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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도전하는 인생

가난한 고학생에서 대기업 CEO로 변신 동원F&B 박인구 사장

■ 글·조은하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12.10 16:51:00

프로필만 봐도 그가 범상한 인물이 아니란 것은 한눈에 알 수 있다.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32세에 행정고시 패스, 공무원을 거쳐 동원F&B 사장이 된 박인구씨.
힘든 역경을 딛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박인구 사장을 만났다.
가난한 고학생에서 대기업 CEO로 변신 동원F&B 박인구 사장

동원F&B의 박인구 사장(57)을 만나기 전 ‘동원F&B인의 행동기준’이라는 조그만 책자를 받았다. 지난 2000년, 박인구 사장이 처음 부임했을 때 직원들에게 직접 만들어준 이 책에는 회사 생활과 업무에 관한 내용뿐 아니라 운전시 1차선 운행 삼가기, 음주운전과 도박 안하기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사소한 것까지 조목조목 적혀 있다. 직접 만나본 박인구 사장은 이런 행동기준에서 벗어난 생활은 상상도 못할 것 같은, 성실하고 자상한 모습의 소유자였다.
가난한 집안의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박인구 사장은 중·고등학교를 모두 장학생으로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할 형편이 못돼 9급 공무원이 되었다. 그는 조선대 법대 역시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밤에는 강의를 듣고, 낮에는 일을 하던 박인구 사장은 고교졸업자들이 응시할 수 있는 준교사 자격증 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독학해 전남에서 2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혼자서 합격했다.
4년간의 교사생활을 하던 그는 행정고시를 치르기로 마음먹고 서울에 있는 학교로 옮기기 위해 서울 공립학교 순위고사에 응시한다. 이 시험에서도 수석합격을 한 그는 미아리 숭덕중학교 윤리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퇴근 후에는 고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광주로 내려가 학원 강사를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
밤낮으로 일하고 공부하면서 열살 아래 동생의 학비까지 책임져야 했던 그는 하루에 3~4시간밖에 못 잘 정도로 힘들게 살았지만 한번도 고생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 당시 힘든 생활에 나름대로 재미와 보람을 느꼈고, 그 와중에도 등산과 축구를 하는 등 여유도 즐겼다고 회상한다.
1977년 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할 때까지 그는 여러 종류의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한다. 그때 붙은 별명이 ‘시험 선수’. 결국 32세에 행정고시에 패스한 후 10개월간의 연수원 교육에서도 1등을 차지하여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상공부에 지원한 그는 미국 대사관의 험프리 장학생 선발 시험에 응시, 합격하여 2년간 미국 유학생활을 하게 된다. 유학을 다녀온 후 미국과 유럽에 상무관으로 파견된 박사장은 그때부터 기업인의 자질을 키우기 시작했다.

참치크래커, 새참만두 등 직접 개발
가난한 고학생에서 대기업 CEO로 변신 동원F&B 박인구 사장

흔히 ‘동원’ 하면 참치를 떠올리지만 동원F&B에서는 인스턴트 죽이나 만두 등 다양한 제품들이 나온다. 동원의 인스턴트 죽은 박사장이 부임한 후 그 종류가 12가지로 늘어났다고.(좌)
동원F&B에서 수입, 판매하는 건강식품 GNC. 천연재료를 사용해서 인체에 부담을 주지 않는 데다가 종류가 다양하고 먹기 편한 것이 장점이다.(우)


2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접고 동원정밀의 사장이 된 박사장은 동원정밀을 2년 만에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켜 CEO로서의 자질을 검증받고 지난 2000년 동원F&B를 맡으면서 마침내 자신의 상품학을 실용화하게 되었다.
동원F&B를 맡으면서 ‘맛’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박사장은 토속적이고 소박한 음식을 좋아하는 편.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열무김치를 멸치국물에 넣어 푹 끓여낸 것이라고.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멸치에 고추장을 찍어서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울 정도로 식성이 소탈한 편이다. 부인 김숙희씨(50)가 만들어주는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말하는 박사장은 집에서 식사하는 것이 가장 입맛에 맞기 때문에 외식은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내가 가끔 불만을 얘기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당신이 해준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걸 어떡하냐’고 말하면서 상황을 역전시킨다고. 부인 김숙희씨는 특히 김치 요리를 잘해서 외국에 있을 때는 주변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했다는 것이 박사장의 자랑이다.

가난한 고학생에서 대기업 CEO로 변신 동원F&B 박인구 사장

2주일에 한번씩 동원F&B 사내에서는 제품의 맛을 테스트하는 행사가 열린다. 박사장은 언제나 맛 테스트에 앞장선다고.


박사장의 집에서는 동원의 제품을 많이 먹기 때문에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활용한다. 김치도 항상 동원 양반 김치를 먹는데, 양반김치에는 친척들이 직접 관리하는 최고급의 고춧가루를 사용하며 부인 김숙희씨가 자주 공장에 방문해서 최상의 김치를 만들 수 있도록 관리한다고.
동원F&B의 참치크래커, 새참만두 등을 직접 개발한 박사장이 요즘 가장 즐겨 먹는 제품은 돌자반. 간식이나 안주로 좋다는 돌자반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최근 박사장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분야는 건강식품. 현재 우리나라에는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이 너무 많고, 주로 인맥을 통한 영업으로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으로 방문판매하고 있다는 것이 박사장을 건강식품 분야에 뛰어들게 한 이유가 되었다.
“건강식품에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선진국 수준의 연구 개발비를 투자하는 데는 무리가 있으니까요.”
생각 끝에 박사장은 미국의 GNC에서 건강보조식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외국 문물을 받아들여서 더 발전한 예는 많습니다. 우리의 건강식품도 열린 경쟁을 통해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건강보조식품은 지난해 말부터 LG홈쇼핑과 명절 선물세트로 판매하다가 지난 10월에는 삼성백화점 분당점, 홈플러스 금천점, 영등포점, 그리고 갤러리아 압구정점에 직영점을 개설하여 판매하고 있다. 비타민군, 허브군, 스포츠 영양제 등 약 11군 1백60여종으로 이루어진 GNC 제품은 천연 원료를 사용하여 몸에 부담이 없고 다른 영양제에 비해 세분화되어 있다.
칼슘제를 먹었을 때 속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캐러멜 타입의 칼슘, 큰 정제를 삼키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연질 캅셀과 작은 정제, 씹어 먹으면 맛있는 비타민C,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여성을 위한 여성 복합비타민 등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제품들이 구비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앞으로는 GNC 제품 뿐 아니라 동원F&B에서 자체 개발한 건강식품을 통하여 합리적인 가격, 최고의 품질로 건강보조식품 시장을 형성하는데 일익을 담당할 계획입니다. 또 자체 개발한 제품을 중국 등에 수출도 할 거고요.”
어린 시절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공한 박사장의 도전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여성동아 2003년 12월 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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