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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새로운 출발

은퇴 5년 만에 샐러리맨 생활 청산하고 방송인으로 돌아온 김예분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조희숙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3.12.03 14:56:00

95년 SBS 어린이 프로그램 ‘달려라, 코바’ 진행을 맡아 깜찍한 외모와 똑 떨어지는 말솜씨로 사랑받았던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김예분.
98년 은퇴 후 결혼과 이혼의 아픔을 겪으면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기도 했던 그가 다시 방송에 복귀한다. 한층 성숙해진 김예분을 만나 그간의 생활과 새로 출발하는 각오를 들어보았다.
은퇴 5년 만에 샐러리맨 생활 청산하고 방송인으로 돌아온 김예분

내년이면 데뷔 10년째를 맞는다는 김예분(30). 여전히 활기차고 예쁜 그를 다시 방송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98년 은퇴를 했으니 5년 만에 방송에 복귀하는 셈.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는 소감이 어떤지 묻자 그는 뜻밖에 덤덤한 대답을 내놓았다.
“방송에 복귀하기로 마음먹은 지는 얼마 안돼요. 굳이 복귀 이유를 꼽으라면 정체성을 찾고 싶어서라고 할까요. 그동안 방송말고 다른 분야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했는데 잘 안됐어요. 그래서 오랜 경험을 쌓았던 방송 분야에서 새롭게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된 거죠.”
김예분은 지난 94년 미스코리아에 당선되면서 각종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SBS ‘달려라, 코바’ ‘TV가요 20’, SBS 라디오 ‘김예분의 영스트리트’ 등에서 톡톡 튀는 말솜씨를 선보인 것. 잠깐이지만 TV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쪽으로도 재능을 보였던 그는 98년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제가 지나치게 완벽주의자예요. 작은 실수도 용서를 못하죠. 그때 라디오 DJ를 맡고 있었는데 저 혼자 녹음실 안에서 방송을 하는 게 참 부담스러웠어요.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내 능력이 이것뿐인가 하고 자책할 때가 많았죠. 그래서 미련 없이 그만뒀고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어학연수를 하던 그는 이듬해인 99년 1월 동갑내기 남편과 결혼했다. 상대는 그의 집과 왕래가 잦은 집안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결혼 5개월 만에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별거에 들어갔고 결국 2년 만에 이혼했다.
“지금은 그 사람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 그때는 우리 둘 다 어렸던 게 문제였죠. 남자 나이 스물일곱이면 한참 어리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너무 완벽한 남자를 요구했던 것 같아요. 저도 모자란 부분이 많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저는 비록 이혼을 선택했지만 누가 이혼하겠다고 하면 말리고 싶어요.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거나 바람을 피우는 것만 아니라면요. 솔직히 가끔은 제가 이혼했다는 사실 때문에 위축되기도 하거든요.”


“본격적인 연기 수업 받아 시트콤에 출연하고 싶어요”
이혼 후 그는 샐러리맨이 되었다. 새로운 인생을 찾기 위해 선택한 것이 음악 전문 인터넷 방송국 ‘드림뮤직’의 웹PD. 그는 1년 후 다시 디지털 콘텐츠업체 ‘두밥’으로 스카우트되어 갈 때까지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은퇴 5년 만에 샐러리맨 생활 청산하고 방송인으로 돌아온 김예분

언젠가는 다시 결혼하겠지만 당분간 일을 더 열심히 할 생각이라는 김예분.


“아침 일찍 출근하는 일도 재미있었고 점심때 직원들하고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는 일도 즐거웠어요. 밤에 힘든 줄 모르고 야근하면서 열심히 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여전히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더라고요.”
‘두밥’에서 그가 맡은 업무는 마케팅 디렉터. 온라인상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벤트와 각종 프로모션을 담당하는 일이었다. 그가 직장인으로 살고 있을 때도 방송국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이 왔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방송 일을 다시 할 생각은 없었다고.
“가끔 직장생활이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때 인천방송에서 방영되던 ‘손창민 김원희의 삼일간의 사랑’이라는 토크쇼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어요. 그날은 왠지 나가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방송국에 가니 저도 여러 연예인 중 한명일 뿐이었고 그런 분위기가 편하게 느껴졌어요. 그 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연예인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았거든요.”

은퇴 5년 만에 샐러리맨 생활 청산하고 방송인으로 돌아온 김예분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료들이 자신을 연예인으로 대하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를 마셔도 다른 직원들을 다 챙겨준 후에야 마셨고, 점심 메뉴도 먼저 정해본 적이 없다고. 올해 초 직장을 그만둔 그는 잠시 사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토크쇼 출연을 계기로 다시 방송을 선택했다.
그는 낯가림이 심하고 보수적이라 마음 터놓고 지내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주변에 항상 친구가 있어야 마음이 놓일 만큼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한다. 무남독녀로 자라 외로움을 많이 타기 때문.
“연예인 친구들은 별로 없고 대부분 학창시절 친구들이에요. 제가 다시 방송 일을 한다니까 저보다 친구들이 더 좋아하는 거 있죠. 진작에 복귀했어야 한다며 용기도 북돋워주고요.”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현재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는데 연예인 출신 같지 않게 검소하고 알뜰한 편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몇 개월씩 벼른 후에야 백화점 나들이에 나섰던 것. 게다가 그는 삼계탕, 돼지목살찌개, 김치전 같은 요리도 척척 해낸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다시 결혼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해야죠. 지금은 헤어졌지만 잠깐 남자친구도 만나봤어요. 이젠 남자를 만나면 저랑 가치관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우선은 방송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으니까 당분간 일을 더 열심히 할 생각이고요.”
최근 SBS ‘뷰티풀 선데이’ 특집 프로그램 ‘발리편’에 출연하며 방송활동을 재개한 그는 복귀를 준비하면서 재즈댄스와 검도를 시작했다. 또한 앞으로 본격적인 연기수업도 받을 생각이라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시트콤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예전에 방송할 때는 하고 싶은 프로그램만 골라서 했어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이제는 자존심 다 버리고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음악교육 아카데미를 세우는 것이 꿈이라는 김예분. 먼 길을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그가 자신의 꿈을 맘껏 펼치길 기원한다.

여성동아 2003년 12월 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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