면 다리뒤로차기를 집중적으로 하는 식이죠.
미용의 또다른 비결은 바로 목욕이에요. 우리 부부는 목욕하는 것을 ‘심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욕조를 크게 만들고, 이온수가 나오게 해서 아로마테라피도 하고, 온천욕도 즐기죠. 사람 많은 데를 싫어하는 남편도 얼마나 목욕을 좋아하는지 찜질방에는 간다니까요.
옷차림은 때와 장소에 따라 맞추는데, 평소에는 캐주얼하고 편한 차림을 즐겨요. 상체에 비해 하체에 살이 많아 양장보다는 한복이 잘 어울리고요. 한복을 무척 좋아해서 몇벌 갖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우리옷’ 한복이야말로 최고의 명품이 아닌가 싶어요.

여성동아 2004년 1월 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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