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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년간 대 이어 우리 고유의 장맛 지켜온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

“머리에서 발끝까지 간장 향기에 젖어 살아요”

■ 글·장옥경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11.10 15:03:00

돈이 된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1백년 가까이 한 우물만 파온 기업이 있다.
우리 고유의 장맛을 묵묵히 지켜온 몽고식품이 그 주인공.
좋은 장이 가족 건강을 지킨다는 믿음으로 몽고식품을 키워왔다는 김만식 회장의 각별한 ‘간장 사랑’.
1백년간 대 이어 우리 고유의 장맛 지켜온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

“프랑스엔 4백년 된 제과점이 있고 일본엔 3대를 이어온 초밥집이 있는데 우리나라엔 왜 그런 것들이 없을까? 그렇다면 내가 장인정신을 가지고 대를 이어 간장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선친의 사업을 이어받아 이 일을 하게 됐죠.”
오직 한 우물, 간장만 생각하며 세월을 보냈다는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65)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신의 몸은 간장 냄새에 젖어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남들이 다방면으로 사업의 규모를 늘려가며 문어발식 경영을 할 때 그는 미련스러울 정도로 장류 한 가지에만 신경을 썼다. 그 결과 몽고간장은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 특히 경남 지역에서는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몽고간장은 시중에서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있는데, 여기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육영수 여사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대구, 마산, 부산 등지가 저희 주력시장인데 육영수 여사가 예전부터 저희 간장을 좋아하셨대요. 이것이 알려져 청와대에 몽고간장이 선물로 들어갔나 봐요. 어느날 청와대에서 사람들이 내려왔어요. 대뜸 공장을 둘러보는데 영문을 모르는 저희들로서는 당황스러웠죠.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공장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 시설이 무척 낡았거든요. 사람들이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외인출입금지라고 쓰인 연구실문 앞에서 문을 열라는 거예요. ‘여기는 들어갈 수 없다’ ‘보고싶다’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문을 열어주었는데,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간장을 직원들이 직접 작대기로 젓고 있는 모습을 본 거예요. 당시는 화학간장이 많았거든요. 그걸 보고는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진짜배기다’ 하더군요.”

전국 대리점 돌며 유명식당에서 직접 판촉활동하기도
공장에서 생산되는 간장은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혼합간장, 효소분해간장 4종류가 있다. 양조간장은 콩과 소맥을 원료로 해서 6개월에 걸쳐 발효·숙성시킨 것으로 5대 영양소를 골고루 가지고 있다. 산분해간장은 단백질 원료를 산으로 가수분해하여 아미노산을 생산하는 것으로 24시간 만에 만들어진다. 효소분해간장은 단백질을 효소로 분해한 것이고, 혼합간장은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 또는 효소분해간장을 섞은 것이다. 몽고식품에서는 원가가 조금 비싸긴 하지만 양조간장을 위주로 생산을 하고 산분해간장은 납품을 받아 생산을 한다. 그렇다면 몽고간장 앞엔 왜 몽고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1281년 고려 충렬왕 원년에 몽고군이 고려와 합세하여 일본을 정벌코자 여몽연합군을 편성했어요. 그 연합군이 지금의 마산에 주둔했는데 이때 병사들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서 판 우물이 몽고정(蒙古井)이었다고 합니다. 1905년 일본인 야마다씨가 이 우물을 이용해 간장을 제조했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산전(山田)장유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당시 선친(김흥구씨)께서는 산전장유의 공장장으로 계셨는데 한일합방이 되면서 공장을 인수해 몽고장유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지요. 그러다 1971년, 제가 31세 되던 해 선친이 작고하시면서 가업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고서나 역사에 취미가 많았던 김회장은 선친의 죽음으로 갑자기 사장 자리에 앉게 되자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되었다. 고심 끝에 청년 사장이 얻은 결론은 몸으로 부딪쳐가며 일을 익히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

1백년간 대 이어 우리 고유의 장맛 지켜온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

선친에게 물려받은 기업을 세계 시장의 일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김만식 회장. 차남 김현진씨(왼쪽)와 강암석 공장장(오른쪽)과 함께.


“당시 20여개 전국의 모든 대리점을 직접 발로 뛰며 관리에 나섰습니다. 일주일에 며칠은 차에 간장을 싣고 타지방으로 출장을 다니며 유명하다는 식당에 모두 들렀지요. 음식맛은 장맛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직접 먹으며 장맛도 익히고 판촉활동도 벌였지요.”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몽고간장 맛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에 김회장은 음식을 먹고 나올 때 식당주인에게 영업과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몽고간장을 한번만 써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발로 뛰는 1:1 마케팅이었던 셈. 이런 노력과 열정을 바탕으로 몽고간장은 꾸준히 고객을 확보, 경남의 향토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일본인의 간장공장을 인수했다는 이유로 해방 이후 ‘친일파다’ ‘왜간장이다’ 해서 간장이 안 팔려 회사가 고전하기도 했다고. 김회장이 사령탑에 오른 후에는 경영권 인수 초기와 IMF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한우물만 판다’는 뚝심으로 승부 세계 시장에서 품질 인정받아
미처 경영수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고 거의 매일 속초, 강화, 인천 등지를 돌며 마케팅을 하다 보니 자갈길에서 핸들을 잘못 틀어 가로수를 들이받고 다치는 등 사건사고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IMF 땐 전국의 70여개 대리점 중 꽤 큰 대리점 6개가 연쇄부도를 내는 바람에 자금 압박과 운영에 큰 애로를 겪었다. 종업원의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밤잠을 못 이루다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월급을 지불하고는 겨우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고.
1백년간 대 이어 우리 고유의 장맛 지켜온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

“지난 88년에 공장을 몽고정이 있는 마산에서 창원으로 이전했습니다. 장맛은 물맛이 좌우하는데 마산이 산업화, 공업화되며 물이 차츰 오염됐어요. 그래서 본사는 마산에 두고 공장을 창원으로 옮긴 거죠. 말 그대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산인 천추산 줄기의 지하 410mm에서 퍼 올린 물로 장을 담그고 있어요. 칼슘과 마그네슘 성분이 많은 약수라 건강에도 좋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몽고간장을 굳건히 지킨 김회장의 경영철학은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첫째도 둘째도 한 우물만 판다는 것이다. 오직 고품질의 장유 생산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김회장의 경영철학은 지난 90년엔 유럽국제품평회에서 유럽 어워드, 2002년엔 뉴밀레니엄 어워드를 수상하는 것으로 보답을 받았다. 이렇듯 세계 시장에서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몽고간장은 이제 국내뿐 아니라 중국, 미국, 유럽, 남미 등 세계 36개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김회장의 경영철학을 하나 더 보탠다면 인간존중에 근거한 장인정신이다. 1백여년이 지난 지금 공장시설은 현대화했지만, 그때 그 시절의 장인들이 지금도 자리를 지키며 간장 만드는 일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50여년을 공장장으로 일하고 있는 강암석씨(80)는 내몸엔 피가 아니라, 간장이 흐른다는 말을 할 정도로 투철한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다.
“창원공장 뒤에 목조 가건물로 된 학교가 있었어요. 어느 날 학생들이 불장난을 하다 그만 우리 공장으로 불이 옮겨 붙었어요. 불똥이 날라오는데 소방차가 출동해도 20∼30분은 걸리겠고… 다급한 김에 간장을 들이부었죠. 간장으로 불 끄면 잘 꺼집니다(웃음).”
김회장은 간장은 소금기가 있어 불에 안 탄다며 고생 많던 지난날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99년엔 장남 김현승씨를 사령탑으로 한 몽고유통을 설립했다. 지방색 짙은 향토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겠다는 포부에서다. 전국의 할인점 등에 몽고간장을 직접 공급하여 물류비용을 대폭 줄여 소비자들이 값싸고 편하게 고품질의 몽고간장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김회장은 나아가 한국을 넘어서 세계 최고의 간장 브랜드로 몽고식품을 키우겠다는 야심도 내비쳤다.
“우리 식탁에서 장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늘 접하다 보니 소중한 가치를 자꾸 잊어버리는데, 사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장이 좋으면 가족 건강도 지킬 수 있어요.”
참된 가족 사랑은 식탁에서 비롯된다고 얘기하는 김회장은 올겨울 울주군 대운산 내원암과 해남 땅끝마을에 있는 미황사에서 산사음악회를 열 계획. 오늘날 핵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느슨해진 가족간의 연결고리를 탄탄히 하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일깨우는 일에 몽고간장이 한 축을 담당했으면 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산사음악회에 담겨 있다고 한다.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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