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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으로 데뷔 20년 만에 스타덤 오른 중견탤런트 양미경

“살림살이 10년 넘게 쓰는 건 기본, 소박한 알뜰 주부로 살아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12.03 11:51:00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이영애의 요리 스승인 한상궁으로 출연중인 양미경이 요즘 최고의 화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에 팬카페가 생겨나고 ‘한상궁 살리기 운동’까지 벌어진 것.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당초 예정보다 10회 더 출연하게 됐다는 그의 남다른 인기비결과 알려지지 않은 가정생활.
‘대장금’으로 데뷔 20년 만에 스타덤 오른 중견탤런트 양미경

탤런트 양미경(42)이 생애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MBC 특별기획드라마 ‘대장금’으로 스타덤에 오른 것. 극중에서 ‘장금’ 이영애의 요리 스승이자 ‘최상궁’ 견미리의 맞수인 ‘한상궁’ 역할을 맡은 그는 요즘 단아하고 푸근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인터넷에 팬카페가 생겨나고, 급기야는 극의 설정상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그를 위해 ‘한상궁 살리기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장금’ 촬영이 한창인 MBC 의정부세트장에서 만난 그는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감격스러워했다.
“처음에 감독님은 출연 제의를 하시며 중간에 죽는 역할이라고 미안해하셨지만 전 개의치 않았어요. 오랜만에 맡는 선한 캐릭터인데다 제가 좋아하는 후배인 영애의 선생님 역할이라 기꺼이 응했어요. 방송이 나가고 친구들에게서 그동안 맡은 역할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기는 했지만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덕분에 처음에는 17,18부쯤 죽는 걸로 예정돼 있었는데 지금 추세로 보면 26부쯤 생을 마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최상궁의 음모로 죽는다는데 극적 반전을 위해 예사롭지 않은 최후가 될 것 같아요.”

원형탈모증까지 생기며 고생한 보람 느껴
‘대장금’으로 데뷔 20년 만에 스타덤 오른 중견탤런트 양미경

양미경과 견미리는 극중에서는 앙숙이지만 실제는 서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상대역인 이영애, 견미리와는 남다른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 이영애는 93년 SBS 드라마 ‘댁의 남편 어떠십니까’에 이어 두번째, 견미리는 ‘한지붕 세가족’ ‘우리가 남인가요’에 이어 세번째 동반 출연이다. 지금까지 선한 이미지로 각인됐던 견미리와 강한 인상을 풍겼던 양미경, 두 사람은 극중에서는 앙숙이지만 실제는 서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최상궁의 캐릭터가 워낙 독살스러워서 미리가 많이 힘들 거예요. 저는 그동안 악역을 많이 해봐서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그래서 제가 ‘나는 얼마 있으면 죽을 몸이지만 너는 장거리 선수니까 페이스를 잘 조절하라’고 했어요. 영애와도 잘 지내고 있고요. 저희가 처음 만난 ‘댁의 남편 어떠십니까’라는 드라마는 영애의 데뷔작인데 저에게도 특별한 작품이었어요. 본래는 말도 느리고, 톤도 낮은 편인데 거기서 대사가 많고 호흡도 빠른 역할을 맡아서 무척 고생했거든요. 감독님이 제 신만 나오면 그냥 넘어가지 않으셨죠. 그때 영애와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가까워졌어요. 영애는 예나 지금이나 참 예의바르고 소신 있게 연기해서 제가 무척 아끼는 후배예요.”
연기생활 20년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요즘 그는 일주일에 닷새를 촬영장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내심 빨리 죽었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몸이 천근만근인 것. 촬영하는 동안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밤샘 촬영.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익어 밤 10시만 넘으면 연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잠이 부족해서 자주 조는데 아무래도 드라마를 마치면 ‘겨울잠’을 자지 않을까 싶다고.

‘대장금’으로 데뷔 20년 만에 스타덤 오른 중견탤런트 양미경

집에서 쉴 때는 친정어머니에게 어깨 너머로 배운 솜씨로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맛나게 끓여내고, 아들 진석이를 위해서는 피자, 파운드 케이크를 구워낸다고.


“감독님 체력을 따라가다 보니 웬만큼 힘든 것은 이제 힘들지도 않아요. 처음에는 트레머리 때문에 정수리 부분이 계속 짓눌려서 원형탈모증이 생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머리가 다시 나고 있어요. 원래는 쉬면서 치료를 받아야 나온다는데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이번 작품이 연기자로서 좋은 경험이 될 거라던 감독님 말씀처럼 연기하면서 많이 느끼고 배워요. 한 장면, 한 장면 꼼꼼히 연기 지도를 해주신 덕분에 제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거고요. 사실 저는 드라마 속에서 그냥 잔잔하게 묻어나는 연기를 하면 될 줄 알았어요. 근데 감독님이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며 일러주신 부분을 시청자들이 명장면으로 꼽았더군요.”

집안일 돕고 격려 메시지 날리는 ‘두 남자’
양미경은 지난 87년 KBS 가요드라마 ‘바람 바람 바람’을 통해 만난 연출가 허성룡씨(49)와 이듬해 결혼, 아들 진석(15)을 낳았다. 소심하고 융통성이 없던 그는 결혼 후 성격이 밝아져 주변 사람들에게서 보기 좋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고 한다.
“학창시절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성적은 중간 정도였고요. 당시에는 사범대 국어교육학과를 목표로 공부했는데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서 그림을 전공하게 됐어요. 아버지가 그림을 좋아하셔서 따로 습작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실력은 됐거든요. 연기자가 된 후에도 시간 나면 화실에 가서 스케치를 하고, 뜨개질이나 십자수를 즐겨왔어요.”
그가 연기자가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숭의여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82년 국제그룹 비서로 입사해 1년 정도 근무한 그는 주위 사람의 권유로 재미삼아 KBS 탤런트 시험에 응시했는데 뜻밖에도 합격했다. 데뷔작은 5월15일 스승의 날 기념 특집극인 ‘푸른교실’로, 극중 역할은 탄광촌에 갓 부임한 선생님이었다.
“지금도 그때 기억이 생생해요. 첫 작품이라 긴장했지만 못다한 교사의 꿈을 연기로나마 이룰 수 있어서 좋았어요. ‘댁의 남편 어떠십니까’는 저에게 감춰진 면모를 끌어낼 수 있었던 작품이라 기억에 남고요.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소질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지금껏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연기생활을 즐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쉴 때는 군것질을 하지 않고 밥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등 가급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만 요즘 그의 생활 리듬은 엉망이 됐다. ‘대장금’을 촬영하면서 군것질이 늘고, 식사를 거르는 일도 잦아진데다 잠도 서너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것. PD를 그만두고 선박회사에 다니는 남편은 아무리 피곤해도 집에 들어오는 그에게 오히려 옷을 가지고 가 촬영장에서 지내라고 야단이라고 한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도 수시로 문자메시지를 띄워 엄마를 안심시킨다고.
“진석이는 융통성 없고 답답한 성격인 저와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성격인 남편을 반씩 닮았어요. 운동화가 작아지면 사달라고 조르는 게 아니라 자기 발가락을 구부려 거기에 맞춰 신을 정도지만 성격이 원만해서 교우관계도 좋고, 부모 말도 잘 따라주고요. 또 두 남자 모두 집안일을 잘 거들어요. 제가 없을 때도 청소나 설거지를 나눠서 하더라고요. 덕분에 저는 일주일에 한번씩 장만 보면 돼요. 요즘 두 남자는 ‘대장금’ 때문에 들떠 있어요. 제가 떴다며 주변에서 밥 사라, 술 사라고 난리래요(웃음).”
그런 두 남자를 위해 그는 곧잘 솜씨를 발휘한다. 손맛이 뛰어난 친정어머니에게 어깨 너머로 배운 솜씨로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맛있게 끓여내고, 진석이를 위해서는 피자, 파운드 케이크를 구워낸다. 그동안 배운 궁중요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생강다식은 드라마가 끝난 뒤 만들어볼 작정이라는 그는 남편의 요리솜씨가 자신보다 한수 위라며 은근히 자랑한다. 국수를 좋아하는 남편이 만들어준 가장 맛있는 요리는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인, 부추를 듬뿍 넣은 부추국수. 남편은 그가 진석이를 가졌을 때 잉어를 사다 직접 고아준 적도 있다고 한다.
“촬영으로 강행군을 하다 보니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런 저에게 두 남자의 외조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두 남자는 저의 가장 열려한 팬이자 든든한 후원자니까요. 힘들고 지칠 때도 두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면 기운이 솟는 느낌이에요.”



‘대장금’으로 데뷔 20년 만에 스타덤 오른 중견탤런트 양미경

결혼 10년 만에 식기를 바꾸고, 결혼할 때 시어머니가 선물한 식기를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알뜰한 주부인 양미경.


차분하고 인간미 넘치는 그의 모습은 한상궁을 많이 닮았다. 아들을 여러 학원에 보내지 않고, 초등학교 6년 내내 학습지만 시키며 마음껏 놀게 한 그의 교육방법도 한상궁의 그것처럼 소박하고 소탈하다.
“진석이는 학습지만으로도 아무 문제 없었어요. 말을 듣지 않을 때 학습지마저 끊어버린다고 하면 ‘그것만은 놔두라’며 자발적으로 공부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무척 대견하고 기특해요. 남편이나 저나 교육관이 같아서 저희는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아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도와줄 뿐이에요. 대개 엄마가 극성스럽게 과외를 시킨다는데 저희는 거꾸로 진석이가 과외를 자청했어요. 친구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그 집에서 못하게 됐다며 모시고 와서는 지금껏 그 선생님한테 배우고 있어요.”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라 선생님을 만나기가 부담스럽다는 그는 가끔 학교를 찾아 아이가 공부하는 모습을 몰래 훔쳐본다. 대신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아낌없이 표현한다. 부부 중 덜 바쁜 사람이 일찍 귀가해 아이와 놀아주고, 대화도 많이 나눈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여행을 자주 다녀요.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에도 보름간 미국 여행을 다녀왔어요. 남편이 바빠 아이와 둘이서 시카고의 친척집에 들른 후 동부에 있는 링컨기념관, 나이애가라폭포 등을 구경했어요. 저희 모자는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속깊은 얘기도 스스럼없이 나누고 있어요. 진석이는 제가 좋아하는 발라드곡을 묶어 CD로 구워주거나 MP3에 담아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친구처럼 지내면서도 진석이가 잘못했을 때는 따끔하게 혼내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잘못하면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려주곤 했어요. 그래서인지 진석이는 꼬박꼬박 높임말을 쓰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알아요.”
아들의 검소함은 집안 분위기의 영향인 듯하다. 결혼 10년 만에 식기를 바꾸고, 결혼할 때 시어머니가 선물한 식기를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알뜰한 그는 가구든, 가전제품이든 10년간 쓰는 것은 기본. 대신 읽고 싶은 책은 아낌없이 사 본다.
“시집을 즐겨 봐요. 류시화 시인의 시를 특히 좋아하고, 최근 읽은 책 가운데서 좋았던 것은 곽재구 시인의 ‘새벽기차’와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예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책이 늘어나는데, 아들도 저를 닮은 것 같아요.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어릴 적부터 잠들기 전에는 책을 읽어주곤 했는데 그 영향인지 책을 좋아해요.”
연기자는 많은 것을 접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플루트도 배우고, 영화나 비디오도 자주 본다는 그는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한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마사지를 받아 피부를 관리하고,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하는 것.
“전 외모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특히 집에 있을 때는 남편이 용돈 줄 테니 꾸미라고 할 정도로 퍼져 있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고 보니 가꾸는 노력도 필요하더라고요. 요즘에는 옷차림에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아름다움을 위해 적당한 긴장감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일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빼어난 외모보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우연히 책을 읽다 접한 ‘현재는 선물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양미경. 그 말을 되새기면서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는 방법은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만족하면서 사는 것임을 깨달았다는 그의 말은 듣는 이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들었다.

여성동아 2003년 12월 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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